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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검역 위반 작업장도 못 알리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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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검역 위반 작업장도 못 알리는 정부

[송기호 칼럼] 네브라스카 비프·스위프트 vs 대한민국

"일본은 광우병 전수검사를 해서 쇠고기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게 되었다. 미국이 왜 전수검사 채택에 소극적인지 이해할 수 없다." 노벨 생리 의학상 수상자인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프루시너 교수는 2004년 1월에 미국 하원 공청회에서 이렇게 증언하였다.

미국산 쇠고기 검역 실태의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국내 축산 농가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광우병 전수검사에 나설 것과 더 능동적으로 한우 유통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조언하고 싶다.

지금은 매우 중요한 때이다. 국내 축산 농가들 앞에는 더 안전한 쇠고기를 지금보다는 싼 값에 사먹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다. 국내 농가들이 미국 축산업자보다도 먼저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에 성공적으로 호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언제까지라도 국내 농가들을 마냥 기다려 줄 것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앞으로 동물성 사료 조치 등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낮추기 위한 조치들이 하나하나 선보일 것이다.

국내 축산 농가들이 좀 더 과감히 선제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지난 7월 21일, 한우협회와 전국 농민단체들이 광우병 전수검사를 요구했다. 한살림과 생협의 소비자들은 지금 10만 명의 서명을 목표로 전수검사 법제화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농림부는 한사코 전수검사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내 축산 농가들은 도시 소비자들과 더불어, 새로운 쇠고기 생산과 유통 틀을 만들어 내야 한다. 자발적인 광우병 검사를 마친 안전한 쇠고기를 중간 상인의 유통 이익 없이 소비자에 공급하는 새로운 유통 혁신을 만들어야 한다. 대규모화한 일부 축산 농가들보다는 중소 규모의 축산 농가에게 더 절실하고 시급한 문제이다.

이제야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이명박 정부 방식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검역이 시작된 지 4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정부가 미국 작업장이 광우병 검역 기준을 위반한 내용을 아직까지도 감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지난 10월 31일자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 답변한 문서에는 아래 표가 있다.
▲ 표: 미국산 쇠고기 불합격 사유별 작업장별 실적('08.6.26. - 9.30)

위 표를 보면,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검역이 시작된 때로부터 지난 9월 30일까지 총 18.7톤의 미국산 쇠고기에 광우병 검역 기준 위반이 있었다. 그런데 정부가 만든 표는 미국의 어떤 작업장이 어떤 내용의 위반을 했는지를 감추고 있다.

농림부가 작성한 표를 그대로 옮긴 위 표 맨 오른쪽의 '19336'은, 잘못하면 사람이 죽을 수 있는 대장균인 O157에 오염되었다는 이유로 미국 식약청이 제품회수(리콜) 명령을 내린 '네브라스카 비프' 작업장이다. 그래서 한국의 주부들이 농림부에 민원을 내어 이 회사 제품에 대해 수출 중단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던 곳이다. 위 표 가운데 '3D'는 작년 10월에 광우병 위험물질 혼입이 적발된 '스위프트' 작업장이다. 그 결과 미국산 쇠고기가 일체 검역중단되었다.

그리고 '2327'은 2006년 12월에 다이옥신 오염 쇠고기가 발견되어 2007년 8월까지 수출중단조치를 받은 '아이오와 퍼시픽'이다. (출처:농림부 2007.8.31.작성 <미국산 쇠고기 관련 주요 추진 사항>)
▲ 어쩌다 이 나라의 검역주권이 이렇게 초라하게 됐을까. ⓒ뉴시스

물론, 위 작업장들에서 생산한 쇠고기가 모두 안전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며, 나는 이들 작업장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들 작업장의 위생 상태를 알지 못한다. 이들을 감독하는 일은 국가의 몫이며, 위 표는 농림부의 표를 그대로 옮긴 것일 뿐이다.

내가 독자들과 함께 나누려 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위 표를 만든 방식이다. 정부가 위 표만 보아서는 위의 작업장들이 어떤 구체적인 위반을 했는지조차 알 수 없게끔 표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민변은 애초 분명히 해당 작업장을 제대로 알려달라고 문서공개를 신청했었다. 민변은 이 표를 받아 보고, 기가 막혀 농림부에게 이의신청을 했다. 놀랍게도 농림부는 기업비밀사항이라며 작업장별 위반 사항은 알려 줄 수 없다고 했다.

<저팬 투데이>에 의하면 일본은 지난 10월 29일, 미국 네브라스카에 있는 스위프트 회사 작업장에서 일본에 수출한 쇠고기 제품에 미국 정부의 20개월령 미만 보증서가 없다는 이유로 이 회사에 대해 수출중단조치를 취했다.

이럴 때에는 그저 일본이라는 나라가 부러울 뿐이다. 만일 동일한 상황이 한국에서 발생하면 한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이른바 '한국행 쇠고기 QSA'에 따라, 스위프트 사에게 쇠고기를 친절하게 돌려주는 일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본이 부러운 것은 아니다. 일본이 부러운 것은 적어도 일본은 미국의 어느 작업장이 어떤 위반을 했는지는 국민에게 알려 주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나라의 검역주권이 이렇게까지 초라하게 되었는가? 어쩌다가 미국의 작업장들의 위반 내용조차 국민에게 제대로 알릴 수 없는 정부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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