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때문에 9월 중순이 되어도 더위가 가시지 않고 비도 영 내리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극 상공의 오존구멍은 이미 작년의 최종 크기를 넘어섰다고 한다. 성층권 오존층은 생명을 죽이는 태양 자외선을 막아주는 지구의 방패인데 이 방패가 갈수록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무섭다. 우리에게 엄청난 풍요를 가져다 준 공업 문명이 그 대가로 우리의 멸종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 인류는 과연 생태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생태 위기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아마도 생태 위기는 결국 생태 파국으로 끝날 것만 같다. 풍요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좀처럼 빈곤을 받아들일 수 없다. 지금의 풍요가 병적으로 과도한 것일수록 여기에 길들여진 사람들도 역시 병적이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 위기는 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기 십상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살기가 어려워진 사람들은 무슨 일이라도 하려고 한다. 부자들은 이런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서 더 많은 개발을 강행한다. 그것은 반드시 더 많은 파괴와 오염을 낳고 만다.
갈수록 생태 위기와 경제 위기가 악화되고 있다. 문명의 종말을 예감하게 하는 이 심각한 이중의 위기 상황에서 바야흐로 이명박 정부는 'MB노믹스'를 강행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대체 'MB노믹스'의 정체는 무엇인가? 과연 '노믹스'라고 부를 만한 내용을 갖고 있는 것이기는 한가? 그 정체는 부자를 중심으로 더 많은 개발을 강행해서 경제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후진적 경제 정책이 아닌가? 'MB노믹스'는 생태 위기와 경제 위기를 완화시킬 것인가, 아니면 더욱 악화시킬 것인가?
나는 미국발 금융 위기보다 'MB노믹스'가 더 무섭다. 그것은 필경 불평등을 더욱 더 악화시키고, 난개발에 따른 파괴의 문제를 극단화시키고, 그렇게 하고도 경제 성장은 거의 촉진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천국'처럼 여기는 자들이 미국발 금융 위기를 적극 활용해서 후진적 불평등 토건 경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준동하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이 상황에 적극 대처하지 않는다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살 돈조차 마련하기 어려워지고 말 것이다.
'MB노믹스'의 정체는 지난 6개월 동안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한 정책에서 이미 잘 드러났다. 그것은 크게 두 가지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재벌 중심의 경제 정책이다. 재벌은 한국 경제의 견인차가 아니라 거대한 암종이다. 비합리적 재벌을 합리적 대기업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경제 개혁의 핵심 과제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이런 재벌을 개혁하기는커녕 재벌을 더욱 더 강화하기로 했다. 이명박 정부와 재벌은 그야말로 일심동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재벌은 엄청난 '범죄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래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재벌은 좀처럼 법의 심판을 받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지난 8월 15일에 재벌에 대한 대대적인 사면을 단행했다.
둘째, 토건 중심의 경제 정책이다. 당선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가 가장 줄기차게 추진한 경제 정책은 사실 토건 정책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대운하' 공약을 슬며시 뒤로 빼돌려서 사람들로 하여금 이 망국적 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했다. 그러나 당선되자마자 바로 그 다음날 '대운하'의 추진을 전격적으로 천명하고 나서서 사람들의 기대를 정면으로 배신해 버렸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하고 1년 3개월 여 뒤인 2004년 6월 9일에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제도를 거부해서 사람들의 기대를 정면으로 배신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훨씬 빨리 배신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6월 19일에 '국민의 반대'를 조건으로 '대운하'의 포기를 선언했다. 그의 눈에는 '대운하'에 반대한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사람이 아니라 귀신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래서인가, 정종환 장관은 '대운하'를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을 다시 밝혀서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여기서 나아가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와 상속세의 대폭적인 완화, 각종 재개발과 재건축의 완화, 그리고 심지어 그린벨트의 대대적 파괴까지 강행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불도저'는 '강부자'를 위한 토건망국의 길을 활짝 뚫고 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강부자'들은 신이 나서 어쩔 줄 모르며 만세를 부르고 있다.
요즘 미국에서는 '페일린 마케팅'의 열풍이 불어서 버락 오바마가 버럭 화를 낼 판인 것 같다. 사실 페일린은 집에서 놀면서 수백 차례나 출장비를 타낸 혐의를 받고 있는 저질 정치인이다. 이런 여자가 '워킹 맘'의 우상처럼 열렬히 마케팅된다니 '멍청한 미국인'론이 크게 힘을 얻을 판이다. 그런데 우리도 지난 대선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명박 마케팅'이 바로 그것이다. 대기업에서 주요 임원으로 근무했다는 경력을 내세운 '경제 대통령'이라는 구호가 큰 위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멍청한 한국인'론을 넘어서 심지어 '국개론'까지 제기되었다. 그런데 이제 'MB노믹스'의 본격적 전개로 그 참담한 끝장을 맞게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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