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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훈 신부 삭발…"테레사 수녀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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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훈 신부 삭발…"테레사 수녀의 마음으로"

[오체투지 29일째] '오체투지 정신', 공감대 늘다

오체투지 순례 28일째인 1일 순례단은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죽림온천 앞에서 출발해 죽림리를 경유, 완주군 상관면 상관로터리에서 일정을 마쳤다. 이날 이동 거리는 약 4km이다.

순례단은 "날은 덥고 햇볕에 바짝 마른 도로는 차량 분진을 많이 일으켜 순례를 시작한 지 1시간이 지나자 순례자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신음이 끊이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나는 차량 행렬은 길게 늘어서서 순례를 구경하고, 마음 급한 분들은 경적을 울렸다"고 전했다.

이들은 "땅 바닥에 엎드린 상태에서 느껴지는 차량 속도도 공포지만, 경적을 듣는 것은 심적으로 더 큰 고통"이라며 "진행 팀이 차량 행렬을 빠르게 정리하려고 하지만,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듯 힘든 일이라 운전자들에게 죄송하다"고 토로했다.

오체투지를 보고 화들짝 놀라기만 했던 사람들, 이젠 격려해 주다
▲ 이날 더 많은 1일 순례단원이 참가해 순례 행렬도 평소보다 배는 길었다. ⓒ오체투지순례단

이날은 지난달 30일 MBC <PD수첩> '우리시대의 소통을 말하다-두 성직자의 오체투지' 편이 방송된 다음 날이라 그런지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

이날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50여 명의 '1일 순례단원'이 참가해 순례 행렬도 평소보다 배는 길었고, 도로를 지나는 차량의 관심도 더욱 느낄 수 있었다. 순례단이 지나는 도로 변 차들이 이들을 보느라 속도를 줄여 정체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일부 운전자는 경적을 울리며 빨리 가라고 화를 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창을 열고 박수를 쳐주며 격려의 말을 건넸다. 어떤 이는 차에서 내려 순례단에 직접 음식을 건네주고 가는 이도 있었다.

도로가에서 찐빵을 팔던 상인도 그 앞을 지나던 순례단을 보고 찐빵 10봉지를 돈을 받지 않고 건네 주며 "고생하는데 힘내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지나는 사람들은 순례단 주변에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가기도 하고, 인근 마을 주민들이 "'오체투지'를 TV에서 봤다"며 인사하러 나오기도 했다.

순례를 떠나온 지도 거의 한 달이 되어간다. 그 시간 동안 언론을 통해 오체투지 순례단의 존재는 물론, 이들이 왜 이 길을 떠나왔는지를 접하게 된 시민들이 이들의 순례에 적잖이 공감을 하는 모습이었다. 순례를 처음 떠나올 때만 해도 오체투지 순례 행렬 모습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며 그 자리를 빨리 지나가기 바빴던 모습과 비교하면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순례단은 "순례 길에 참여하고, 바라보는 분들이 너도 나도 후원하는 물품을 들고 온다"며 "먼 길을 오고 가면서 순례단을 염려하는 그 마음에 너무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작은 꽃(小花) 테레사 수녀 축일에 행한 삭발례(削髮禮)
▲ 전종훈 신부는 이날 삭발 의식을 가졌다. 그는 테레사 수녀처럼 가장 낮은 자세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오체투지순례단

이날 점심 머무른 상관성당에서 전종훈 신부는 테레사(Teresia) 수녀의 축일(하느님, 그리스도, 성모 마리아, 성인 등에 특별한 공경을 드리기 위해 가톨릭교회에서 제정한 날)을 기념해 삭발 의식을 진행했다. 머리카락을 잘라내며 전 신부는 오체투지에 대한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졌다.

불교의 삭발 의식은 흔히 잘 알려져 있으나, 가톨릭의 삭발 의식은 낯설다. 과거 가톨릭에서는 성직자로 입문할 때 이 같은 의식을 치렀었다. 이는 세속과 단절된 삶을 통해 자신을 정화하고 신에게 완전히 자신을 봉헌하는 사제의 길을 가겠다는 의미였다.

수경 스님이 먼저 전기 이발기로 전 신부의 삭발 의식을 진행하고, 문규현 신부가 뒤를 이어 후배 사제의 삭발을 도왔다.

전종훈 신부는 "10월 1일은 '작은 길'이라는 고유한 영성을 가지고 살았던 '성녀 소화(小花) 테레사'의 축일"이라며 "오늘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이 땅의 평화를 마음에 안고자 '삭발'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소화 성녀가 걸었던 가장 낮은 자세로 사제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도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이 1일 순례단원으로 참석했다. 일본 사이인 성당의 모리타 나오키 신부가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고,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소속 스님들도 참여했다. 문정현 신부를 비롯한 '평화바람' 회원들과 상관 성당 신도들도 함께 했다.

오체투지 순례 29일째인 2일 오전 8시 30분, 전북 완주군 상관면 신리교차로에서 순례를 시작한 순례단은 현재 전주시 완산구 안적삼거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 오체투지 순례의 도로 교통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4인방. ⓒ오체투지순례단

▲ 오체투지를 하면서 어느새 닳아버린 문규현 신부의 장갑. ⓒ프레시안

▲ 10월이 됐지만, 더위는 가시지 않는다. 삭발 전 더위를 식히는 전종훈 신부. ⓒ오체투지순례단

▲ 일본에서 온 모리타 신부. 문규현 신부의 권유로 이곳을 찾았다는 그는 "종교인으로서 이런 모습을 보니 감동적"이라며 "일본에서도 한번 시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체투지순례단

▲ 실천불교전국승가회에서 온 법경, 가섭, 정휴스님. ⓒ오체투지순례단

▲ 전북 시설인권연대에서도 휠체어를 타고 하루 순례 길에 동참했다. ⓒ오체투지순례단

* 순례 참가 일정과 수칙은 오체투지 순례 카페 공지사항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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