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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동상이몽' 혹은 '아전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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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여야 '동상이몽' 혹은 '아전인수'

'386 호들갑' 눈쌀…박지원 MB정부에 '경고'

"한국과 미국의 정권 궁합이 왜 이렇게 안 맞나."
  
  'YS-클린턴', 'DJ-부시', '노무현-부시' 조합에 이어 'MB-오바마'라는 또 다른 엇박자 조합이 이뤄졌다. 여야 정치권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계산으로 분주하다.
  
  박지원 "미국, 생각 안 맞으면 한국 정부 외면"
  
  임기 중 미국 정권교체를 겪었던 김대중 정부의 핵심 인물 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회고는 돋보였다. 그는 5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자신들의 대북정책과 한국의 대북정책이 일치하지 않으면 독자노선을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의원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 취임 후 클린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당신이 생각하는 대북정책에 대해 말해보라'고 해 김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설명하자 '대북정책에 관해 나는 조수석에 앉을 테니, 당신이 운전석에 앉으라'고 말하며 주도권을 줬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어 "부시 정부가 들어섰을 때도 정상회담에서 김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에 대해 설명을 했고 부시 대통령도 동의의 뜻을 나타냈으나, 중간에 네오콘의 개입이 있었는지 기자회견에서 말을 뒤집어버렸다"고 회상했다.
  
  박 의원은 "부시 정부도 결국은 임기 말에는 이명박 정부의 의지와 상관없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을 해제하지 않았느냐"며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확인할 것이고, 자신들의 의견과 다르면 이명박 정부를 소외한 채 대북접촉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충고했다.
  
  박 의원은 "미국이라는 거함이 순식간에 진로 변경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부시 정부 말기에 이미 대북정책을 선회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의 부담이 덜하다"며 "또한 행정부는 물론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했다는 측면에서 과감한 정책추진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의원은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순식간에 완전히 뒤집어 버렸으니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윤상현 "자유와 인권의 오바마, 북한 용납 안 할 것"
  
  반면 한나라당 내 '미국통'으로 통하는 윤상현 의원은 상반된 해석을 했다. 윤 의원은 '통미봉남' 가능성에 대해 "지난 경험상 북한이 쉽사리 핵검증에 응하지 않을 것이고 시간을 끌면서 비협조적으로 나설 것이 뻔하다"며 "미국이 이와 같은 북한의 고전적 태도에 끌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 전망을 했다.
  
  윤 의원은 특히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민주당은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인물이고 정당"이라며 "그런 민주당이 자유와 인권을 극도로 억압하고 있는 북한 정권에게 우호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단언했다.
  
  윤 의원은 한미FTA에 관해서도 "오바마 후보가 대선 당시 미국 자동차노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지만 민주당 내에는 중도와 보수도 많고 한미FTA 비준론자도 많다"며 낙관론을 내비쳤다.
  
  새 정치구도?…'386들' 반색
  
  이와 같은 오바마 체제에 대한 상반된 해석이 존재하지만 새로운 체제 출범 자체만으로도 한반도 정치권 구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오바마 바람이 한반도에까지 미치길 바라고 있다. 특히 야권 386들이 달떴다. '한국의 오바마'라고 자신을 내세우고 있는 송영길 최고위원이 눈에 띈다. 그는 "'보수세력은 경제문제에 대해 유능할 것',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해 잘할 것'이라는 잘못된 신화가 유행돼 왔는데 오바마 당선으로 허구라는 것이 드러났다"며 잔뜩 고무돼 있다.
  
  이광재 의원도 "루즈벨트는 48세, 케네디는 40대 초반, 클린턴은 44세에 당선됐고, 오바마도 47세로 당선됐다"며 "미국의 특징은 어려운 전환기에 젊은 지도자를 선택해 돌파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의 퇴진과 함께 위축됐던 민주당 내 '386' 그룹이 간만에 뿌듯함의 목소리를 낸 셈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실력의 빈곤을 드러낸 이들이 오바마 효과의 수혜자가 될지, 반대가 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오바마 정부의 한반도 정책 라인이 클린턴 정부 시절 라인으로 채워질 경우 김대중 전 대통령 휘하의 '동교동' 라인의 주가가 뛸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 비주류의 약진 기회?
  
  한나라당에도 오바마 파장이 세력 구도의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특히 그동안 보수강경파에 가려 보이지 않던 '보수 속 개혁'을 외치던 인물들이 기지개를 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 내에서는 소수파에 해당하나 '대미 관계'에서는 한 걸음 정도 앞서 있다고 평가 받는 정몽준 최고위원은 "미국 대선을 우리가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한나라당은 보수정당이라고 하는데, 이번 미국대선의 결과를 교훈으로 삼아 변화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해나가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인 한나라당 박진 의원도 '뜨고' 있다. 박 의원은 "우리의 과제는 '통미봉남'이라는 북한 정책을 '통미통남'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새 행정부와 대북정책 조율이 필요하고 미국관계 개선이 남북관계 개선으로 발전하도록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있다. 박 의원은 국회 외통위 의원외교단을 구성해 오는 17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기도 하다.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남경필, 원희룡 의원 등 40대 그룹의 행보도 주목된다. 남 의원은 "희망과 힘을 바탕으로 한 변화를 갈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높일 것"이라고, 원 의원은 "40대 리더라는 진취성은 21세기 시대정신으로 우리도 잠재적 리더들이 도전 속에 준비를 해야 하고, 당 내 젊은 정치인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미국 대선 결과를 평가했다. 이들은 한나라당에도 '개혁바람'이 불어오길 기다리는 눈치다.
  
  오바마는 적인가 아군인가
  
  그러나 여야의 '오바마 효과'에 대한 기대는 백일몽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 강경파의 '독자노선' 은 물론이고, 386인사들의 '호들갑'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1960년대 케네디의 뉴프런티어를 '40대 기수론'으로 소화해 일대 파란을 불러일으켰던 당시 민주당의 김영삼, 김대중 만한 인물이 있냐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오바마와의 관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2012년 미국과 한국에서는 동시에 대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은 한국 대선보다 한 달 앞선 2012년 11월 열린다. 다소 성급하지만 오바마 4년에 대한 평가와 재선 여부가 한국 대선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야권에서 오바마와 나름의 인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인사는 오히려 "경망스럽게 인맥을 따지고 있는데, 사회적 분위기 외에 정치인들의 사적 관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앞으로 정부와 여당이 오바마와 미국 민주당의 파트너가 될 텐데, 이런 구조 속에서 여당에서는 의사결정 라인에 끼지 못하면 의미가 없고, 역으로 민주당은 여전히 소외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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