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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결과 비공개…"대선 때문" VS "소작농 피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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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결과 비공개…"대선 때문" VS "소작농 피해 우려"

'쌀 직불금' 국정감사…감사원 "명단 공개 신중해야"

'쌀 직불금' 파문이 들불처럼 번지자 17일 급하게 실시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서 한나라당은 "청와대 주도로 감사 결과를 은폐한 것 아니냐"고, 민주당은 "쌀 직불금 부정 수령자 명단을 공개하라"고 감사원을 압박했다. 그러나 김황식 감사원장은 "내가 한 일이 아니다", "공개하면 속은 시원하겠지만 선의의 피해자를 방지하기 위해 명단 공개는 신중해야 한다"고 여야의 칼날을 피해 다녔다.
  
  한나라당 "대선 때문에 감사결과 비공개"
  
  한나라당은 감사원을 상대로 '감사 결과 은폐' 의혹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2007년 6월 20일 노무현 대통령이 감사 결과를 보고 받았고, 감사원이 감사결과 비공개 결정을 내린 것이 7월 26일인데,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느냐가 최대 쟁점이었다.
  
  비공개 결정을 내린 지난해 7월 26일의 감사원 회의록을 열람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주심 감사위원이 비공개를 제안했는데, 별 이의 없이 비공개가 확정됐다"며 "진지한 논의 없이 결정됐다"고 지적했다.
  
  국가 안보에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 아닌 쌀 직불금 감사 결과가 비공개 된 것은 매우 예외적인데도 너무나 쉽게 비공개 결정이 내려졌는데, 사전에 청와대와 의견 조율을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당시 회의에서 박종구 감사위원은 비공개 의견을 제시했고, 이에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공개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제시했으나 박 감사위원이 '대외비 정도로 하자'고 말한 뒤 비공개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선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고수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내용에도 직불금 수령자 중에서 공무원이 있다는 통계가 포함돼 있었고, 노 전 대통령은 상황의 심각함을 인식하고서 비공개를 결정했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러나 감사원 관계자들로부터 원하는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당시 주무 감사위원이었던 박종구 감사위원은 "4만여 명이 부정수급을 했는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료를 공개할 수 없었고, 통계치 등 정책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감사였다"며 "감사 결과가 밖에 나갔을 경우 엄청난 혼란이 일 수 밖에 없어 비공개 했다"고 말했다.
  
  쌀 직불금을 수령한 공무원만 4만여 명에 이른다는 '통계'만으로도 실명 공개 요구가 거세질 것이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작농에게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회적 파장을 우려해 제도적 개선 등 충분한 준비가 될 때까지 공개를 미루기로 했다는 것이다. 전윤철 전 원장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개 여부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김황식 원장 "선의의 피해자 우려. 명단 공개 신중해야"
  
  이와 같은 판단은 현재의 거센 명단 공개 요구에 대한 김황식 감사원장의 태도와도 비슷한 맥락이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쌀 직불금 수령자 명단을) 모르는 것은 국민과 민주당과 야당, 아는 것은 청와대와 정부, 한나라당 밖에 없다"며 집요하게 명단 공개를 요구했다.
  
  당시 대법관이었던 김황식 원장은 "법관을 한 사람으로서 음흉하게 숨길 생각은 없다. 내가 한 일도 아니다"면서도 "그런데 여론이 공무원 4만 명을 모두 패야 한다고 할 때 부화뇌동해서 명단을 공개하면 속은 시원하겠지만 정작 책임질 사람은 1000명 정도라고 할 때 선의의 피해자는 어떻게 하느냐. 가볍게 처신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김 원장은 "태산명동서일필(泰山銘動鼠一匹: 쥐 한 마리에 의해 태산이 울려 흔들린다)의 결과가 되면 감사원의 체면은 무엇이고 언론은 뭐가 되느냐"고 신중론을 굽히지 않았다.
  
감사원 직원 3~4명도 쌀 직불금 수령
  
  ○…쌀 직불금 실태를 감사한 감사원에서는 쌀 직불금을 수령한 직원이 없을까? 답은 "있다"이다. 김 원장은 "자체 조사를 해보니 서너 명이 직불금을 수령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다만 "모두 김포, 파주의 농촌에 주소지를 두고 출근하는 직원들로 현재 자경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더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공무원의 직불금 수령 문제가 '이해한다'는 수준으로 넘어갈지는 의문이다. 김 원장은 "상당수 농촌에 사는 지자체 공무원들이 근무하면서 농사도 짓는 사람들"이라며 "농사를 지으면서 수령했으면 정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확인작업, 이른바 '옥석 가리기'를 해야지 공개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인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친박연대 노철래 의원은 "지방에 살아봐서 아는데 지방 공무원과 교사들이 땅이 있으면 소작을 주지 아침에 일찍 출근하면서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감사원이 제시한 감사결과 비공개 이유 중 하나는 임차농(소작농)이 62%가 넘는 상황에서 쌀 직불금 논란이 일어날 경우 농지소유자가 자신이 받을 불이익 처분(농지처분명령 등)과 양도소득세 중과 등 회피를 위하여 임대차 관계를 일방적으로 해지할 소지가 있는 등으로 사회적 약자인 임차농에게 피해가 전가될 위험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감사를 맡았던 한현철 감사관은 "실태 조사를 나가 임차농으로부터 직불금을 타간 농지 소유자가 실제 경작하지 않고 있다는 확인서를 받았는데, 30분도 지나지 않아 쫓아와 '이 확인서 때문에 소유자가 나가라고 그러면 난 죽는다'며 자기가 써 준 확인서를 빼앗아 찢었다"며 "소유자가 피해를 입으면 임차농이 입는 피해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한 감사관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확인서를 받을 수 있지만 실제 경작자가 확인서를 써주지 않으면 시정 조치를 할 수 없다"며 "농지법에 따라 소유주가 실경작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농지처분 명령을 받는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작농이 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금년에는 쌀 직불금이 한 푼도 안 나갔다'는 한승수 총리의 특별담화 내용이 감사원 감사장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민주당 박영선, 박지원 의원은 "쌀 직불금은 3월과 11월 두 차례 지급되기 때문에 한 총리의 담화 내용은 거짓말"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이에 대해 감사원 측은 "3월 직불금은 2007년도 신청된 것이고 2007년 예산에서 지출된 것을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석하자, 박지원 의원은 "국민들한테 금년에 돈이 나갔으면 금년에 집행된 것이지 '작년도 예산이었으니까 금년에 안 나간 거다'라고 하는 것은 치사한 플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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