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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세균 대표, <조선일보> 칭찬 들으니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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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세균 대표, <조선일보> 칭찬 들으니 좋은가?

'무플 정당'의 리더에 만족한다면야…

'영수(領袖)회담'이라고 자칭할 때부터 이상했다. 집권당이던 열린우리당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나라당 대표가 만날 때마다 "야당 대표의 맞상대는 여당 대표인데 왜 '영수'회담이냐"며 격을 따질 때는 언제고, 이제와선 꼬박꼬박 '영수회담'이라고 부른다. 민주당 얘기다. 3김 시대, '제왕적 총재' 시절에나 쓰던 용어라고 그때 그들은 비판했다.

'영수회담'이란 말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 회동의 성격을 이렇게 개인화시킨다. 특히 대통령과 '맞장 뜨는' 야당 대표의 부각 효과가 크다. 25일 이 대통령과 정세균 대표의 오찬 회동을 민주당이 '영수회담'이라고 하는 순간부터 정 대표의 위상 제고에 대한 노림수가 깔려있었다.

당 대표의 격을 높이면 자연히 당의 격도 높아질 터. '10년 여당'의 호시절을 지켜내지 못하고 반토막 난 야당의 처절한 몸부림 정도로 이해하겠다. 하지만 당도 살고 대표 개인도 사는 '영수회담'이 됐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정 대표는 '높아진 위상'에 만족감이 큰 모양이다. 회담 '성과'에 연일 의미부여다. 이 대통령으로부터 '국정 동반자'라는 선물도 받았다. "정 대표가 잠재적 대권주자군으로 입지를 다지는 기회가 됐다"는 분석도 속속 눈에 들어온다. 이는 물론 성급한 진단이지만, 용꿈을 꾸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한 정 대표로서는 반가울만하다.

정 대표를 칭찬하는 쪽이 그런데 좀 어색하다. <조선일보>다. 26일자 사설 제목은 '세계 금융위기 속 대통령과 한 배 탄 野 대표의 결단'이다. 사설은 "이번처럼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 동반자로 대우하고, 야당이 여기에 상응해 국가적으로 협조할 것은 협조한다면 여야가 경쟁은 경쟁대로 하면서 초당적으로 힘을 모을 때는 모을 수 있는 우리 정치사상 드문 관계가 설정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화일보>도 '李·丁 초당적 협력 약속과 상생정치 새 출발'이라는 사설에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 모두 직업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 기업인 출신이라는 경력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국정 운영에 대한 실용주의적 안목이 투영된 합의 내용도 돋보인다"며 "국정 동반자 관계라는 큰 틀 속에서 상생 정치의 모델을 새로이 구축해야 할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책임이 그만큼 무겁다"고 추켜세웠다.

<동아일보>는 회담 내용을 전한 기사의 제목을 '쇠고기로 갈라선 여야관계 국정동반자 모색 첫걸음'으로 뽑고 "경제위기 극복과 남북관계 발전 등 주요 사안에서 여야 간에 초당적 협력의 틀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보수성향의 언론들은 전반적으로 이명박-정세균 회동에 후한 점수를 주며 크게 의미를 부여했다.

<경향신문>이 사설에서 "동반자 관계란 진정한 소통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며 "앞으로 중요한 국정현안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만난다지만 이번처럼 대통령의 해명만 듣는 식이라면 '잘못된 만남'으로 흐르기 십상"이라고 비판적 태도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보수언론으로부터 칭찬을 들었다고 타박하려는 건 아니다. 정 대표를 칭찬하는 쪽이 놓은 '덫'에 민주당이 몽땅 걸려들게 생겼으니 탈이 크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기업가 출신이자 실용주의적 안목을 가진" 정 대표에게 국정 동반자 약속을 앞으로 지키라는 건 민주당의 행동반경을 최대한 줄여놓은 덫이다.

'야성(野性) 포기냐'는 당 내부 비판은 선장이 무턱대고 항로를 잡고 가는 배에 탄 이들로서는 당연하다. 최문순 의원은 "초당적 협력이라는 것도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할 의무를 가진 야당으로서의 견제역할을 제대로 한 뒤에 할 수 있는 얘기"라며 "지금은 야당 역할을 더 잘 할 때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2중대 소리를 듣는데 여기서 뭘 더 협력을 한다는 말이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민주당이 더 '협력'해 '2중대'를 자처한 결과는 어렵지 않게 예상해 볼 수 있다. 한나라당 후보와 '한나라당스러운' 야당 후보가 맞붙은 지난해 대선이 증명한다. 촛불 정국 때 '제3의 길'을 헤매느라 거리에서도 국회에서도 엉거주춤했던 민주당에게 대중들은 '무플'로 보답했다. 한마디로 민주당은 뭘 해도 '관심 없음'이다.

'무플 정당'에서 리더가 나올 리 없다. 가뜩이나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차기를 기대할만한 리더가 없는 민주당인데, 소리(小利)에 집착한 정세균 대표의 '영수회담'이 쐐기를 박은 느낌이다. 적어도 지금은 대선주자보다 사심 없는 리더가 민주당에 절실해 보인다. 당이 대중 속에서 생명력을 회복해야 주자도 나오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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