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과 대척점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소수 전문가들의 심각한 오류나 도덕적 해이가 국가공동체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학력과 경력에 의해 포장된 이른바 전문가들의 주장은 전문가 상호간이나 집단지성에 의하여 엄격하게 검증되지 않을 경우, 그것이 마치 진리인 양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아주 많다. 그리고 그들의 오류와 거짓말이 진리로 포장될 경우 그 악영향은 실로 파괴적이다.
다음에 소개하는 두 가지 최근 사례는 이른바 전문가 출신 정치인들이 어떻게 어처구니없는 말들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나성린, '보유세와 거래세간 부담교환정책' 무엇인지 정말 모르나
국회 기획재정위 나성린(한나라당)의원은 7일 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했다며, 부동산 보유 관련 세금이 2005년 5조7493억 원에서 2007년 10조1755억 원으로 77.0%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재산의 취득, 보유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엄청나게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나 의원처럼 전후 사정을 무시하고 특별한 수치만을 선별적으로 골라서 국민들을 선동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것이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정부는 2005년 이후 보유세를 인상하는 대신 거래세를 낮추어 가며 보유세와 거래세 간의 부담교환을 추진해왔다.
나 의원은 2005년 이후 2년간 부동산 보유세가 77.0%나 증가했다고 하지만, 같은 기간 거래세는 13조2684억 원에서 14조925억 원으로 6.2% 증가하는데 그쳤고, 보유세와 거래세를 합산한 금액 또한 19조177억 원에서 24조2680억 원으로 27.6% 증가하는데 그쳤을 뿐이다.
종부세와 종부세의 20%를 부과하는 농어촌특별세를 제외할 경우 서민들이 내는 부동산 보유세와 거래세는 어느 정도 증가했을까. 위의 표에서 보다시피 그것은 같은 기간 18조4882억 원에서 21조3709억 원으로 15.6%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와 같은 증가율은 2000년과 2002년 사이 취득세와 등록세 등 거래세가 7조6758억 원에서 12조7827억 원으로 66.5%나 증가한 전례에 비추어 볼 때 그렇게 큰 증가율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또 2005년과 2007년 사이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많이 올랐다는 점을 고려할 때도 그렇게 큰 증가율은 아니다.
이종구, 2004년 전후의 재산세 과세대상 차이를 정말 모르나
또 같은 당 이종구 의원은 지난 2일 <조세일보>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친 세수가 2004년과 비교해 2007년 600%(1조 원→6조 원)나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 또한 전혀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조세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다 아는 사실이지만 2004년 이전에는 재산세가 종합토지세와 협의(狹義)의 재산세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리고 전자는 토지에 대하여, 후자는 건물에 대하여 과세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던 것이 2004년 말 세법개정을 통해 2005년 이후부터 두 가지 세목이 재산세 단일세목으로 합쳐지게 된 것이다.
참고로 2004년 종합토지세 총액은 2조315억 원이었고 협의(狹義)의 재산세는 1조179억 원이었으며, 2005년 재산세 단일세목의 총액은 2조5878억 원이었다.
2004년과 2005년 사이 재산세는 이종구 의원의 주장과 달리 폭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소했었다. 2004년 말 세법 개정 과정에 정부가 상당한 수준의 세율 조정을 했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종구 의원이 지속적으로 이런 엉터리 주장을 계속해 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노릇인지 당내외에서 한번도 그것의 오류가 지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종부세 도입 이전 재산세 1조원에 불과했던 부동산세가 지난해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쳐 5배 이상 급증했다"며...(<헤럴드경제> 8월 21일)
* 이종구= 실제로 2004년도에 우리 국민들이 재산세를 1조원을 냈고, 07년 4조 3000억원을 냈다. (<이데일리> 8월 25일)
* 이종구= 2004년에 재산세 1조 원을 거뒀는데, 2007년은 종부세를 합해서 6조2000억 원입니다. (<경향신문> 9월 30일)
단지 그가 재정부 관료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엉터리 주장들은 전혀 검증되거나 걸러지지 않고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유포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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