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수경 스님, 무릎 악화에도 순례 계속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수경 스님, 무릎 악화에도 순례 계속

[오체투지 37일째] "바라만 보던 시민, 오체투지 함께하다"

오체투지 순례 36일째인 지난 9일, 순례단에 갑작스런 일이 발생했다. 오체투지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던 한 시민이 오체투지 행렬 뒤에 참가하더니, 오전 내내 오체투지로 순례단과 함께했던 것.

그 동안 순례에 참여한 사람들은 오체투지를 하려고 일부러 순례단을 찾거나, 우연히 지나는 순례단을 보고 구경만 하거나, 아니면 반배를 하는 정도였는데, 구경하던 사람이 오체투지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의 갑작스런 사과는 국민을 기만한 것이지만…"

순례단이 순례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북 완주군 봉동읍 외곽 799번 도로를 만나는 교차로 지점을 지날 때였다. 도로 맞은편에 위치한 철물점에서 일하고 있던 이한표 씨가 황급히 왕복 6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중앙선에 멈춰 서 박수를 치며 순례단에 "힘내라"는 격려를 해주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순례단 뒷줄에 들어와 오체투지를 해 순례단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TV에서 본 적이 있어서 나도 한 번 참여하고 싶어서 해 봤는데, 막상 해보니 보기와 달리 힘들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하기는 힘들어도 오체투지는 몸 자보에 쓰인 것처럼 정말 '사람과 생명, 평화를 위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는 다른 것은 잘 모르지만, 지도자는 지도자답게, 농민은 농민답게, 성직자들은 성직자답게 사는 것이 세상을 올바르게 만드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오전을 순례단과 함께 했다.
▲도로 맞은편에 위치한 철물점에서 일하고 있던 이한표 씨가 황급히 왕복 6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오더니 갑자기 순례단 뒷줄에 들어와 오체투지를 했다.그는 일을 하다가 나왔는지 작업복을 입고 목장갑을 낀 상태였다. ⓒ오체투지순례단

또 완주군 종합복지관 앞에서 휴식을 취하다 출발하려는 순례단 앞에 벤츠 한 대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이온음료 한 박스를 건네고 사라졌다. 운전자는 "고향이 근처라 방문했다가 돌아가는 길에 좋은 일 하는 분들 마시고 힘내라고 들른 것"이라며 이름이라도 알려달라는 진행 팀의 부탁도 거절한 채 그 자리를 떠났다. 이렇게 예상치 않게 찾아온 순례자들을 보며 세 성직자는 말없이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고.

순례단은 "순례 길에서 예기치 못한 일을 만날 때 당혹스러움도 있지만, 잔잔한 미소가 번지는 경우도 있다"며 "오늘 일이 그랬고, 모두 순례단을 향한 관심이었고 격려였기에 더욱 고마웠다"고 밝혔다.

순례단은 "'갑작스럽다'는 것은 사전적 의미로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이 급하게 일어난 데가 있다'는 말"이라며 "권력자의 갑작스러운 사과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었지만, 이웃들이 순례에 갑작스레 방문한 것은 '희망을 만드는데 함께하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듯, 민주주의 후퇴도 용납될 수 없다"

순례단은 이날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 순례를 진행했다. 전날 순례를 마친 지점은 봉동읍 치안센터에서 출발해 전주 현대자동차공장 건너편 SK주유소에서 순례 일정을 마쳤다. 이날은 그동안 화물차들로 붐볐던 17번 국도를 벗어나 한산한 799번 국도로 진입했다. 순례단은 "왕복 6차선에 갓길마저 여유가 있고, 차량도 적어 지금까지 지나온 도로 중에서 가장 여유로웠다"고 밝혔다.

순례단이 지나는 길, 순례단은 수확한 곡물을 말리는 농민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마주했다. 한가한 도로와 달리 도로 갓길에서는 농민들이 벼를 말리느라 분주했다.
▲한산한 799번 국도 ⓒ오체투지순례단

▲한가한 도로와 달리 도로 갓길에서는 농민들이 벼를 말리느라 분주했다. ⓒ오체투지순례단

순례단은 "오랜만에 여유가 있는 도로를 따라 간 것이 아니라, 가을걷이가 한창인 농지 옆을 따라 농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자연의 섭리를 마음속에 담으면서 하루 순례를 진행했다"며 "자연의 논리를 따르는 사람들은 땅의 기운을 거스르지 않고, 힘의 논리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으며 더불어 공존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렇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듯 민주주의 역사 자체를 후퇴시키는 행위는 무엇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순례단을 보고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온 이현성 씨는 "세상이 답답하게 느껴져 나왔다"며 "문제는 소통"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유가 무너지는 것이 순식간이라고 하는데, 표현의 자유나 개인적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어 국민의 뜻에 따라 나라를 이끌어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용순 씨도 "위정자들은 사람들을 사회적 도구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철지난 낡은 이념대립 구도로 국민을 또 분열시키려 하는 모습을 연민의 눈으로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오체투지를 직접 한 마웅저 씨는 "버마는 투쟁일변도의 운동방식으로 군부독재 타도만을 얘기했지만, 개인 내부의 문제는 도외시 했다"며 "오체투지는 우리의 잘못과 실수를 반성하고 나아가 바른 길로 변화할 수 있는 좋은 운동방식"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수경 스님, 악화된 무릎 상태에도 계속 오체투지…"내 모습에서 희망을 봤으면"

이날 수경 스님의 무릎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순례단은 "오전 순례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쉬는 시간에는 어김없이 얼음주머니로 수경 스님의 무릎을 문질렀다"며 "문규현 신부는 도반의 아픔을 한참 살펴보더니, 말없이 수경 스님의 무릎에 진통제를 바르고, 전종훈 신부는 '어디에 태워서라도 함께 가자'며 역시 얼음주머니를 챙기는 모습에 두 성직자의 마음고생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고 전했다.

수경 스님은 "세상살이가 힘겹고, 시대를 거꾸로 돌리려는 모습에 화가 나도 대응할 수 없어 답답해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으로 인해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오체투지 순례 37일째인 10일 현재 순례단은 전주 현대자동차공장 인근에서 순례를 시작해 호남고속도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오는 11일에는 치명자산 성지 입구에서 오전 11시 미사를 드리고 오전 일정까지만 순례를 진행할 예정이고, 12일에는 하루 쉰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 휴식 중인 성직자들 ⓒ오체투지순례단

▲수경 스님의 무릎을 안마하는 진행 팀 ⓒ오체투지순례단

▲이날 오체투지를 직접 해 본 마웅저 씨. 그는 진행 팀원으로 순례 진행을 도와왔지 오체투지를 해 본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오체투지순례단

▲순례자를 바라보는 농민 ⓒ오체투지순례단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오체투지 순례 카페 공지사항을 참고 하면 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