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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 내쫓는 그런 개발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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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 내쫓는 그런 개발은 제발…"

[인권오름] "갯벌 뺏겨, 집 뺏겨"… 억울한 동춘구역 사람들

현재 대한민국에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모두 6곳이다.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 황해(경기-충남 평택), 전북(군산-새만금), 대구-경북. 이곳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 키워드는 크게 두 가지다. '투자'와 '성장.'

지난 7일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에 외국대학·연구소 등 외국기관을 많이 유치할 수 있도록 내년에 8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은 이미 미국 미주리대학과 분교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새만금 경제자유구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국 기업의 유치가 관건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황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서산 지역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재테크 기사가 눈에 띄는 반면, 인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아파트 청약 과열이 일었던 송도 지역은 아파트 해약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한편, 포항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인구가 늘어 지역 성장에 한 몫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외국인 투자를 많이 유치할수 있는지, 또 어떻게 하면 부동산 투자가 많이 몰리는지, 지역 경제 성장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이렇게 경제자유구역을 바라보는 시선은 '투자'와 '성장'으로 한정된 느낌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경제자유구역의 전부일까? 그렇지 않다. 개발로 인해 살던 지역을 떠나야 하는 주민들이 있다. 그들에겐 이 특구 지정이 오히려 행복한 삶을 위협하고 있다.

인천 경제자유구역 내 동춘구역 주민도 마찬가지다. 이번 <인권오름>에는 '인천을 통해 본 지역 개발의 허상②-갯벌에 이어 집까지 뺏길 수 없는 동춘구역 사람들' 제목으로 인권운동사랑방 민선 활동가의 글을 싣는다. <편집자>

높다란 고층 빌딩들이 빼곡히 자리한 송도 신도시. 2008년 인천경제자유구역의 1단계 완공을 앞두고 송도 신도시는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안상수 시장은 언론을 통해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우리 민족의 50년 먹을거리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고, 어떤 이들은 '세계 일류도시의 꿈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이곳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들은 개발을 통해 인천의 미래가 장밋빛일 거라고 예견하고 있고, 이들의 기대 가운데에는 이른바 '일류 국제도시의 비전을 보여줄' 송도 신도시가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커다란 차도를 사이에 두고 바로 건너편 동네에는 옛날 송도 갯벌이 삶의 터전이었던 이들이 여전히 살고 있다. 이들은 현재 동춘구역 철거 대책위를 구성해 활동하며, 대책없이 막무가내로 진행되는 개발에 맞서 싸우고 있다.

황금벌판을 부자 위한 명품도시로
▲송도 전경 ⓒ인천경제자유구역 홈페이지

동춘구역(소암마을)은 한국전쟁 이후 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정착하면서 일군 마을이다. 900여 세대가 살고 있는데, 90%가 무허가주택 주민이다. 토지 대부분은 국방부 소유의 국공유지이다. 바로 맞은편 송도의 풍경이 몇 년 사이에 변했는데, 이를 마주하며 살아가는 주민들의 심정이 궁금했다.

"아주 열불이 나 죽겠어."

동춘철대위에 속한 주민의 첫 마디는 이렇다.

"언론에서는 송도 신도시를 띄워주고 난리인데 말야, 원래 거기가 그야말로 황금벌판인 갯벌이었다고. 그런데 그걸 막아서 만든 게 베드타운이니…. 보면 열받지. 여기 사람들 대부분 몇십 년 산 사람들이야. 옛날에도 집이 좋지 않았고 다들 어렵게 살았지만, 걱정이 이정도까지 되지는 않았어. 갯벌을 터전 삼아 조개 캐서 먹고 살았으니. 뭐 물때에 따라서 일어나고 나가고, 일하고 들어오고…. 그렇게 자연의 흐름에 맞춰서 살았던 거지."

현재 매립이 완료된 송도 갯벌은 197만 평.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용지를 확보해야 된다며 국토해양부에 남아있는 갯벌(송도 11공구) 310만 평에 대한 매립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필요한 행정 절차를 밟고 난 뒤 승인이 나면 내년 상반기에 매립을 착공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송도 지역 갯벌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철대위 사무실. ⓒ연수송도신문

"명품도시, 국제도시니 하면서 뭐 만드는 것, 그래 좋다 이거야. 그런데 그거 만들어서 뭐 할거냐고. 보상이라고 돈 몇 푼 던져주면 되는 건가? 여기 주민들이 계절 따라 갯벌과 함께 살면서 갯벌에서 나는 것으로 자녀들 학교 보내고 살림 해결했는데…. 근데 국가는 보상을 명분으로 우리가 살아온 모든 권리를 빼앗아 갔어. 생태계는 다 깨지고 말야."

