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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렛일만 시켜 놓고 '서비스 지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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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렛일만 시켜 놓고 '서비스 지원단'?"

서울메트로의 '서비스 지원단' 실체는? "모멸감 줘 퇴출 수순"

서울메트로가 지난 5월 "대(對)시민 서비스질 향상을 위해 무능력자와 업무부적격자를 대상으로 재교육을 실시하겠다"며 신설한 '서비스 지원단', 여기에 발령을 받았던 314명은 지난 4개월 동안 대체 어떤 교육을 받았던 것일까?

그 답은 "아무 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다"였다. 인권단체연석회의가 자체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발령자들을 상대로 벌인 조사를 토대로 25일 공개한 '서비스 지원단'의 실체였다. "한 달 동안 아무 일 없이 출퇴근만 했다"는 증언마저 있었다.

서비스 지원단에 발령을 받은 사람들은 교육은커녕 오히려 열악한 근무환경과 형식적인 업무로 심한 모멸감을 느끼고 있었다. 애초의 '선진화'니 '서비스질 향상'이니 하는 구호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것이고 결국 이들에게 모멸감을 주어 제 발로 걸어 나가게 하는 등 퇴출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달 동안 일 없이 출퇴근만 했다"
▲ 발령지 근무자들은 "한 달 동안 어떠한 업무수행도 없이 한 사무실에 모여서 출퇴근을 반복하기만한 경우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프레시안

'서비스지원단'이 신설될 때 서울지하철노조는 이것이 지난해 오세훈 시장이 내놓은 '현장시정지원단'이라는 이름의 공무원 퇴출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명목상으로는 교육을 통해 고객 서비스질을 향상하는 것이라고 내놓았지만 실제로는 '상시적 퇴출제'에 그럴듯한 포장을 씌어놓은 것이라는 평가였다.

인권단체연석회의가 이날 서울 시청역 1호선 대합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진상조사 결과를 보면, 이 같은 의혹에 힘이 실린다. 특히 발령자들이 담당한 수행 업무를 들여다보면 더욱 그렇다. 발령지 근무자들은 "한 달 동안 어떠한 업무수행도 없이 한 사무실에 모여서 출퇴근을 반복하기만한 경우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말이 시설물 점검과 차량 점검이지 실제 할 수 있는 일은 돌아다니며 역사 안에 파손된 파일 등과 같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시설에 대한 체크를 하는 일이었다"며 "차량점검의 경우 차량을 돌며 파손된 손잡이를 체크하는 등 '정말 왜 이런 일을 지시할까' 싶은 형식적인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수년 간 수행했던 일, 직무능력, 기술 등과는 전혀 상관없는 업무배치에 모욕감과 무력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또 서비스지원단에 발령받은 50, 51년생 장기근속자의 경우 사측은 사회적응재활프로그램에 따라 발령을 냈다는 사유를 들었으나 실제 업무는 그런 사유와 전혀 관련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십 명을 비좁은 사무실에…모멸감 느꼈다"

교육 등을 위한 근무 환경도 전혀 조성되지 않았고 열악한 환경으로 모멸감을 느끼게 했다. 발령자들은 "발령지로 첫 출근을 해보니 책상과 의자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창고 같은 곳에 배치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또 이들이 배치된 사무실은 단 한 곳도 사무집기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탈의실조차 없는 비좁은 공간에 수십 명이 함께 근무해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발령자는 임금이 하락한 점도 밝혀졌다. 승무원은 기본급 비율보다 수당이 월등히 높은 편인데 서비스지원자에게는 수당이 거의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심지어 일부는 서비스지원단 발령 전 기본급의 50%를 받게 되기도 했다. 퇴직을 앞둔 이들의 경우는 퇴직금이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정도 줄어드는 불이익을 당했다.

'서비스지원단'에 간 사람은 도덕적, 업무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혀 가족관계와 사회생활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었다.

"발령 기준도 모호해"

서비스 지원단 신설 초기부터 지적된 발령 기준의 모호성도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314명의 대상자 중 186명이 퇴직예정자이고 나머지는 업무부적격자, 근무지 이탈 등의 사유이다.

다산인권센터의 김산 활동가는 "서울지하철공사가 인사이동의 근거로 제시한 근무평가서의 기준은 사람마다 달랐다"며 "근무평가연도도 1년에서 5년까지 차이를 보이고 고과점수나 병가 사용에서도 일관된 기준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일부에 대해서는 아예 발령사유를 명시하지 않고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발령 사유에 관한 자료를 보여달라는 요구에도 응하지 않아 '발령의 명확한 기준이 뭐냐'는 질타를 받았다. 결국 사업장별 배당 인원을 채우기 위한 무리한 '할당량 채우기'가 아니었냐는 지적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문제는 올해의 '서비스지원단'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서울메트로는 올 연말까지 현재 1만 284명의 정원 중 404명을 줄일 예정이고 2010년까지는 단계적으로 2088명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도 매년 이 같은 모멸감을 겪어야하는 이들이 전체 서울메트로 직원의 20%나 되는 것이다.

서울시의 '현장시정지원단'과 서울지하철공사의 '서비스 지원단', 앞으로 또 어디서 이 같은 허울 뿐인 '퇴출제'가 생겨날지 공기업 노동자들의 우려가 깊어 지고 있다.
▲ 서울시의 '현장시정지원단'과 서울지하철공사의 '서비스 지원단', 그리고 또 앞으로 이 같은 허울 뿐인 퇴출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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