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단 한 차례의 여론수렴이나 공청회도 없이 방송구조의 변화를 몰고 올 중차대한 문제가 일방적으로 결정됐다"며 "민영 미디어렙 도입은 종교·지역 방송 관계자는 물론 심지어 중앙일간지와 광고업 종사자 모두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고, 우리 언론의 공공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방송 체제 대격변
현재 방송 광고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를 통한 독점 공급 체계와 '연계 판매' 방식이다. 방송광고는 KOBACO를 통해 분배되는데, MBC에 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매체인 CBS에도 광고를 해야 하고, KBS에 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불교방송에도 함께 광고를 해야 하는 식으로 엮여 있다.
예컨대 가장 비싼 시간대인 MBC <뉴스데스크> 직전의 시간대에 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더 싼 값에 CBS에도 광고를 해야 한다. 따라서 이는 '끼워 팔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시장 원리에 어긋난다는 것이 기업들이나 정부 측의 주장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체제가 무너지고 경쟁체제가 도입이 되면 광고시장 양극화 현상이 벌어져 소규모 매체는 견딜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시청률 경쟁도 지금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광고는 시간대별로 가격이 책정되는데, 경쟁체제가 도입이 되면 <뉴스테스크> 광고보다 <무한도전>의 광고가 더 비싸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광고 단가가 올라가게 되고, 광고비 부담을 느낀 기업들은 소규모 매체에 대한 광고를 끊을 수밖에 없게 된다. 파장은 일간지 등 인쇄매체에까지 미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방송가 양극화…종이매체에도 파장
따라서 MBC, KBS, SBS 등 방송3사의 광고 판매 수익은 늘어날 수 있지만, 군소 매체들은 생존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KOBACO의 예측 결과 4년 뒤 방송3사는 광고수입이 35% 가량 늘지만, 방송3사를 제외한 지역민방은 20%, 종교방송은 심지어 80%까지 수입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광고비 지출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간지들도 20~40% 광고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방송3사도 직접 광고 영업에 뛰어들어 '광고 사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영업부'의 입김이 커질 수밖에 없고 더 치열한 시청률 경쟁은 불가피하다. 결국 흥미 오락 위주의 편성과 '황색 저널리즘'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 방송3사가 광고영업을 통해 많은 이익을 얻을 경우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해 사익을 올린다'는 비판이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일반 기업의 지상파 진입 허용 및 MBC, KBS 2TV 등에 대한 민영화 논의가 탄력을 받게 될 가능성도 크다.
최문순 의원은 "현재의 광고요금은 공공요금이라는 개념 하에 5년째 통제되고 있지만, 방송사가 광고단가를 직접 결정하게 돼 광고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고비 상승은 기업들의 제품 원가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전병헌 의원도 "공영적 광고 판매로 방송광고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돼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됐다"며 "코바코 시스템은 방송의 상업화를 막고 시청률 지상주의에서 일정하게 벗어날 수 있는 방지턱 역할을 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영구 장악 음모
더 큰 문제는 '자본을 통한 미디어 지배'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전 의원은 "민영 미디어렙 도입은 자본에 의한 여론의 간접 지배가 본질"이라며 "다만 시장 논리와 경쟁의 논리로 위장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종걸 의원은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의 그린벨트가 현재는 긍정적 역할을 하듯이 코바코 체제 역시 당초 방송 장악 수단이었지만 민주화의 흐름과 방송·언론인들의 노력으로 코바코는 방송의 독립을 지켜주고 공영성을 지키는데 긍정적 기능을 하게 됐다"며 "민영 미디어렙 도입은 방송의 민영화와 광고주 종속을 심화시켜 방송을 간접지배하기 위한 획책"이라고 말했다.
조영택 의원도 "사회적 공익 기업인 방송사들에 대해 자본을 앞세우는 재벌들의 지배 및 영향력을 확대해 극우보수정권의 영속적 지배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원대한 계획 하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송이 재벌이나 대기업 등 자본의 지배에 놓이게 되면 결국 방송은 보수정권의 편에 서게 된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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