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흐린 가운데 선선한 바람이 불어 순례를 떠나기 비교적 수월했지만, 아직 가시지 않은 더위로 순례자들의 옷은 금세 땀으로 물들었다. 또 여전히 두 성직자는 국도를 지나는 대형 컨테이너 트럭들이 날리고 가는 먼지에 연신 고통스러운 기침을 했다.
순례단은 "17일 차에 이른 순례 길에서 두 성직자는 이런 환경 속에서도 낮은 곳으로 임하며 함께 나눌 새로운 희망을 기도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규현 신부는 순례 중 죽비로 시간을 알려주는 지관 스님의 머리를 차가운 수건으로 닦아주는 배려를 해주었다.
날이 갈수록 참가자 늘어 오체투지 행렬 길어지다
오체투지 순례단에는 날이 갈수록 더욱 많은 1일 순례단원들이 다녀가고 있다. 순례단에 따르면 이날 순례에도 50여 명의 사람들이 다녀갔다. 지난주에는 20여 명의 사람들이 1일 순례단원으로 참여했다면, 이제는 배가 더 많아진 것이다. 이들은 다양한 단체와 다양한 지역, 나이의 사람들이었다. 또 하루 일정 동안 오체투지를 직접 하는 순례단원도 많아져 순례 행렬은 이전보다 훨씬 길어지기도 했다.
이날은 부산 지역 아고라 모임에서 회원들이 남원까지 찾아오기도 했고, 광주 가톨릭대학교 학생들이 함께 와 두 성직자와 많은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또 갓난아이와 함께 유모차를 끌고 온 부부도 있었고, 5살 난 아이와 함께 오체투지를 한 아버지도 있었다. 또 어떤 이는 하루 순례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에서부터 남원까지 어렵게 내려와 단 5분만을 함께하고 급하게 떠나기도 했다. 이들은 사람과 생명, 평화를 찾아 나선 순례 길의 의미를 생활 속에 녹여내려고 일부러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다.
배려는 순례를 이끄는 힘
이렇게 다녀가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서로에 대한 배려였다. 순례단은 "'촛불 청년'이라 불리는 진행팀원과 고향을 떠나 이국에서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는 평화운동가, 또 자신의 삶에 대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청년 등 다양한 사람들이 교대하며 하루 종일 도로에서 교통 지시봉을 들고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차량으로부터 순례단과 참가자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며 "하루 순례 길에 참가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교통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들은 쉬지 않고 도로에서 달려오는 차량을 마주서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부산 지역 아고라 모임 회원들도 순례에 참여하면서 도로의 휴지를 주우며 가기도 했고, 한 참가자는 순례단 보다 앞서 걸으며 도로의 작은 돌과 쇠붙이 등 다양한 이물질을 찾아 정리했다. 이것들 때문에 오체투지를 하는 순례자의 몸에 피멍이 들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참여한 꼬마 참가자는 딱 5번만 하기로 아버지와 약속했다며 오체투지를 한 후 과자를 들고 다니며 참가자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했다.
가장 힘들었을 두 성직자도 매번 출발에 앞서 오히려 "힘들지 않은지…. 기운내서 함께 가자"고 격려의 말을 잊지 않았다.
순례단은 "이분들을 보며 하루 순례에 참여하신 분들이 의 노고에 의해 순례는 무사히 나아가고 있다"며 "함께하는 모두가 순례단을 이끄는 정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순례단은 "오체투지 순례 자체가 두 성직자만의 순례 과정이 아니라 하루하루 참여하는 모든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라며 "나아가 현장에 있지 않지만 순례단의 몸짓을 지켜봐 주는 모든 사람들이 순례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순례단은 남원 도통동 성당의 도움으로 성당에 숙박 장소를 마련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지난 21일 하루 쉬고 22일 현재 광치동 광치로터리, 태양원룸 인근에서 순례를 시작해 춘향터널을 지나 오리정 휴게소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순례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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