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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렴치범' 색출하자…'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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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파렴치범' 색출하자…'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쌀 직불금 비리', 벌거벗은 공직사회 도덕성

"피아를 구분하지 않겠다."(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 "정당의 유불리를 떠나서 파렴치한 공직자를 색출해내야 한다."(민주당 최재성 대변인)

여야가 한 목소리로 '공직자 쌀 직불금 비리'를 파헤치겠다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회 내 진상조사 특위를 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한 단계 높여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는 별도로 정부가 이미 실태 조사에 나섰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미 화살은 활시위를 떠났고, 이제 화살이 어디에 어느 정도 깊숙이 박히는냐가 관건이다.

한나라당, 자신만만?
▲ 지난 5월 모내기 돕기에 나선 한나라당 당직자들. 쌀 직불금 파문으로 성난 농심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 ⓒ한나라당

우선 정가에서는 전면전 수준이 된 여야의 직불금 전쟁 승리자가 누구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이 자신 있게 나서고 있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이미 현 정부 공직자의 직불금 신청 자료를 확보한 한나라당이 정부직 고위공직자에서는 큰 문제점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역공의 포문을 열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15일 "고위공무원단 1500명 중 본인 명의로 직불금을 수령한 공무원은 3명 정도 된다는 보고를 정부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자체조사에서 논란을 키울 수 있는 장차관급 이상에서는 직불금 신청자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봉화 차관 외에는 정치적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오히려 '노무현 정권 공직자 도덕성 해이'를 부각시킬 수 있는 역공 카드가 될 수도 있다. 감사원의 2006년도 실태도사 결과를 발 빠르게 공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를 통해 수세적이었던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 논란에 대해 물타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노무현 정부 때 무너진 공직자 기강을 이명박 정부가 바로 잡았다'고 선전할 수도 있다.

민주당, 논개 작전?

민주당은 이 차관을 둘러싼 논란이 2차 '강부자 인사' 파문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에 승기를 잡았다는 눈치다. 이봉화 차관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쌀 직불금 문제를 전체 공무원 사회로 확산시키는데 나름대로 성공했다. 한나라당에서 "노무현 정권의 부패"라고 역공을 펴고 있지만 사실 민주당으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전직 고위공직자 10명이 걸리더라도 상징성 있는 현직 고위공직자 1명만 걸리면 여론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반 공무원의 경우 어쨌거나 '전직'이 아니라 '현직' 공무원이어서 이명박 정부의 공직사회 기강 문제로 포커스를 집중시킬 수 있다.

한 민주당 중진은 "한나라당이 국정감사를 참여정부 실패론으로 끌고 가려 했지만 국민들에게 과거 정권의 무능은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이미 강부자 내각, 부자들을 위한 감세라는 이미지를 쓰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 여당은 한 명만 더 걸려도 타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미 우리는 이봉화라는 카드를 쥐고 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다만 찜찜한 점이 있다. 야당으로서 정보 접근에 한계가 있다는 것. 직불금 사정 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힘들다는 얘기다. 반대로 한나라당은 막강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야당을 압박할 수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의 '3명 찾았다'는 발언에 민주당은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최재성 대변인은 "야당의 경우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정부 여당이 쌀 직불금과 관련된 공무원 명단을 손에 쥐고 있는 상태에서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명단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따라서 민주당은 국정조사 등 국회에서 주도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진상조사 특위'를 언급했지만, 별도의 법률에 따라 강제성을 갖고 조사를 할 수 있는 국정조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또 이대로 정부가 조사해서 내놓은 자료를 받고서 '그래 믿을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제2의 쇠고기 파동?

이번 문제의 차원은 그러나 단순한 여야의 정국주도권 쟁탈전 수준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의 2006년 실태 조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다. 직불금 수령 공무원만 4만여 명에 이르고 공기업 임직원도 6000여 명이었다. 물론 지방공무원의 경우 가족이 농사를 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부정 수령자는 줄어들 수 있지만, 서울·과천 거주 공무원만 500여 명이라는 점만으로도 문제는 심각하다.

특히 회사원(10만여 명), 금융계(8442명),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2143명), 언론계(463명)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점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직불금을 탄 금융계 인사들의 평균소득은 6280만 원이었고, 전문직 평균소득은 7591만 원이었다. 평균소득 1억1748만 원의 임대업자 52명도 직불금을 타갔다.
▲ 감사원

이미 홍준표 원내대표부터 직불금 부정 수령이 '형법상 사기죄'라고 공언했기 때문에 비리의 규모가 드러난 이상 그냥 덮고 갈 일이 아니다.

게다가 형법 위반은 물론 가장 무서운 법이라는 '국민정서법'을 이미 위반했다. 본인이 직접 경작하지 않는 부재지주들이 굳이 직불금을 챙긴 이유가 '부동산 투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농심은 벌써 부글부글 끓고 있다.

감사원은 "자경을 하지 않는 지주는 농지처분명령 등 농지법 위반에 따른 각종 불이익 처분을 회피하기 위해 농지 임대차 사실을 은폐하고 자경하는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직불금을 자신이 수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8년 동안 자경할 경우 양도소득세 면제혜택을 받는 점도 직불금 비리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 감사원

과정도 악랄하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면 경기도 김포, 파주, 용인, 포천의 1752호의 농가 중 직불금을 신청하지 않은 농가가 1331호로 미신청 농가 비율이 무려 76%에 달했다. 개발 기대감이 높은 수도권으로 대부분의 농지가 도시에 거주하는 부재지주라는 점이 확인된 셈인데, 감사원은 "지주의 압력과 반대로 직불금 신청을 일부 누락하거나 아예 신청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 됐다"고 밝혔다. 지주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더 큰 이익(투기)을 위해 약자인 농민의 직불금까지 수탈해간 셈이다.

'직불금 사정' 바람이 공직사회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번 분위기를 타면서 현장(농촌)에서 '직불금 타간 지주'에 대한 고발이 쏟아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정부, 사태 심각성 파악?

따라서 이 문제가 일부 고위공직자를 색출하고 처벌하는 정략적 합의 선에서 끝난다면 이명박 정부와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포함돼 정치권 전반의 부도덕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당장 전현 정권에서 자유로운 자유선진당과 민주노동당은 "전부 다 밝혀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고,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반대할 수 없는 입장이다.

또 직불금 문제가 불거진 시점이 '아스팔트 농사기'라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전통적으로 10~11월은 추수를 끝낸 농민들이 한 해 농사를 정리하며 계산기를 두들겨 보면 '악'밖에 남지 않아 머리띠 둘러매고 거리로 나서는 험악한 때다. 안 그래도 울고 싶은 농민에게 쌀 직불금으로 따귀를 때린 셈이다.

이밖에 감사원이 이런 '천인공노'(天人共怒)할 감사 결과를 얻고서도 발표하지 않은 점도 반드시 밝혀야 하고, 논란이 되는 와중에 허겁지겁 직불금 신청자를 변경하는 사례가 없는지도 감시해서 적발해내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제도적 보완도 필수 과제다.

이와 같이 사안의 심각성이 크다는 것을 인지한 정부와 여당이 쇠고기 파동 때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주도적으로 신속하게 '털고 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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