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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균열의 계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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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당, '균열의 계절'이 왔다

'탈호남', '좌클릭' 논쟁…정세균 리더십 시험대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호남 선량들이 민주당을 망치고 있다"는 발언의 여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가 26일 호남을 찾았다. 민주당이 이날 광주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연 건 '호남에 뿌리를 둔 정당'이라는 대내외적 각인효과를 노린 세리모니다.

정세균 대표는 "당사 개소식에 목포에서 홍어가 올라왔다"며 "이를 특별한 관심을 두고 보는 언론도 있는데 민주당의 정체성과 민주당이 하나로 돼 제 역할을 하게 됐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어=호남=민주당' 등식을 강조한 얘기다.

정 대표는 다만 노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민주당은 지금까지 항상 전국정당을 지향해왔고 지금도 당연히 그런 입장"이라고 원론적 답변으로 피해갔다. '호남정당 탈피론'에 대한 질문이 거듭되자 "오늘 최고위 성격이나 지금 시점에서의 적절한 질문은 아닌 것 같다"고 다소 불쾌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광주가 지역구인 박주선 최고위원도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광주를 지도부가 대거 방문해 민심을 청취하고 현안사업을 위해 당력을 집중한다는 약속을 한 것에 대해 지역출신 지도부로 감사한다"며 "민주당이 지지기반인 호남인에게 약속한 내용을 이행하는 것이 민주당의 도리"라고 말했을 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가하지는 않았다.

정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전반적인 기류는 '무언의 대응'으로 노무현발(發) '호남 탈피론'을 '제압'하려는 속내이지만, 친노 인사들의 태도는 다르다.

안희정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민주당 최고지도자 과정 동문회 강연에서 "호남향우회 조직만으로는 영원히 초등학생 아이와 대학생 아이와의 싸움이어서 호남 대 영남의 구도는 이길 수 없는 영원한 비주류 노선"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에 박지원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반발하자 친노 성향의 백원우 의원과 윤덕홍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이를 재반박하기도 했다.
▲ 26일 광주를 찾은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당직자들이 '2008 광주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비엔날레 전시관을 찾아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당 내에선 최근 '야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노선논쟁 재점화

노선 논쟁도 다시 불 붙는 양상이다. 추석을 전후해 민주당 내부 핵심인사들은 "당 내 화학적 결합이 이뤄졌다"는 말을 부쩍 많이 했다. 7월 전당대회 이후 안정적으로 당이 운영돼오며 당직 개편, 당사 이전 등 당의 기틀 구축 작업이 연착륙했다는 것이다. 정세균 체제의 '순항'을 장담한 것이지만, 쇠고기 파동, 18대 국회 원구성 협상 등 대여 싸움에 집중할 수밖에 없던 여건 탓에 당내 불협화음이 상대적으로 잦아든 측면이 다분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노선 균열이 속속 가시화되고 있다. 친노 진영의 민주당 비판론은 물론이고, 정세균 체제의 '우경화'를 지적하며 당내 개혁파의 정치조직 '민주연대'가 조만간 출범한다. 특히 25일 이명박 대통령과 정 대표의 오찬회동의 '성과' 논쟁은 노선 논쟁과 접합되는 분위기다.

정 대표 등 지도부 일반은 "이 대통령에게 할 말을 충분히 전달했고 성과도 있었다"고 호평한 반면, 개혁파 중진 의원은 "(정부여당의 전술에) 빨려 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고 대통령과의 자리를 통해 자기 얼굴을 내밀려고 한다"며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먼저 행정체제 개편을 스스로 나서서 얘기하는 등 야당이라는 인식을 아직도 전혀 못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유모차 수사 등의 공안탄압, 민영 미디어렙 도입 등 미디어 구조 개편,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싸울 일'이 태산인데 싸워야 할 것은 제대로 싸우지도 못했으면서 이 대통령이 합의해 준 것만 내세우며 자화자찬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최문순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언제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 제대로 제동을 걸어 본 적은 있느냐"며 "지금도 2중대 소리를 듣는데 여기서 뭘 더 협력을 한다는 말이냐"고 국정 동반자로서의 협력관계 모색 합의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동관 대변인 칭찬이나 들으려 청와대에 간 것이냐"고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대안야당론'도 도마에

논란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정세균 대표가 주장하는 '대안야당론'이 본격적인 노선 갈등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정 대표는 "우리 국민이 과거와는 달라졌기 때문에 옛날식 강경일변도 야당보다 분명히 각을 세울 때 세우고 협력할 때 협력하고 대안을 세우는 야당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민생, 경제,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당리당략 차원 접근이 아니라 국익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확실한 입장을 정리한 것이 동반자적 협력관계"라며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경쟁할 것은 경쟁하고 싸울 것은 확실히 싸운다는 정제되고 정돈된 민주당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손학규 전 대표와 정세균 대표 체제로 이어지며 '비판보다는 대안'을 강조하는 흐름이 당의 주류로 자리잡은 게 오히려 '야성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당의 한 인사는 "이명박 정부가 감세를 내놓으니 우리도 어정쩡한 '감세'로 맞대응하는 게 대안이냐"며 '대안의 내용'을 꼬집기도 했다. 경제위기 등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행정구역 개편 등 현안과 동떨어진 문제에 집중하는 것도 일각에선 욕을 얻어먹는다.

이를 의식한 듯 김민석 최고위원은 "민주세력의 분열, 여러 가지 작은 차이를 확대하고 그것을 키우는 것이 좋다고 본 잘못된 노선이 대선 패배를 가져온 것"이라며 "다시는 어떤 명분과 이유로도 분열이나 분화로 비쳐질 수 있는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단합을 강조했다. 그는 "신민주대연합이 요구되고 있는 의미 있는 상황"이라며 당 안팎 세력의 총집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여전히 지지율은 15%

결국 잠시 '유보됐던' 균열이 다방면으로 폭발하고 있는 현 국면을 정세균 체제가 적절하게 봉합하고 순항할 수 있을지는 장담키 어렵다. 무엇보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은 정 대표의 큰 고민거리. 이명박 정부의 실수가 연발했음에도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15%를 넘기지 못했다.

정치컨설턴트인 박성민 '민 기획' 대표는 "한나라당 지지율은 35% 선에서 나오고 있는데 지지율이 15% 이상 차이가 나면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민주당은 지금 두 다리가 다 풀린 상태로 리더십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연말까지 20%를 회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지율에 크게 괘념치 않고 멀리 보고 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판 세력들은 "지도부의 표정이 너무 느긋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대로라면 2010년 지방선거도 장담 못 하다"는 말들을 하고 있다. 한 원외 중진 인사는 "국정감사가 끝나면 한 번 크게 부딛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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