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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 브라더스'와 'MB 디스카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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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 브라더스'와 'MB 디스카운트'

[우석훈 칼럼]현 한국경제 위기의 근원은?

이명박 정부 초기 경제팀 구성과 관련해 최중경(기획재정부 차관)+강만수(장관)을 따서 '최강라인'이라는 단어가 유행을 했는데, 시장은 이들에게 '마이너스 손'이라는 별로 명예롭지 않은 별명을 붙여주었다.

이후 최중경 차관의 사퇴 이후 최근 시장에서 유행하는 기발한 단어가, '리'명박 + 강'만'수라는 의미의 '리만 브라더스'이다. 지난달 15일 파산한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를 패러디한 용어다. 이 해학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역시 자본주의의 가장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 트레이드'를 직접 하시는 분들은 남다른 직관력과 함께 유머 감각 역시 첨단을 달리신다.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한국 경제도 덩달아 '어울렁 더울렁' 하는 중인데, '공조 현상' 즉 미국 경기와 한국 경기가 동반해서 움직인다는 말로도 설명이 잘 안될 지경이다. 90년대 유행했던 말처럼,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 정도의 수사를 동원하지 않으면 잘 해석이 안 될 지경이다.

그 시절에 한국 경제가 가지고 있던 취약함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불렀고, IMF 이후 비록 비극적 종말로 끝이 나기는 했지만, 현대그룹에서 여기에 착안하여 '바이 코리아'라는 말을 유행시키기도 하였다. '실제 가치보다 훨씬 가격이 낮게 책정되어있는 한국의 종목들을 구입하면, 나중에 큰돈을 벌게 되실 것입니다'라는 의미였다.

하여간 문제의 핵심은, 미국 경제의 진폭보다 한국 경제의 진폭이 더 크다는 사실이고, 이런 현상은 지난 몇 주 동안 한국 경제의 특징처럼 보여졌다. 자, 이것을 가장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계산하기에 따라서 여러 가지 복잡한 지수와 통화율 혹은 수익률 사이의 비교가 필요하겠지만, 독자 여러분들을 위하여 가장 직관적으로 이것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면, 바로 원화와 엔화 사이의 변동을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만큼이나 미국시장에 대한 동조 현상이 높으면서도, 한국의 주요 교역국이자 서로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일본 시장과 한국 시장이 받는 충격의 유형을 가장 쉽게 보는 법이 이런 방법이다. 그럼 살펴보자.
▲ 원/엔 환율 추이 (자료 : 한국은행)

위의 그림은 IMF 직전부터 금년 10월 2일까지 대략 20년 동안의 원-엔화 환율의 변동 추세이다. 왼쪽에 엔화가격이 미친 듯이 올라가던 시점이 바로 97년의 외환위기이고, 99년부터 이 수치는 어느 정도 안정화 추세를 보인다. 그리고 2004년부터 2008년 3월까지, 엔화는 원화에 대해 강세 추이를 지속적으로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한국 경제가 안정적이고 괜찮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이 그림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기면서 다시 엔화 강세로 역전되기 시작하다가, 그가 완전히 대통령이 된 이후로 엔화 초강세 국면이 형성된다. 일본도 고유가의 영향을 우리만큼 많이 받고, 또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 그리고 금융적으로 맞물린 양상이 비슷하지만,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는 엔화가 초강세이다. 최근 살아나고 있다는 일본 경제의 회복 때문에 그런 것인가?

이를 위해서 다시 같은 패턴의 원화와 유로화 사이의 관계를 보면 조금 명확해진다.
▲ 원/유로 환율 추이(자료 : 한국은행)

2000년의 유로화 위기와 같은 몇 가지 변수들의 차이로 구간별 흐름에서는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역시 최근의 유로화 초강세 패턴은 엔화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에 유로화 역시 한화에 대해서 엄청나게 강력해진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 이런 강세 흐름이 더욱 강화되고 있지 않은가?

