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순례단은 가을 더위 속에서 순례를 진행했다. 순례단은 "토요일이라 그런지 도로에 유달리 차량이 많았는데, 무덥기까지 했다"며 "하루 순례를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오자 순례자들은 더위에 지쳐 마무리 지점에 어디인지 자주 묻고, 목이 마르다며 물을 찾는 이들도 많았다"고 밝혔다.
이날 순례에는 전주 평화동 성당 신자들, 비로사의 스님들, '참여불교재가연대' 회원들, 전국 각지에서 온 1일 순례단원들 등 70여 명의 사람들이 함께했다.
늙은 농부의 눈물
최근 국정감사의 핫이슈는 쌀 직불금 문제다. 농사를 짓지 않는 이들이 양도세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쌀 직불금을 부정 수급해 농민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이날 순례 길에 한 농부가 찾아왔다.
논산 은진면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유재원 씨는 "순례단을 2일 전부터 일하면서 계속 봤었다"며 "너무 미안해 이제야 찾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말끝에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냐"며 눈물을 보였다.
"올해는 날씨가 좋아 수확이 좋다. 우리 같은 농부들은 일한 만큼만 생각하지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는다. 욕심 없이 사는 게 우리들이다. 하지만 이제는 논 1마지기 짓는데 11만 원 정도가 들어 갈 정도로 물가가 올라 살기 어려워지면서 농심도 변하는 것 같다. 시골 사람들끼리만 나눠먹고 살면 문제가 없는데, 도시에서 온 장사꾼들과 얘기를 하면 더 많은 욕심이 생기는 것 같다."
순례단은 "그의 눈물에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마음이 아프다"며 "우리는 사회 지도층이라는 염치없는 인간들이 농민들에게 지급되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조차도 갈취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 모두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농촌에서 공동체가 붕괴되어도 모른 척하고, 농업의 중요성을 무시하며 살았다"며 "이는 우리 모두의 잘못, 즉 공업(共業)이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유 씨는 점심시간 순례단을 위해 자신이 올해 수확한 햅쌀을 가져오기도 했다.
한편, 순례단이 논산고등학교 인근 1번 국도를 지날 때 교통 상황을 알려주는 전광판에 "오체투지국토순례단, 2차로 통제"라는 문구가 나와 순례자들은 "이제 우리를 국토순례단으로 불러야겠다"며 웃음 짓기도 했다.
지난 20일까지 쉰 순례단은 오체투지 순례 48일째인 현재 전날 순례를 종료한 지점에서 출발해 23번 국도와 4번 국도가 교차하는 논산 로터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오체투지 순례 카페 공지사항을 참고하면 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