갯벌 빼앗기고, 이젠 집마저

지금 동춘철대위 주민들의 신경은 곤두서있다. 송도 신도시 건설과 함께 2005년 동춘구역도 도시개발사업구역으로 지정됐는데,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는 사업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초기에 동의 받아갈 때는 공영 개발이 추진될 것이라고 했어요. 공영 개발을 하면 민간에서 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았기에 떠날 생각도 없었고, 무너져 가는 지금의 집보다는 나아질 것 같아서 주민들이 동의한 거죠.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처음 얘기했던 공영 개발은 쏙 들어가고, 민간에서 추진하기로 했다는 거예요."

도시개발사업의 경우, 조합원의 자격이 토지소유주들에게만 주어진다(도시개발법 14조). 여기에 동춘구역은 환지방식이 적용돼 개발 이후 새로 지은 주택에 입주하는 것이 아니라 토지를 돌려받는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된다.

"개발조합이 토지소유주 450명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중 여기에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들은 99명밖에 되지 않아요. 그런데 토지주들에게만 유리한 환지방식으로 진행한다는 거예요. 그러면 아무리 오래 살았다고 해도 무허가 가옥주나 세입자는 쪽박 쓰고 나갈 수밖에 없어요."

동춘구역 개발 계획에 따르면 가옥주에게는 임대아파트 입주권이, 세입자에게는 주거이전비가 주어진다. 주민들은 "이 같은 보상 계획이 개발 이후 실질적인 이주 대책이 되지 못한다"며 적절한 대책 마련을 위해 주민·조합·공무원이 참여하는 보상협의회를 구성할 것을 구에 요구하고 있다.

"동춘구역은 아직 사업시행 인가가 나지 않았어요. 여기서 계속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알아요. 그렇다고 해도 당장 개발 이후의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는데 어쩌겠어요. 지금 조합에서는 보상가를 매기기 위해서 지장물(공공사업용지 내의 토지에 있는 건물·시설·나무·농작물 기타 물건 중에서 사업에 직접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조사하겠다고 공문 붙여놓고 난리인데, 이것을 주민들이 온몸으로 막고 있는 상황이에요. 근데 용역을 동원해서 언제 어떻게 들어올지 모르니 다들 불안해 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요."
▲송도 5,7,9공구는 연수구 땅. ⓒ연수구청

있는 놈들 위한 개발 말고

그러나 구에서는 정작 이런 주민들의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송도신도시에 대한 관할권 경쟁에 여념이 없다. 이미 1~4공구가 연수구 관할로 정해진 상태에서 5~11공구에 대한 관할권이 남동구, 중구, 연수구로 나누어졌고, 이같은 구역 조정에 대한 반발이 거센 것.

"경제자유구역이란 게 그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것처럼 얘기하더니 그것도 있는 놈들한테나 해당되는 거지, 우리 같은 사람들의 살 권리는 전혀 안중에도 없더라. 그렇다고 평생을 산 터전에서 그냥 쫓겨날 수는 없잖아. 그러니까 싸워야지."

최근 정치·경제 계에서는 경제자유구역법을 특별법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절차가 더 간소해져 20년 이상 걸리는 경제자유구역 추진 계획이 10년 내외로 단축되고, 투자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져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효과는 수치로만 드러날 뿐. 경제자유구역이 된다고 해서 지역주민들의 삶이 더 나아질 지는 알 수 없다. 수치로 드러난 효과는 그것을 말해 주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처럼 살려면 먹고 일하고 움직여야 되고 그래야 살아가는 재미가 있지. 그런데 그렇게 아파트만 척척 세워놓으면 뭐하냐고. 거기에 원래 살던 주민들은 전혀 들어가지도 못해. 없는 사람들의 황금벌판 뺏어다가 있는 놈들 누리고 살게 하는 그따위 개발, 그런 것은 안해야 한다는 거야."

현재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총 6구역. 지난 2003년 지정된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은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며, 올해 4월 황해(경기-충남 평택), 전북(군산-새만금), 대구-경북이 추가로 지정됐다. 지역발전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러한 개발이 과연 지역민들의 삶과 얼마나 밀착해있는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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