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국보다 높은 조세부담률에 의하여 성장률 저하와 함께 양극화 심화
* GDP성장률(%) : ('80~'89) 7.6-->('90~'99) 6.1--> ('00~'07) 5.1
* 지니계수(전국가구) : ('04)0.344-->('05)0.348-->('06)0.351-->('07)0.352
과연 기획재정부의 주장대로 우리나라의 높은 조세부담률 때문에 성장률이 저하되고 양극화가 심화된 것일까.
이 글에서는 IMF 자료를 토대로 조세부담률과 성장과의 상호관계를 살펴보고, 더불어 선진국들과 우리나라의 소득재분배정책이 어느 정도 계층간 소득격차를 줄여놓고 있는지 추적해 보기로 한다.
OECD 국가 중 스웨덴의 1인당 GDP성장율 11위, 미국은 23위
조세부담률과 경제성장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할 때에는 경제적 발전수준이 유사한 나라끼리 비교해야 한다. 경제분석가들 사이에 이것은 기본적인 상식에 속한다. 다음에 소개하는 [표-1]은 이런 기본적인 상식에 기초해 선진국들 중에서 가장 조세부담률이 낮은 편인 미국과 다른 29개국 OECD 회원국의 조세부담률과 경제성장률을 비교해 본 것이다.
단, GDP성장률 지표는 인구증가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국민들의 실질소득 증가율과의 괴리도가 크기 때문에 1인당 실질GDP증가율이라는 지표를 사용하였다. 각국의 장기간의 성장률을 비교할 때는 반드시 후자를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구증가율이라는 변수가 경제현실을 크게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1] OECD 각국의 1인당 실질GDP 성장률과 조세부담률
(주) 조세부담률 : 2005년 기준 (원자료 출처) : IMF ,OECD |
위의 표를 보면 의도적으로 미국의 경기호황기가 시작되는 시점을 비교시점으로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1993년과 2007년 사이 미국의 1인당 실질GDP 성장률은 OECD 30개 회원국 중에서 23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조세부담률이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어떤 근거도 발견하기 어렵다. 조세부담률이 가장 높은 스웨덴의 경우 같은 기간 성장률 순위 11위를 기록하여 재정부 관료들이 오매불망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미국(23위)을 가볍게 따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세부담률이 높다는 북유럽 4개국의 성장률 순위를 살펴 보면 핀란드가 6위, 스웨덴이 11위, 노르웨이가 13위, 덴마크가 20위를 기록하고 있다.
선진 15개국 소득재분배정책, 소득불평등도를 42% 변화시켜
재정부 관료들은 또 9·1 세제개편안에서 높은 조세부담률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주장 또한 전혀 근거없는 궤변에 불과하다.
우선 먼저 조세부담률과 양극화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하여 주요 선진국들의 소득재분배정책을 통한 불평등도 완화율(지니계수 변화율)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지니계수는 소득이 어느 정도 불균등하게 분배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을 가지는데, 값이 1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높다는 것을 뜻한다.)
[표-2] 소득불평등도 완화율(지니계수 변화율 비교)
(주) 가처분소득 : 소득재분배 이후 소득. (출처) : 외국 자료는 OECD(1995), 유경준(2003)의 보고서, '소득분배 국제비교를 통한 복지정책의 방향'에서 재인용 ; 한국자료는 유경준(2008.6), '중산층의 정의와 추정' |
[표-2]를 보면 선진국의 경우 소득재분배 정책 이후 소득불평등도가 크게 완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스웨덴의 경우 지니계수 변화율이 무려 101%에 달하고 핀란드의 경우도 81%에 이른다.
누진세적 조세정책, 소득격차를 9.2배에서 8.5배로 완화
우리나라는 어떨까. KDI의 유경준은 2008년 6월의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도(지니계수) 변화율이 선진국들에 비해서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지만 2000년 이후 소득재분배정책에 힘입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쓰고 있다. (2000년 5.7%, 2004년 6.4%, 2007년 8.8%).
