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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인터넷에 '명박산성' 쌓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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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방통위, 인터넷에 '명박산성' 쌓으려나"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방통위가 '사법기관'으로?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정보통신망법 전부 개정안)'이 누리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부에 의한 인터넷 감시체계를 상시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업자는 방통위의 '불법정보' 기준에 따라 해당 사이트 게시판의 글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의무화되고 피해자가 명예훼손 등으로 게시물 삭제를 요구할 때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접근을 차단하는 '임시조치'를 취해야 한다.

포털 사업자의 경우 권한과 의무가 늘어난 정도라면 방통위는 '사법적' 권한을 갖게 돼 위헌의 소지가 있다. 방통위는 '불법정보'라고 판단한 게시물에 대해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삭제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그대로 가지며 '임시조치'된 게시물에 대해 최종적으로 명예훼손 여부를 직접 '판단'할 권한도 갖게 된다.

진보네트워크센터, 민주언론시민연합,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7개 단체는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 센터에서 '정보통신망법 전부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이 같은 독소조항을 지적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모니터링 의무화…포털은 '중립적 전달자'인가 '발행자'인가

개정안의 '사업자의 불법 정보 모니터링 의무화' 조항(개정안 제124조 제2항)에 따르면 사업자는 음란물, 명예훼손, 국가기밀 누설 등 9개 유형의 불법정보에 대해 모니터링할 의무를 갖는다.

김경달 네이버 정책수석은 "현재 네이버에서는 이미 자체적으로 블라인드 제도 등을 도입해 욕설, 음란 등 7가지 범주를 기준으로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자율적으로 이뤄지던 모니터링이 법으로 의무화되며 의무 방기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더라도 소송 등이 제기될 때 연대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처벌 조항을 두지 않더라도 모니터링을 의무화하는 것은 불법정보에 대한 민형사상 연대책임을 서비스 제공자에게 부과하겠다는 것'이라며 "서비스 제공자를 콘텐츠의 중립적인 전달자가 아니라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는 모든 정보에 대한 발행자(publisher)나 발언자(speaker)로 보는 시각이 합리적인 시각인지 또 우리 사회에서 합의가 형성된 시각인지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비스제공자에게 '발행자로서의 책임'을 부과한다면 이들은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불법 여부가 의심되는 이용자의 게시물을 더욱 폭넓게 삭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이용자들의 정당한 표현 행위마저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1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정보통신망법 전부 개정안이 누리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부에 의한 인터넷 감시체계를 항시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프레시안

방통위의 '삭제명령권'…'사법 기관'논란으로 위헌 소송

또 방통위는 심의위원회의 '불법정보'에 대한 심의를 거쳐 사업자에게 해당 게시물 '삭제 명령권'을 가지며 만약 관리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처벌(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받는다. 이 조항은 현행 망법에 규정된 조항이며 방통위가 누리꾼의 조선일보 광고주 반대 운동 게시글에 이 '삭제명령권'을 내려 논란이 된 바 있다. 현재 시민단체들은 이 조항에 대해 위헌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조항에는 먼저 무엇이 불법정보인가를 판단하는 문제와 다음 불법정보라고 판단했을 때 방통위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김학웅 법무법인 창조 변호사는 "법리적인 부분에서 '불법정보'의 9가지 유형 중 1~8호까지는 그 내용이 구체적이기 때문에 방통위의 심의 대상에 들어간다고 칠 수도 있다"라며 "그러나 9호의 '그 밖의 범죄'는 포괄적 금지조항의 대상이어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방통위가 내용에 대한 심의기관이지 법원처럼 사법기관도, 검찰처럼 준사법 기관도 아니다"라며 "법률적인 문제는 고도의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분야인데 법률비전문가에게 범죄에 대한 판단권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입금을 했는데 상품을 보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쇼핑몰의 관련된 정보는 사기를 목적으로 하는 정보여서 삭제 명령의 대상이 된단 말이냐"며 "또 최근의 촛불문화제는 야간 집회로 집시법 위반일 가능성이 있는데 그렇다면 개최 정보는 불법 정보에 해당되어 삭제명령의 대상이 되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인용하며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가 불명확한 경우에 사람들은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어 대체로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해서 표현 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 오병일 활동가는 "불법 정보에 대한 최종적 판단은 사법부에서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며 "인터넷의 속성상 신속한 판단이 필요하다면 신속하게 사법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시 조치' 의무화…권력층에 대한 비판은 이제 그만?

또 다른 논란이 되는 조항은 '임시조치' 조항이다.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해당 게시물의 관리자에게 게시물의 삭제 등을 요구하면 관리자는 지체없이 삭제나 임시조치(침해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 30일의 기간 동안 게시물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강제하는 조항이다. 이를 위반하면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임시 조치 이후 피해자의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해 방통위 산하에 명예훼손분쟁조정부를 두고 권리 침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분쟁 제기를 가능하게 했다.

오병일 활동가는 "만일 개정안과 같이 게시물 삭제 등을 사업자의 '의무' 조항으로 한다면 서비스 제공자는 과태료 부과를 회피하기 위해 누군가의 삭제 요청만 있으면 삭제나 임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이용자의 표현을 과도하게 제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현행 법 하에서도 사업자들의 자의적인 삭제나 임시조치는 남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분유 이물질 등 소비자 고발성 게시물뿐 아니라 이랜드 사건과 같은 노동정책에 대한 게시물 등 주로 기업비판적인 의견들이 해당 기업의 '명예훼손'이라는 주장 하에 무차별적으로 삭제되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임시조치 제도는 권력층에 의한 사회적 약자의 통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조항의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의 권리침해' 부분을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으로 수정해 침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사업자의 '삭제나 임시조치' 권한 중 '삭제' 권한은 없애고 '임시조치' 권한만 주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신속한 피해 구제를 위해 방통위가 '대체적 분쟁해결 제도'가 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됐지만 당사자 간의 화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방통위가 아닌 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됐다.

사이버 모욕죄 신설

한편 사이버 모욕죄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김학웅 변호사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경우 법정형이 정한 정도로 중한 처벌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을뿐더러 비범죄화 경향에 따라 모욕죄를 폐지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며 "현재 모욕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독일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가 현재 가장 활발하게 펼쳐지는 장이 인터넷이고 포털"이라며 "하버마스가 얘기한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할지 미셸 푸코의 파놉티콘(소수의 감시자가 모든 수용자를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감시할 수 있는 형태의 감옥)이 될지는 어떤 철학을 갖고 있냐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명박산성은 표현의 자유가 21세기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어떻게 침해되는지를 보여준 유형적 상징이었다'며 "이제 무형의 명박산성을 또 쌓으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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