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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가 나서 농지세탁에 투기까지?"

[우석훈 칼럼]국토부 농지은행, 위헌이다

1.

한국의 우파들과 극우파들이 10년 '좌파 정부'에서 정권을 가지고 가게 된 사건은 내가 이해하는 바에 의하면 '한미 FTA 추진'과 '종부세'라는 두 개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떻게 이해를 하든, 지금의 민주당이 어떻게 미사여구를 꾸미든, 한미 FTA에 반대하는 절반 정도의 국민들은 아무리 한나라당이 싫더라도 적극적으로 민주당을 위해 투표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앞으로도 당분간 그럴 것 같다. 아무리 민주노동당이 이상해보이거나, 진보신당이 허약해 보이더라도, 한미 FTA를 추진하는 민주당에게 표를 주거나 열성을 보이지는 않을 국민이 절반 정도는 될 것 같다.

종부세는 2~3%의 부자들에게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열심히 무엇인가 해야 할 이유를 주었던 것 같다. 3%가 1명씩 설득하면 6%, 그리고 2명씩 설득하면 9%가 된다. 2~3%의 한국의 지배층이 자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각각 10명씩 설득하거나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현재의 대통령에 대한 30% 내외의 지지율이 설명될 수 있다.

이게 내가 가장 간단하게 이해하는 지난 대선의 결과이고, 지금의 정치 구조이다. 한나라당은 종부세를 정점으로 하는 30% 내외의 지지 이상을 결코 얻을 수 없고, 한미 FTA를 열성적으로 추진하는 한에서 민주당은 이에 대한 반사이익을 절대로 누릴 수 없고, 집권 프로그램을 설득력있게 제시하지 않는 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빨갱이 프레임'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게 되어있다.

그리고 이런 불안한 정치를 위태위태하게 지켜주고 있는 것을 바로 '9차 개정헌법'으로 이해하고 있다. 한국의 극우파에서 극좌파까지 대체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 87년에 만들어진 9차 개정헌법이고, 이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에서 경제 민주화의 원리까지, 모두들 조금씩 불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 헌법을 가지고 서로 합의할 수 있는 논의의 틀을 만드는 것이 지금 상황이 아닐까 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2% 미만에게 해당되는 종부세 폐지에 대해서도 현 정부가 권위를 빌려오는 것은 바로 헌법이고, 이 논란 많던 종부세의 운명은 현재 9차 개정헌법이 만들어낸 헌법제판소에 달려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정권의 기반 역시 본인들이 이해하든 이해하지 않든, 이 87년 헌법 위에 서 있고, 실제 행위도 그러하다.

그러므로 속 마음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명박 정부도 종종 헌법에 호소하는 것 같고, 우리 모두에게 헌법을 지키자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럼, 제발 정부도 이 헌법을 지키길 바란다.

2.
▲ 국토해양부의 '농지은행' 계획은 경자유전의 원칙을 명시한 헌법에 위배된다. ⓒ프레시안

한국 헌법은 제헌헌법부터 경자유전의 정신을 가지고 있었는데, 헌법에 명시적으로 '경자유전'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 역시 9차 개정헌법이다. '강부자 내각'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명박 정부의 고위공직자 중 농지투기를 했던 사람들 중 일부는, 법률 조항을 잘 몰랐을 뿐이라고 강변하기도 했었는데, 원칙대로 따지면 이 사람들은 헌법 위반이다. 농사짓지 않을 사람이 농지를 소유하면 안될 뿐더러, '소작'을 붙이는 행위 역시 헌법이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 경자유전의 원칙을 처음 제대로 깨려고 했던 것은 불행히도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농업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농지법을 개정하여 2005년부터 농림부에서 '농지임대수탁'이라는 이름으로 농지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원래 참여정부의 계획은 사실상 돈 세탁에 가까운 농지 세탁을 하기 위한 목적의 농지은행이었었는데, 입법 과정에서 사회적 논란을 거쳐 헌법의 경자유전을 훼손하지 않을 정도의 애매한 형태가 되었다.

그런데 이번 이명박 정부에서 농림부의 '농지은행'이 아니라, 국토개발을 위한 '농지은행'을 제대로 만들겠다고 발표하였다. 목적은 농지를 없애고 개발지로 바꾸는 행위를 쉽게 하겠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 '국토난개발부'에 불과한 국토해양부에서 자기들도 농지를 가지겠다고 한다. 게다가 이를 위해서 '토지수용권'도 가지겠다는 말이다.