이 두 가지를 놓고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예전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부를 수 있는, 혹은 '셀 코리아' 현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최소한 외환시장에서는 뚜렷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냥 통계 분석에 대한 기술적 검토만 놓고 보면, MB 정부 출범 이후에 생겨난 이 현상은, 'MB 디스카운트'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이다. 이게 좌파 경제학자들이 하는 얘기인가? 아니, 환시장에서의 일본측 딜러와 거래자들 혹은 유럽측에서의 유로화 담당자들과 한국의 환딜러 사이에서 벌어진 수많은 데이 트레이드와 다양한 선물거래가 결국 이렇게 추세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제 시장의 평가라고 볼 수 있다.

'리만' 브라더스의 거시정책은, 사실 좀 끔찍하다. 강만수 장관의 언제나 뒷북인 환율개입, 이명박 대통령의 침소봉대식 발언, 게다가 이는 상식적인 시장의 예측에 언제나 허를 찌른다. 허를 찌르기는 하는데, 시기와 방법이 보통은 부적절하므로, 그가 입을 열 때마다 시장은 대통령의 희망과는 반대로만 간다.

이 'MB 디스카운트'를 줄이기 위해서 증권사나 금융사의 높은 간부들이 대체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현 거시경제 콘트롤타워의 부재의 문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경제부총리 체제로의 복귀 등을 애기하지만, 이 얘기를 강하게 주장하고 싶지 않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팀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이원 체제'로 분리시키면서 부총리를 없애 정부의 규모를 작게 보이는 직제 개편을 했다. 물론 이 시스템에서도 청와대에서 적절히 개입하면서, 양쪽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유통시키면서 두 개의 축을 잘 조정할 수는 있다. 그런데 그 수장이 이명박 대통령이라면? 이 시스템은 보는 것처럼 갑자기 몇 달 사이에 한국 경제를 수렁으로 빠뜨렸다. 물론 현 위기가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겪는 상황이지만, 엔화나 유로화와 비교해보면 이 위기가 한국에서 얼마나 크게 증폭되었는지 간단히 볼 수 있지 않나.

그렇다고 과거처럼 경제부총리를 신설해서, 지금의 기획재정부 장관이 외환과 국내금리 그리고 나머지 실물부분의 기획까지 정말로 총괄할 수 있게 해준다면? 이 경우에는 강만수 장관이 총리로 격상되어, 그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게 해준다.

그 어떤 경우에도, 지금보다 나아질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것이 지금의 '리만' 브라더스 사태의 핵심이고, 그래서 나온 시장의 반응이 바로 'MB 디스카운트'이다. 외환보유고의 성격과 규모에 대해서 시장에서 의심을 하고 있을 때, 3개국 재무장관 회담을 제안하면서 그걸 '사실'이라고 못을 박아 주시던 그 센스! KBS <개그콘서트>의 왕비호는 그 센스로 웃기기라도 하지만, '리만' 브라더스의 이 센스는, 정말로 참아주기 어렵다.

하여간 'MB 디스카운트'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방법은, 현재로서는 딱 하나로 보인다. 경제부총리 자리를 신설하고, 이 자리에 '리만' 브라더스가 아니라고 시장이 상상할 사람을 앉히면 된다. 꼭 거시경제의 수장이 정확하게 상황을 귀신처럼 맞출 필요는 없고, 자신의 판단으로 불필요한 시장 개입을 줄이며, 투기세력들이 예측해서 뻔한 작전으로도 흔들 수 있는 - 예를 들면 강만수 장관 - 그런 여지를 줄이는 것이 한국 같은 큰 경제규모의 거시경제를 지키는 방법이다. 그러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MB 디스카운트'가 현저히 줄어들 수 있을 것 같다. 대통령 물러나라는 것은 아니고, 권한을 내려놓으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금처럼 불안하게 매일매일 대통령이 '경제 챙기기', 그것만 하지 않으면 위기를 훨씬 완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시장이 이미 이 거시경제의 수장들을 '리만' 브라더스로 부르고, 'MB 디스카운트'를 국제거래자들이 실제로 한국 경제에 적용하는 이 상황, 어떻게든 돌파해나가야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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