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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융위기'에도 'MB식 선진화'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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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융위기'에도 'MB식 선진화' 계속 된다

금융위, CDO 등 관련법 개정 추진…靑 "자율성 더 부여"

어떤 측면에서 한국의 경제규모를 생각해봤을 때 국내 금융회사들이 리먼브러더스에 투자한 금액이 7억2000만 달러에 그쳤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본은 4조 엔(40조 원)이나 된다.

한국의 은행, 증권사들이 리먼브러더스의 파생금융상품에 대거 투자하지 않은 것은 '선견지명'이 있어서라기 보단 잘 몰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금융 선진화'를 목표로 내세우면서 이제 막 국내에서도 '금융의 증권화'를 활성화하려는 순간 미국 금융위기가 터졌다.

금융위 "자산유동화법 개정 추진하겠다"

"자본시장을 통한 직접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신용파생계약을 활용한 유동화(합성 CDO(부채담보증권)) 등 다양한 구조의 자산유동화를 위험관리가 가능한 범위 안에서 활성화하고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이 가능한 기업 범위를 확대하겠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지난 달 28일 경총포럼에서 이같이 약속했다. 미국 금융위기가 터지기 2주 전에 재계 인사들에게 한 약속이다. 금융규제 완화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라는 점에서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 전광우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CDO, ABS 등 파생상품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

하지만 전 위원장이 이날 언급한 CDO, ABS 등 파생상품은 이번에 리먼브라더스, 메릴린치 등 미국의 거대 투자은행을 줄줄이 무너뜨린 주범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ABS는 채권, 담보물을 바탕으로 발행되고, CDO는 일반대출과 ABS 등을 섞어서 만들어낸 유동화 채권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들 파생상품은 당초 기초자산의 몇 갑절로 부풀려졌고, 복잡한 구조 때문에 시작이 어디인지를 알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그러다보니 해당 자산이 부실인지 아닌지 판단이 불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애초 담보에 부실이 생기면 손실이 연쇄적으로 확대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여파가 지금도 그 '끝'을 파악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때문에 올 하반기에 자산유동화법 개정 등을 통해 합성CDO 발행 등을 활성화하겠다는 금융위원회의 입장에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미 금융위기 사태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의 입장에 변화는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리먼 파산의 주범이 CDO 관련 상품의 부실인 것은 맞다"면서도 "자산유동화법 개정은 미뤄진다기보다는 시장에서 수용 가능하도록 조율을 해서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합성 CDO는 ABS 시장 성숙을 위해 검토되고 있는 방안인데 위험 관리가 가능한 수준에서 허용하려고 한다"며 "법 개정 시기는 내부적으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우리는 좀더 자율성 부여하는 쪽으로 가야"

금융규제 완화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는 더 확고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가 미국계 투자은행들의 독창적인 파생상품을 방치한 결과가 아니냐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한다"면서도 "미국의 경우 자율성을 너무 부여해 컨트롤이 안 돼서 이번 사태가 발생하긴 했지만 우리는 좀 더 자율성을 부여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 이후에 금융회사 자체 리스크 시스템과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감독 기능 강화와 규제 강화는 전혀 다른 얘기"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금융위기와 관련해 "우리 경제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을 밝히기도 했다.

"감독 기능 강화가 우선 돼야"

이 같은 정부 입장에 대해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이번 미국 금융위기는 규제 완화를 섣불리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며 "미국 내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우리는 자통법을 만들 때부터 증권시장의 규제완화를 금융산업 선진화와 동일시했다"며 "일단 규제를 완화하고 감독기능을 선진화해서 대처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감독기능 강화에 대해선 충분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생상품을 활성화하겠다는 금융위 입장에 대해서도 전 교수는 "제도 자체를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이를 어떻게 감독할 것이냐가 금융당국의 숙제"라며 "전세계적으로 가장 감독을 잘 한다는 미국에서도 제대로 안 되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과연 이를 어떻게 감독하겠다는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선진기법 도입은 민간에서 하는 것이고 감독당국은 이런 기법을 어떻게 감독할 것인가를 일차적으로 고민해야 하는데 감독당국이 선진제도 도입의 기수 역할을 자임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태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합성 CDO 등을 도입하더라도 감독 규정 체계는 미국의 것을 참조해야 한다"며 "이번에 리먼 사태로 이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 만큼 미국이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만드는 것을 봐가면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연말에 서둘러서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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