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세상이 당장 변하지 않더라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세상이 당장 변하지 않더라도…"

[오체투지 22일째] '우순풍조 민안락(雨順風調 民安樂)

오체투지 순례 21일째인 지난 24일 순례단은 전북 임실군 오수 삼거리 인근에서 순례를 시작해 오수교를 지나 오수 휴게소에서 일정을 마쳤다.

이날 오후엔 비가 내려 순례 길을 더욱 어렵게 했다. 순례단은 "내리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비에 어느새 옷은 다 젖어들었다"며 "겉옷은 물론 속옷까지 비에 젖었으며, 빗물을 머금은 장갑에서는 짜기만 하면 물이 떨어지고, 가슴에 착용한 보호대는 천근만근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아주 고단한 순례 길이었다"며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정한 오수 성당에 도착하니 다들 두툼한 옷을 꺼내 체온을 유지하기 바빴고, 빗속에서 진행된 순례로 인해 손발은 퉁퉁 부어올랐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날 도로는 더욱 좁아졌는데 여전히 대형 화물차들이 지나쳐 순례 길은 더욱 위험했다.

궂은 여건 속에서도 순례단은 "순례는 나 스스로부터 낮아지겠다는 자기 결의이며 약속이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 온 수많은 촛불과 진정한 주인인 국민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라며 "비록 어려운 순례 길이었지만, 한 걸음 한 걸음에 최선을 다하듯, 그 첫 마음을 잊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 지난 24일 오체투지 순례 22일째 순례 길엔 비가 내렸다. ⓒ오체투지순례단

농부가 씨앗을 뿌려놓은 것처럼…

이날 순례 길에서 건너편 차도에서 달리던 시외버스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며 오체투지 순례단 옆을 천천히 지나갔다. 이들 눈에는 오체투지 순례가 어떻게 비쳤을까.

그동안 순례 길에는 순례 소식을 듣고 직접 참여하려고 먼 곳에서 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 버스 안의 운전기사와 승객처럼 순례단을 직접 보고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었다. 늘 비슷한 반응 속에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사람들 눈에 처음 순례를 시작할 때만 해도 순례단은 그저 기이하고 신기한 행렬이었는데, 이제는 많은 이들이 왜 두 성직자가 오체투지를 하는지 궁금해 하면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순례단은 "시간이 지나면서 순례단원들이 어느새 점점 늘어간다"며 "그리고 준비한 물이 부족할 때 지나가던 한 운전자가 차를 세우고 후원금을 주며 '물을 구입하는데 사용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이날 순례대열 뒤에서 멀리 정차한 차량에서 두 명의 스님이 내려 순례단을 향해 삼배를 하고 한참을 바라보다 다시 가던 길을 가기도 했다. 또한, 진보신당 노회찬 공동대표도 남원에 강연이 있어 가다가 건너편에서 순례단을 보고 차를 돌려 이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가기도 했다.

1일 순례단원으로 참가한 이정훈 씨는 "오체투지 순례로 인해 단 한 사람이라도 생각이 바뀐다면 순례의 성과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순례단원인 김경태 씨도 "오체투지 순례는 세상이 당장은 변하지 않더라도 마치 농부가 씨앗을 뿌려놓은 것처럼 결실을 맺을 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례단은 "이것은 나와 너를 구분하지 않고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는 몸짓"이라며 "그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나 있는 촛불의 마음"이라고 풀이했다.

순례단은 "권력을 가진 자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한 순간의 모습일 뿐"이라며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사람답게, 생명과 평화가 공존하는 세상으로 바꾸는 것은 촛불과 같은 새로운 가치와 희망을 가진 사람만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오산성당 신도들. ⓒ오체투지순례단

▲ 순례대열 뒤에서 멀리 정차한 차량에서 두 명의 스님이 내려 순례단을 향해 삼배를 하고 한참을 바라보다 다시 가던 길을 가기도 했다. ⓒ오체투지순례단

"비가 순조롭게 내리고 바람이 조화롭게 불면, 백성이 편안하고 즐겁다"

이날 내린 비에 순례단은 "빗물이 흐르는 차도에서 진행되는 순례에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한결 평온했다"며 '우순풍조 민안락(雨順風調 民安樂)'이란 옛말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 말은 '비가 순조롭게 내리고 바람이 조화롭게 불면, 백성이 편안하고 즐겁다'라는 말로서 '햇살과 비와 바람이 순조롭게 순환하고, 하늘과 땅에서 시작하는 자연의 질서에 조응하는 삶이라면 국민이 편안하고 즐거운 삶을 살아간다'는 말로 풀이할 수 있다.

순례단은 "비가 순조롭게 내리고 바람이 조화롭게 불어야 국민이 편안해지듯이, 국민을 이기려 하고 국민을 위협하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에게 무릎을 꿇을 수 있는 용기 있는 권력이 국민을 살리고 나라를 평온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순례 22일째인 25일 현재 순례단은 오수휴게소를 시작으로 군평리 SK 주유소를 경유해 봉천역 인근에서 종료할 이날 순례 일정을 종료할 예정이다.
▲ 순례단은 "겉옷은 물론 속옷까지 비에 젖었으며, 빗물을 머금은 장갑에서는 짜기만 하면 물이 떨어지고, 가슴에 착용한 보호대는 천근만근 같았다"고 말했다. ⓒ오체투지순례단

▲ 명상하는 성직자들. ⓒ오체투지순례단

▲ 비에 젖은 순례자의 발. ⓒ오체투지순례단

▲ 젖은 옷을 짜는 수경 스님 ⓒ오체투지순례단

* 도보 순례 참가 일정과 수칙은 '오체투지 순례 카페' 공지사항을 참고하면 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