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생명, 평화를 찾아 나선 오체투지 순례에 이렇게 '사람'과 '평화'가 물이 높은 곳에 낮은 곳으로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오체투지 순례 34일째인 지난 7일, 순례단은 앞선 이틀간의 휴식을 마치고 다시 순례 길에 올랐다. 이날도 많은 이들이 일부러 먼 곳에서 순례단을 찾아오기도 하고, 지나는 사람들이 그 마음을 함께 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서…"공동체의 평화를 바라다"
이날 순례 일정이 거의 끝나갈 무렵 서울에서 이곳까지 찾아온 교사 황의중 씨는 단 10여 분만 오체투지에 참여한 뒤 서둘러 서울로 올라갔다. 그는 이날 점심에 순례단에 전화를 해 참석하겠다고 말하더니 오후에 나타나 순례단을 깜짝 놀래켰다. 순례 종료 시간 전에 오려고 택시를 타고 부랴부랴 온 것이다.
그는 "비록 짧은 참여지만, 서울에서도 순례단과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어 이렇게 오게 됐다"며 다시 서울로 떠났다. 순례단은 "그 마음이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순례단은 "이날 오전에는 분주한 출근길, 순례단을 지나치던 한 차량이 갑자기 가던 길을 멈추고는 일행 한 명이 차에서 내려 격려의 말과 함께 후원금을 건네는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차를 타고 있던 사람들이 순례 대열을 보고 현금을 모아 정성을 전달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용진면 면소재지 인근 한 편의점 앞에서 휴식을 취하던 순례단에 편의점 주인 부부가 이온음료를 선사하기도 했다. 이들은 "고생이 많은데 뭐 필요한 것은 없냐"고 진행팀에 재차 물으며, 순례단이 그 자리를 떠날 때까지 문 앞에서 기도를 했다.
하루 순례 일정이 거의 끝나갈 무렵엔 용진면 인근 한 마을 어귀에서 한 노인이 손에 커다란 염주를 쥐고, 순례단의 속도에 맞춰 정성껏 반배를 하기도 했다. 순례단을 계속 따라오던 그는 진행팀에 꼬깃꼬깃 접은 돈을 후원금이라며 쥐어주고, 정성껏 닦아 반질반질 윤이 나는 감을 주고 떠나갔다.
순례단은 "시골 촌로의 기도, 편의점 주인 부부의 기도, 3시간 넘게 걸려 찾아와 10분 내외의 시간 동안 순례에 참여했던 한 교사의 기도, 지나는 차량에서 돈을 모아 정성을 건넨 이들의 기도는 비단 순례단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팍팍한 세상살이지만 '우리'라는 공동체가 평화로워지기를 염원하는 순례에 자신들의 마음을 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오체투지 순례 길엔 사회에서 이름 있는 명사는 아니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누구보다 자신의 삶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분들이 찾아와 평화의 마음을 새겨가고 있다"고 전했다.
파출소에서의 점심
한편, 이날 순례단은 용진치안센터 마당에서 점심을 먹는 특이한 경험을 했다. 진행팀의 밥 차가 부지런히 점심 식사를 하며 쉴 수 있는 장소를 물색했지만 마땅한 장소가 없자 인근 파출소에 양해를 구하고 점심 식사를 하게 된 것이다.
주먹밥에 오이냉국 한 그릇으로 점심 식사를 하던 전종훈 신부는 "파출소에서 쉬어간 것은 내 평생 처음 있는 일"이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이들은 선뜻 파출소 마당을 내준 경찰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날 순례단은 전북 전주시 덕진구 호성동 사거리에 있는 LPG주유소 앞에서 순례를 시작해 완주군 용진면소재지를 지나 벽송대 완주 제2캠퍼스 건너편 주유소에서 일정을 마쳤다. 순례단은 이날 고속도로가 시작되고 교차로가 많아 종착 예정지였던 완주 IC 초입을 지나 약 500m를 더 진행했다.
오체투지 순례 35일째인 8일, 순례단은 전북 완준군 용진면 벽송 대학 건너편 주유소에서 일정을 시작해 봉동 삼거리 봉동교로 나아가고 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오체투지 순례 카페 공지사항에서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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