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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부실' 감사에서 이젠 '표적·하청' 감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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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부실' 감사에서 이젠 '표적·하청' 감사까지"

위기의 감사원, '권력 맞춤형 감사'로 위상 추락 자초

"김황식 원장이 감사원이랑 터가 안 맞나봐." 지난 17일 감사원에 대한 긴급 국정감사에 참석하기 위해 감사원에 들어서던 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말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바람 잘 날 없는' 감사원을 비꼰 말이다.

22일 주요 언론이 감사원 문제를 주요 기사로 다루는 등 감사원이 횟집의 도마에 올려진 활어와 같은 신세가 됐다. 쌀 직불금 파문으로 시작된 감사원의 감사결과 은폐 의혹이 감사원의 위상에 대한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김황식 감사원장의 인사청문회, 이명박 정부 들어서 실시된 KBS, 공기업 감사에 대한 '코드감사' 논란까지 다시 살이 발라질 태세다. 게다가 감사원 이석형 감사위원(차관급)이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의혹으로 사정당국의 내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이 쌀 직불금 감사 결과 은폐 의혹으로 비판받고 있는 데다, 6급 이하의 감사원 직원모임인 '실무자 협의회'가 "죽은 권력에 강하고 산 권력에는 약하다", "영혼 없는 감사원"이라며 실추된 감사원의 위상을 개탄하는 지경에 이르면서 감사원이 정국의 핵으로 부각됐다.

횟집 도마 위 활어 신세 감사원
▲ ⓒ연합뉴스

감사원에 대한 논란은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지난 5월 사표를 쓸 때부터 예고된 논란이었다. 감사원장 임기는 4년으로 전 전 원장은 임기가 1년여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전 전 원장에 대한 직간접적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 그의 사표 기사를 다룬 많은 언론들은 "후임 원장이 '코드 인선'이라는 지적에서 얼마나 자유로울지, 감사원의 독립성을 잘 유지해 나갈지 주목된다"고 썼다.

이후 '쌀 직불금' 파문으로 직격탄을 맞기는 했지만, 감사원의 위상 실추는 '권력 굴종적'인 KBS와 공기업 감사를 거치며 예고됐다는 지적이다. 협의회는 공기업 감사와 KBS 감사 등 감사원이 취한 일련의 행보를 비판하며 "세간의 비판에 그때마다 변명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며 "이미 감사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고 개탄했다.

실제로 감사원이 실시한 주요 감사를 보면 '코드감사'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웠다. 전 전 원장이 사표를 쓴 지 하루만에 뉴라이트전국연합이 KBS 감사를 청구했고, 특별감사를 결정했다. 결국 KBS에 대한 감사로 인해 정연주 전 사장을 내쫓을 근거를 마련해줬고, 정부의 이른바 '공기업 선진화'에 발맞춰 공기업들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국민감사청구위 모 감사위원이 "(경영실적 박스를) 보도자료를 낼 때 뺐으면 좋겠다. 이렇게 되면 '정연주 사장 경영 잘 했네'라고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되풀이되는 '코드감사' 논란 악순환

쌀 직불금 명단 은폐 의혹은 감사원의 이같은 행태가 비단 이명박 정부들어 새롭게 빚어진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최종적으로 청와대가 자료 폐기에 외압을 넣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직불금 문제와 관련해 노무현 정부와 감사원이 교감한 점은 드러났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지시에 의해 감사가 이뤄진 것은 물론, 감사결과 발표 이전에 청와대에 먼저 보고를 했다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측도 인정하는 바다.

공직사회 감사가 본연의 임무인 감사원이 쌀 직불금과 관련해 전체 공무원의 비위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표본 조사'를 통해 일부 공무원의 비위를 확인했었을 텐데, 이를 덮고 넘어간 것도 비판 받을 만한 일임이 분명하다.

한 감사원 관계자는 "참여정부 때 정책감사에 주력한 것이 사실이지만, 일부 사회적 이슈가 되는 의혹을 언론이 제기하면 감사원이 일단 감사를 실시한 뒤 검찰에 수사의뢰를 해 사법적 판단을 받게 하는 구조가 생겼다"며 "결국 이명박 정부도 감사원을 이렇게 이용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당시 '유전 개발', '행담도 개발' 의혹이 당시 현 정권인 노무현 정권을 직접 겨냥한 것이고, 이명박 정부에서의 감사는 전 정권을 겨냥한 것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결국 노무현 정부 시절에 감사원에게 독립적 위상에 걸맞는 현 정권 비리 감사 임무를 부여했지만, 결국 '감사원도 이용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기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하청감사·표적감사·청부감사 소리나 듣고 있으니"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감사원 실무자협의회가 내부 전산망에 올린 글에는 자괴감이 역력하다. "국민의 편에서 때로는 대통령과 권력에 맞서는 한이 있더라도 소신껏 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감사원의 미래도 없을 것"이라고 감사원 지도부의 대오각성을 촉구했다.

지난 17일 황급히 재 국정감사를 치른 감사원 별관 주변에서 한 직원은 "예전에는 '뒷북감사', '부실감사'라는 오명을 들었지만 감사원이 수사권을 가진 기관이 아니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이젠 '코드감사'라는 말을 넘어서 '청부감사', '하청감사', '표적감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 직원들 마음이 어떻겠느냐"고 한숨을 지었다.

감사원 직원도 공무원이지만, 다른 부처 공무원들을 감시하고 사무실을 뒤지는 자리이기 때문에 조직 분위기나 자부심 등에서 일반 공무원들과 좀 다른 측면이 있다. 자존심도 강하고 '꽉 막힌 사람들'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같아서는 일반 공무원들과 다를 게 뭐 있느냐"는 하소연이 들린다.

결국 "이참에 감사원을 대통령 밑에서 분리시켜 국회나 제4부로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 오히려 거센 인적 쇄신 요구가 '쇄신'에 이를 수 있을지, 김황식 원장이 이와 같은 내우외환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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