비유를 들자면, 테헤란로에 난립했던 농지투기를 주도하던 농지투기 회사의 업무를 아예 정부가 대리하겠다는 말이고, 민간이 하면 농지를 강제로 뺏는 토지수용이 어려우니까, 정부가 나서서 농지에 골프장과 공장부지를 만들어주겠다는 말이다. 즉, 농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절대농지를 비롯한 아무 곳에나 정부가 나서서 농민들이 땅을 강제로 뺏고, 이는 농지투기꾼들의 돈으로 하겠다는 말이다.

아마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소망교회 장로 친구들이 어지간히 농지투기들을 많이 했는가 보다. 그리고 그 땅의 일부가 절대농지로 묶여있거나 생태보호지역에 걸쳐 있으니, 이를 정부가 나서서 개발지로 바꾸고, 골프장도 만들고, 도로도 만들고, 그런 일을 시급히 할 필요가 있나보다. 게다가 서민들은 지금 죽겠다고 하는 이 와중에도, 농지은행을 통해서 농지투기를 할 자금들을 그의 친구들은 충분히 가지고 있는가보다.

3.

농림부가 이미 농지은행을 운영하고 있는데, 국토해양부가 자신들도 농지은행을 가지겠다는 이 새로운 정책의 목표와 효과는 뚜렷하다. 대통령과 그의 친구들이 여기에 돈을 맡기면, 농지법에 의한 농지투기의 논란 없이 마음대로 투기를 할 수 있고, 특히 정부에 줄을 댈 수 있는 사람들이 기존에 사둔 '부재 지주' 토지 위주로 땅값을 수십배 혹은 수백배 올려주는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서브 프라임 위기로 전세계가 금융공황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이 때에 말이다.

말린다고 안 할 사람들도 아니고, 지금의 국회 구성을 포함해서, 말릴 사람도 별로 없어 보인다. 이미 농업은 '포기 정책'으로 일관하는 이 정부에서 힘으로 농지은행이 아니라 농지 세탁을 넘어 공공자금으로 농지 투기와 개발을 하겠다는데, 한국에서 이들을 말릴 수 있을 힘이나 목소리를 가진 사람도 이미 없어 보인다. 이 정책은 어차피 망한 농업, 대통령과 그의 친구들 주머니가 좀 채워주자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만약 한국에 지금 공장부지가 부족해서 실물경제가 어려운 것이라면, 농지은행이 약간의 설명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지방 공단이 텅텅 비어가고, 입주율 50%를 넘기기가 어려운 데다가 새만금 등 엄청나게 많은 공업지역의 부지를 신규로 조성하고 있다.

현재도 공단 지역이 텅텅 비는데도 불구하고, 그린벨트를 풀어서 새로이 기업용 공업단지를 공급하겠다고 해놓고, 이것도 부족해 농지도 풀겠다고? 국민경제가 아무리 망해도, 남아있는 집권 4년 동안이면,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친구들이 부자되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는 논리 외에도 그 어떤 합리성도 이 정책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좋다. 대통령의 힘이 좋아서, 자신도 부자되고 친구들도 부자되게 만들겠다는 데에, 누가 나서서 말릴 것인가? 다 좋다.

그러나 이 국토해양부의 농지은행은, 개헌부터 하고 나서 추진하시기 바란다. 눈에 가시 같은 헌법 121조의 경자유전 조항부터 없애고 추진하시기 바란다. 헌법 무시하고 반헌법 정책으로 일관할 것이면, 종부세 위헌 소송을 취하하던지, 아니면 그래도 헌법은 지킬 것이라면 국토해양부의 농지은행 역시 명시적이고 직접적인 헌법 위반이니 당장 중지하던지.

어차피 투기 정부라고 우리가 다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헌법의 권위 위에 선 대통령인데, 헌법만은 지키시기 바란다. 87년 9차 개정헌법 때, 한국에 농지 투기를 장려하는 대통령이 생길 것이라고 차마 헌법학자들이 상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헌법인데. 노무현 대통령도 농지투기 장려할까 했었는데, 위헌이라서 거두어들인 것이다. 헌법은 지난 20년 동안 바뀐 것은 없는데, 이 정도로 본격 농지투기 대통령 앞에 서서 농업을 지키고 있는 마지막 보루가 바로 헌법 121조 경자유전 조항이다.

억울한가? 그러면 헌법부터 바꾸시기 바란다. 여전히 대통령의 권위는 헌법에서 나오는 것이 대한민국의 공법 환경이다. 어차피 2%가 지배하는 땅부자들의 정부겠지만, 한국의 헌법은 모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지, 아직은 2%의 헌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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