그러나 지니계수 변화율이라는 수치는 좀 낯설다. 좀더 구체적인 자료는 없을까. 필자는 지난 2월에 나온 성명재·박기백의 연구보고서에 실린 기초 데이터와 통계청의 가계조사연보를 토대로 김대중·노무현정부의 복지정책이 우리나라 양극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추적해 보았다.
[표-3] 조세정책과 1분위와 10분위간 소득배율
[표-3]을 보면 민간부문에서 부모,형제,친족,친지들 간의 민간소득이전으로 최저소득층 1분위와 최고소득층 10분위의 소득격차가 10.9배에서 9.2배로 완화되었고, 역시 정부의 누진세적 조세정책으로 인하여 이들 간의 소득격차가 9.2배에서 8.5배로 추가로 완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금급여정책으로 소득격차를 8.5배에서 7.5배로 완화
그러나 조세정책만 소득격차를 완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재정지출정책 또한 계층간 소득격차를 완화시키게 되는데 다음 [표-4]는 성명재·박기백의 2008년 2월 보고서의 데이터들을 필자가 재정리해 놓은 것이다.
[표-4] 현금급여정책과 1분위와 10분위간 소득배율
[표-4]를 보면 정부가 공적연금이나 기타 사회보장 수혜금 지급 등을 통하여 최저소득층 1분위와 최고소득층 10분위의 세후소득 격차를 8.5배에서 7.5배로 완화시켰고 건강보험,교육,보육,임대주택 등에 대한 저렴한 현물급여로 이들의 소득격차를 7.5배에서 6.3배로 추가로 완화시켰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우리나라 소득재분배 정책에 의한 소득격차 완화율은 선진국에 비하여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유경준의 보고서와 성명재·박기백 보고서 간에 상당한 차이가 나는 이유는 전자의 경우 현금급여까지만 고려했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우 현물급여까지 고려한다면 이들 국가들의 소득재분배정책 효과는 OECD 보고서보다 훨씬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정부의 복지지출정책이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기획재정부의 주장은 매우 부적절한 것이다.
MB정부, 그나마 복지정책도 안 쓰겠다고?
2000년대 우리 경제에서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1996년 국내외 대자본에 대한 지나치게 급진적인 유통업개방, 1990년대 중국산 저가 소비재의 급격한 유입으로 인한 내수중소제조업의 몰락, 외환위기 직후 대규모 구조조정, 1990년대 급진전된 농업개방의 파고, 외환위기 이후 양산된 비정규직 양산. 이런 여러 요인들이 평균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의 증가를 가로막아 내수위축의 주요 요인이 되고 서민경제 파탄의 주요요인이 되었다.
다음에 소개하는 자료는 2000년대 양극화 심화 요인 중 하나인 '국내외 대자본에 대한 지나치게 급진적인 유통업 개방(1996)'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표로 나타낸 것이다.
[표-5]도소매업 취업자 비중과 경제성장 기여율
(자료 출처) : ILO, 통계청. |
표에서 보다시피 1996년 국내외 대자본에 대한 지나치게 급진적인 유통업 개방은 추가적인 경제성장에 기여하지 못했고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에도 실패했다. 1996년과 2007년 사이 전산업의 일자리는 258만개 늘어났지만 도소매업 일자리는 오히려 19.5만 개나 줄었다. 지나치게 급진적인 유통업 개방이 일자리는 다수 파괴한 반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는 기여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쨌든 이런 여러 가지 양극화 심화 요인들이 2000년대 우리 경제에 한꺼번에 융단폭격하듯 악영향을 미침으로써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복지정책에도 불구하고 양극화 심화현상은 쉽사리 해소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복지정책들이 양극화 심화현상을 해소시키지 못했다 하여 MB정부가 이를 복지정책의 실패로 단정짓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복지정책과 거꾸로 가려 한다면 그 결과는 치명적일 것이다.
1990년대 이후 폭발하듯 우리경제를 덮치고 있는 '양극화 심화 요인들'은 전혀 통제되거나 제지되지 않고 서민경제를 뒤흔들게 될 것이며 빈부 차는 심해지고 내수기업들은 지속적으로 도산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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