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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다리는 좀 만지지 마세요!"

[기자의눈] 한국 기업의 베트남 '엽색' 행각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지속적으로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한 이은의 씨 건을 인정하고, 삼성전기 측에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이 씨는 2003년 6월부터 2005년 5월까지 지속적으로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했으나, 삼성전기는 가해자와의 면담을 근거로 이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인권위원회가 뒤늦게 이 씨 편에 선 것이다.

(☞관련 기사 : "청바지 입은 여직원은 성희롱해도 되나요?", "삼성전기, 직장 내 성희롱 철저히 대처해야")

이 소식을 <프레시안>을 통해 전한 지 며칠 후 기자는 베트남을 방문했다. 베트남의 몇몇 과학자를 인터뷰하기 위한 출장이었다. 베트남 말을 못하는 터라 불가피하게 한국어에 능통한 베트남 친구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정말 낯 뜨거운 몇 가지 얘기를 전해 들었다. 결론은 이렇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더라.

한국 기업의 베트남 '엽색' 행각

한 베트남 여학생이 직접 겪은 일이다. 그는 한국 굴지의 대기업 관계자들이 호치민을 방문했을 때 통역을 맡았다. (이니셜만 밝혀도 어느 기업인지 바로 알 수 있는 터라, 그냥 익명으로 처리한다.) 저녁까지 이어진 회의가 일찍 끝나서 애초 약속한 통역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았다.

집에 가려는 여학생을 대기업 관계자들이 잡아 세웠다. 그들은 여학생에게 약속한 시간을 채우지 못했으니 술집에 동행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그 여학생은 술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그 여학생의 말을 빌리자면) "한국 '아저씨'들이 본색을 드러냈다." 그 여학생에게 술시중을 드라고 강요한 것.

이 정도는 약과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를 베트남 여학생 몇몇이 같이 안내했을 때의 일이다. 비슷한 사정 탓에 술자리까지 따라간 그 여학생들은 더 '무서운' 경험을 했다. 술이 얼큰하게 취하자 이 한국 아저씨들이 본색을 드러낸 것. "아무리 싫다고 해도, 손으로 다리를 자꾸 만지는 거예요. 정말 무서웠어요."

이런 상황을 처음 겪은 20대 초반의 여학생들이 얼마나 놀랐을지 누구나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술자리를 거부하거나, 성희롱을 비판할 때 이 대기업 관계자들의 태도는 더 가관이다. "자꾸 이러면, 돈 안 준다." (베트남 학생의 하루 통역 일당은 한국 돈으로 10만 원 정도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낯 뜨거운 '현실'

베트남에서 들은 사례를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한국의 대기업 관계자를 접한 베트남 학생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여자 나오는 술집으로 안내해 달라"는 요구를 받는다고 한다. "그런 술집은 모른다"고 말하는 베트남 사람에게 돌아오는 대답 역시 "이런 식이면 돈 못 준다"는 협박이다.

잘 알다시피 한국의 기업 관계자와 접하는 베트남 학생은 현지 최고의 엘리트이다. 장차 베트남의 리더가 될 그들에게 비친 한국인의 현재 모습은 품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졸부'의 모습이다. 한 베트남 학생은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에 와서 하는 짓을 보면, 꼭 일본 사람들이 예전에 한국에서 했다는 '기생 관광'이 생각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혐한' 정서는 중국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장차 공동의 미래를 이끌어갈 아시아의 이웃 국가에서, 특히 한국인과 교류가 빈번한 엘리트를 중심으로 '혐한' 정서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또 다른 베트남 학생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 드라마 덕분에 한국에 좋은 이미지를 가진 대중도 그 실체를 알기 시작하면 금방 돌변할 것이다."

하긴 이런 낯 뜨거운 얘기를 들으면서 차마 한국인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할 수도 없었다. 당장 지난 대선 때 가장 높은 지지를 얻어 대통령이 된 사람부터 후보 시절에 공개적으로 당당히 이런 얘기를 하고 다녔지 않나?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 발언이 생각났지만 나라 망신 시킬까봐 절대로 입에 담지 않았다.

"(타이) 현지에서 오래 근무한 선배는 마사지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가장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르더라,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손님들을 받았겠지만 예쁘지 않은 여자들은 자신을 선택해준 게 고마워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하게 된다." (2007년 8월 28일 언론사 국장단과의 식사 중)

공개 망신,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귀띔 하나. 하도 한국의 대기업 관계자들의 이런 '엽색' 행각이 문제가 되자 베트남 언론에서 심층 취재에 나섰다고 한다. 이 기사에서 익명으로 처리한 기업들이 베트남 언론에 실명으로 공개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한국의 대기업은 외국 출장 직원에게 성폭력 예방 교육부터 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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