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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보호법? 누가 그래?"…속속 드러나는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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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보호법? 누가 그래?"…속속 드러나는 실상

법원 "강남성모, 불법 파견…그러나 과태료 내면 끝"

현행 파견법이 실질적으로 파견 노동자 보호 대책이 될 수 없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파견법 회피를 위해 병원이 28명을 집단 해고하면서 3달 가까이 갈등을 겪고 있는 강남성모병원이 단적인 예이다.

법원은 10일 병원이 해고 노동자를 상대로 상대로 제기한 '점유 및 사용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 판단에서 불법 파견은 인정하지만 현행법상 병원이 이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더라도 과태료 제재 외에는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2년간 같은 업무에 파견 노동자를 사용한 경우 직접 고용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파견법이 노동자 보호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이 재확인된 셈이다. 2년 고용 후 정규직 전환 의무를 부과하는 기간제법도 효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는 2009년 7월 100인 미만 사업장으로 비정규직보호법의 확대 적용을 앞두고 오직 기간 연장에만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10일 노동부는 공식적으로 처음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법원 "강남성모병원, 불법 파견 여지 있지만 강남성모병원 직원은 아니다"
▲ 법원은 10일 강남성모병원이 이들을 상대로 제기한 '점유 및 사용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단에서 불법 파견은 인정하지만 현행법상 병원이 이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더라도 과태료 제재 외에는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프레시안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병원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 "해고자들은 병원 건물에서 퇴거해야 하며 건물 등을 점거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이와 더불어 시위 관련 설치물의 철거 및 1인 시위 금지도 못 박았다. 이를 위반할 경우 해고자들은 하루에 100만 원, 1회에 50만 원의 벌금을 병원 측에 지불하라는 것.

그러나 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병원 측이 해고자들을 파견법에 따라 직접고용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할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불법 파견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그 이유는 이들이 현행 법상 근로자 파견이 금지된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은 현재 파견법이 간호조무사 업무에 파견 노동자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강남성모병원은 이 병원에서 일했던 65명 간호조무사를 즉시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강남성모병원, 법적으로 65명 직접 고용 의무")

그러나 설사 간호조무사 업무에 파견 노동자를 고용했던 게 불법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파견 노동자들이 강남성모병원 직원이 곧바로 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해고자들이 병원에 직접 고용을 요구할 권리는 있더라도, 곧바로 병원 측 근로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법을 해석했다.

2006년 개정된 파견법은 해당 기업이 불법으로 파견된 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기업이 과태료를 낼 경우 버티는 게 가능하도록 돼 있다. 법원 역시 "병원이 해고자의 고용 계약 요구에 응하지 않더라도 과태료 제제를 가할 수 있을 뿐"이라고 못 박았다. 즉,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외에는 현실적 제재 수단이 없다는 것.

대량 해고 막기 위해 법 개정?…정부의 속내는 다른 곳에

2년 고용 후 정규직 전환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기간제법도 마찬가지다. 현행법상으로는 '2년 이상 비정규직을 사용해야 하는 업무는 상시 업무로 볼 수 있는 만큼 정규직을 사용해야 한다'는 입법 취지를 거슬러 악의적으로 2년 직전에 고용 계약을 해지하는 사용자를 막을 길이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비정규직의 대량 해고를 막겠다"는 명분 아래 사용 기간 연장만을 얘기하고 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복수노조 허용,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보다 더 시급한 것이 비정규직법 개정"이라고 했고, 이후 정부는 틈날 때마다 "비정규직법이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고 홍보해 왔다.

이런 가운데 11일 <동아일보>는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전국 313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인 140개 기업이 기간제 근로자 10명 중 9명 이상을 내년에 해고하겠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비정규직보호법'이 오히려 이들의 '해고 대란(大亂)'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사용 기간 2년을 4년 혹은 5년으로 늘린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논리 대로라면, 내년 7월에 올 '해고 대란'이 단지 2년 혹은 3년 뒤로 늦춰지는 것뿐이다. 즉, '눈 가리고 아웅'인 것이다.

근본적인 대책 없이 단지 기간 연장만을 위해 비정규직 법 개정을 서두르는 정부의 속내가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가 아니라 비정규직 사용을 더 자유롭게 하려는 사용자의 편의 제공 목적"이라는 노동계의 비판이 설득력이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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