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미사는 천주교 전주교구 '정의구현사제단'과 '정의평화위원회'가 공동 주최했으며, 불교·천주교·개신교·원불교 등 다양한 종교를 가진 이들 700여 명이 참석했다. 치명자산 성지는 1801년(순조 1년) 신유박해 당시 처형된 최초의 천주교 순교자들이 묻힌 곳이다.
순례단은 미사에 대해 "이 땅의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는 지극한 정성과 마음은 서로 모이고 서로 만나면서 더 커진다"며 "비록 입은 옷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지만,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것은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고자 하는 간절한 한마음 때문"이라고 밝혔다.
순례단은 오전 9시에서 11시까지 2시간 동안 이곳 성지를 오체투지로 3바퀴 돌고 미사에 임했다.
오랜만에 흙길에서 오체투지를 하다…"대지를 껴안듯"
오전 동안 진행된 오체투지 순례는 그동안 아스팔트 차도에서 진행된 것과 달리 흙길과 자갈길에서 진행됐다. 세 성직자와 순례자들은 "대지의 향기가 무척이나 좋다"며 "자갈 때문에 몸에 상처가 나도 아스팔트와 달리 피곤하지 않다"고 말했다. 어떤 이는 "대지를 껴안는 기분"이라고 밝혔다.
이날 순례 길에는 오전 9시 출발 시각부터 약 40명의 사람이 함께했으며, 오전 11시 순례를 마칠 때에는 100여 명의 사람이 함께했다. 이들은 세 성직자를 비롯해 고산산촌유학센터의 학생들, 각 성당에서 온 참여자들, 거제, 부산, 울산, 안동, 청주, 서울 등 다양한 곳에서 온 1일 순례단원들이었다.
전주 평화동 성당의 이기권 씨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람과 국민, 나아가 사람과 하늘이 소통이 원만히 이루어질 때 하늘나라가 건설될 것"이라며 "그것이 안 되기 때문에 세 성직자가 이리도 애를 쓰는 것이어서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순복 씨도 "우리는 부를 축적하려고, 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모든 바른 가치가 무너지고 있다"며 "평화의 길을 위해서는 내 입장만 고집하지 않고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남의 말을 들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지 않는 것은 삶의 평화를 깨는 것"
이날 미사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장인 송년홍 신부가 집전했고, 특별히 수덕사 수좌이자 서울 화계사 회주인 설정 스님이 강론자로 나섰다. 순례단은 "설정 스님이 천주교 미사의 특별 강론을 맡은 것은 종교 간의 화합을 실천하고, 오체투지 순례단을 격려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천주교 미사에 처음 참석했다는 설정 스님은 "근간에 종교편향 문제가 거론됐지만, 이는 가장 편협하고 모자란 사람들이 한 것"이라며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지 않는 것은 삶의 평화를 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별히 환경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물질가치는 가장 하위 가치이며, '자연과 내가 다르지 않다'는 생명가치야말로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것이다.
또 그는 "최근 우리 사회의 신의가 무너지고 있다"며 "계층과 계층 사이, 국민과 국민이 분열되고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이 지금의 기도순례"라며 관심을 촉구했다.
설정 스님의 특별강론 이후 화해상생마당의 이부영 전 의원도 격려사를 통해 "사람의 말이 바로 신뢰"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 집회 참여자들을 탄압하고, 자신의 비판자들을 색깔론으로 탄압하고,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가고, 종교 편향으로 사회를 분열시키는 것은 국민을 통합하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세 성직자는 이명박 정부에 신뢰를 세워 달라고 오체투지 고행기도로 요청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기도는 목숨을 걸고 드리는 기도"라고 강조했다. 순례단은 이날 미사 후 하루 일정을 종료했다. 오체투지 순례 40일째인 13일 현재 전북 익산 IC 요금소 인근에서 순례를 시작해 799번 국도에 있는 쑥고개 정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오체투지 순례 카페 공지사항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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