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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평화를 위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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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평화를 위해 기도합니다"

[오체투지 42일째] "맑은 소리를 내는 죽비처럼"

오체투지 순례 41일째인 지난 14일 순례단은 전북 익산 여산 삼거리에서 출발해 종료 예정지였던 교창 삼거리를 지나 원불교 여산교당 앞에서 일정을 종료했다.

순례단은 이런 속도라면 오는 26일 순례 목적지인 충남 계룡산 신원사에 있는 중악단(中嶽壇)에 도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악단은 조선시대에 국가에서 계룡산 신에게 제사를 지낸 곳이다.

이번 순례는 지리산 하악단에서 출발해 이곳까지 가는 것이고, 내년에 다시 이곳에서 북한에 있는 묘향산 상악단까지 오체투지 순례를 이어갈 예정이다. 상악단과 하악단도 조선시대 국가 차원에서 제사를 지낸 곳이다.

순례단은 "이날 순례는 한적한 국도에서 진행돼 하루 종일 평화로웠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후 햇살은 여전히 따갑지만, 처음 순례를 시작 때 손을 대면 뜨거웠던 차도는 이제 냉기마저 느낄 정도로 차가워졌다"며 "벌어진 일교차에 순례자들의 건강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오전에 오체투지를 하면 순례자들이 아스팔트에 몸을 대고 호흡을 한 자욱이 남아있을 정도였다.

갈라진 나무판…"자신의 몸이 깨지는 아픔에도"
▲ 갈라진 나무판. "그동안 죽비와 나무판은 순례자의 영혼을 깨우며, 지친 몸을 일깨우는 엄한 가르침의 소리였다." ⓒ오체투지순례단

이날은 그동안 순례의 시작과 끝, 휴식을 알리는 시계 역할을 했던 나무판이 갈라졌다. 이 역할을 했던 죽비는 너무 많이 쳐서 오래 전에 갈라졌고, 순례단은 대신해 더 튼튼한 나무판을 사용해 왔다. 그 나무판마저 이날 갈라진 것이다.

순례단은 "그동안 죽비와 나무판은 순례자의 영혼을 깨우며, 지친 몸을 일깨우는 엄한 가르침의 소리였다"며 "비록 죽비와 나무판이 갈라져 처음 소리와 달라졌지만 여전히 맑은 소리로 깨어있으라는 가르침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자신을 태워 사회를 밝히는 촛불처럼 죽비와 나무판도 서로 자신의 몸이 깨지는 아픔에도 맑은 소리를 주며 순례자들에게 깨어있으라는 엄한 가르침을 주었다"고 밝혔다.

"조국의 평화를 위해 기도합니다"

이날 진행 팀의 마웅저 씨가 잠시 서울에 갈 일이 생겼다. 그는 최근 대법원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지만, 아직 행정 절차가 남아 있어서 체류 연장 신청을 하러 간 것이다.

대한민국은 난민 지위를 신청한 상태에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동안엔 체류가 가능하다. 하지만,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일자리를 얻을 수 없다. 또 3개월 마다 체류 연장 신청을 해야한다. 마웅저 씨는 지난 1994년 한국에 와서 지난 2000년에 난민 지위 불허 판정을 받고, 항소해 지난달 25일 대법원에서 난민 지위 불허 판정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는 한국에 와서 지금까지 이 생활을 지속해 왔던 것이다.

순례단은 "대한민국에서 2000여 명의 난민 신청자 중 77명만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그 비율이 3.6%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난민을 받을 정신적인 여유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아예 받을 생각이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난민에 대해 상대국가와의 국제정치 관계로만 판단하는 관행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며 "버마 민주화 운동에 대한 정치적 판단보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인정해 줄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 평화를 위한 첫 발걸음"이라며 "마웅저 씨는 오늘도 조국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순례를 향한 따뜻한 시선
▲ 마을 주민이 순례단을 바라보고 있다. ⓒ오체투지순례단

이날도 순례단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들이 있었다. 순례단이 지나는 마을에서는 오체투지 순례를 처음 봤지만, 좋은 일이라면서 음료수 한 박스를 선물하고, 지나는 차량의 운전자는 차를 잠시 세우고 합장을 한 후 가거나, 내려서 인사하는 이들이 있었다.

순례단은 "최근에는 순례단을 지나는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면서 손을 흔드는 일이 많아졌다"며 "오늘처럼 여유로운 도로에서 이 같은 일이 더 많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나부터 변해야 합니다"

한편, 이날 1일 순례단원으로서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 회원들과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 회원들이 참여했다.

맑고 향기롭게 회원 김자경 씨는 "오체투지를 하는 것은 내 자신부터 먼저 돌아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며 "직접 해보니 낮은 곳에서 먼저 출발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배운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것을 보고 어떻게 이런 가치가 세상에 받아들여질까 놀랐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오관영 씨도 "현대 사회는 성장, 경쟁,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일상적인 가치가 돼 버렸다"며 "결국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좋아지지 않을 것 같으니 나부터 먼저 변해야겠다"고 말했다.

오체투지 순례 42일째인 15일 순례단은 여산면 마전R SK주유소에서 일정을 마칠 예정이다.
▲ 휴식 중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는 세 성직자. ⓒ오체투지순례단

▲ 가을이라 오전에 기온이 꽤 낮다. 오전에 오체투지를 하면 이젠 순례자들이 아스팔트에 몸을 대고 호흡을 한 자욱이 남아있을 정도다. ⓒ오체투지순례단

▲ 시골 방앗간을 지나는 순례단. ⓒ오체투지순례단

▲ 벼를 말리는 농민 옆을 지나는 순례단. ⓒ오체투지순례단

▲ 오체투지가 힘들어도 서로 격려해주는 수경 스님과 전종훈 신부. ⓒ오체투지순례단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오체투지 순례 카페 공지사항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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