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이날 충남 논산 연무읍 인근의 1번 국도와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가 만나는 지점에서 순례를 시작해 논산 훈련소를 지나 연무 지역의 고분마을에서 일정을 마쳤다.
이날 오전엔 안개가 많이 꼈다. 순례단은 "짙은 안개 때문에 어디가 어딘지 길을 제대로 분간하기도 힘든 지경이어서 멀리서 차량이 안개등을 켜고 다가오면 50m 내외에서 확인될 뿐"이라며 "차량을 통제하기 위해 멀리 나간 진행팀원 역시 차량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 우리 사회의 모습 같았다"며 "민심을 진압했다고 잔치를 하는 세상에 절망하기보다 그 무지와 오만에 연민의 눈길을 보내며 우리 공동체의 희망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논산 훈련소를 지나며, 평화를 생각하다
이들은 이날 순례를 하는 내내 훈련소에서 들려오는 총소리를 듣고, 군장을 메고 행진하는 군인들도 마주쳤다. 순례단은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이 '전쟁'을 배우기보다, '생명과 평화'를 노래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평화의 의미는 각자가 처한 처지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노래 <평화가 무엇이냐>를 인용했다.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가 원직복직하는 것이 평화 / 두꺼비 맹꽁이 도롱뇽이 서식처 잃지 않는 것이 평화 / 가고 싶은 곳을 장애인도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평화 / 이 땅을 일궈온 농민들이 더 이상 빼앗기지 않는 것이 평화 / 성매매 성폭력 성차별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 / 군대와 전쟁이 없는 세상 / 신나게 노래 부르는 것이 평화 / 배고픔이 없는 세상 서러움이 없는 세상 / 쫓겨나지 않는 세상 군림하지 않는 세상…."
이들은 "모든 이들에게 평화의 뜻은 다르겠지만, '평화와 반(反)평화'에 대해서 몸으로 느끼고, '평화의 길'이 '생명의 길'이며 '사람이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올곧게 찾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며 "내 안의 평화를 위해 작은 기도를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순례에 참가한 선현숙 씨는 "오체투지 순례에 참여하면서, 낮은 곳에 임하는 순례자들의 모습에 그동안 나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만 기도했던 것을 세상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으로 바뀐 것 같다"며 "이 순례로 커다란 사회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작은 불씨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후 순례는 1시간가량 출발이 지연되기도 했다. 이날이 신병들의 훈련소 입소 날이라 차도에 차량이 매우 붐볐기 때문이다.
오체투지 순례 44일째인 17일 순례단은 충남 논산 은진면 연서리 방축교에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순례단은 순례자들의 피곤이 누적돼 오는 18일 순례를 진행하고, 20일까지 쉴 예정이다. 순례는 오는 21일 다시 시작된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오체투지 순례 카페 공지사항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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