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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힘들어서 못 가겠네"

[오체투지 9일째] 순례단원 직접 해보니…

지난 11일 오체투지 순례 8일째, 전남 구례군을 지나고 있는 순례단은 겨우 구만제 저수지를 벗어났다. 원래 목표는 내온마을을 지나 한천 사거리까지였지만, 이날 이들은 내온마을 어귀까지 겨우 갔을 뿐이다.

순례단은 "전날 출발 장소에서 구만제 저수지 구간을 통과하는데 거의 하루가 소요됐다"며 "전날까지의 경로에 비해 차량의 소통이 많아 진행이 어려웠고, 더위에 진행 속도가 더디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체투지, 자연의 순리를 잊고 속도에만 매진하는 사회에 대한 경고
▲구만제 저수지를 지나는 순례단. ⓒ오체투지순례단

순례단은 "출발 이후 계속 무더위를 벗삼아 순례를 하다 보니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여전히 아스팔트 차도의 열기는 감당하기 힘들다"며 "오체투지로 순례를 하는 순례자들은 아스팔트 차도가 전하는 열기를 그대로 호흡할 수밖에 없고, 더구나 차도의 분진이 바람에 날릴 때면 어김없이 순례자의 거친 호흡 속에 마른기침이 뱉어져 나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들은 "한 걸음에 저만큼 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순례는 여전히 땅을 기어가는 지렁이처럼 꿈틀거릴 뿐"이라며 "순례는 자연의 순환처럼 느리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나 자연의 순리를 잊어버린 우리 사회는 어느 순간부터 속도를 중심으로 하게 되었고, 남보다 빠르게 결과를 얻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가는 법부터 배웠다"며 "자연으로부터 멀어진 우리 사회는 그렇게 기어가는 법과 걸어가는 법을 잊고 한 걸음에 달려가는 법부터 배워 5분을 줄이기 위해 직선의 도로를 만들고, 산을 파헤치면서 우리는 즐거워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모든 것을 경제적 가치로만 계산하는 방법을 배웠을 뿐, 그 자연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기쁨과 감동을 주는지는 모른 체 했다"며 "경제적 부만 얻으면 행복할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이제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오체투지 순례 길에서 짜여진 희망 네트워크

이날 목표 지점까지 도착하지 못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순례단은 "이날 오후에 하루 순례에 참가한 사람 중 일부가 오체투지 순례를 하면서 순례 대열이 길게 지체되었다"며 "대열이 길어지면서 인원이 부족한 진행 팀은 차량에 더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 더욱 지체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순례단에 따르면, 오체투지에 동참한 순례단원은 "도저히 못 가겠다"며 고통스러운 몸짓을 하며 이내 오체투지를 포기해 이 상황은 오래 가지 못했다.

이날도 일일 순례단원이 어김없이 방문했다. '길 위의 신부'로 잘 알려진 문규현 신부의 형 문정현 신부가 이들의 뜻을 알리겠다며 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했고, 미얀마(버마)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다 1994년 대한민국에 망명한 마웅저 씨와 구례 수평 교회의 김광철 목사, 국립공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국시모) 등도 참여했다. 이밖에도 지나가는 순례단을 붙들고 음료수를 안겨주는 이도 있었고, 급하게 식수가 필요하다는 말에 한 통의 물을 들고 오는 이도 있었다.

순례단은 "이렇게 우리 사회에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며, 우리 사회가 가야 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분들이 많다"며 "그런 희망의 네트워크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순례단은 더위로 달궈진 아스팔트를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 오전 8시부터 11시 반까지 오전 일정을 소화하고, 오후는 2시 반부터 5시 반까지 순례를 진행했다. 평소에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일정을 진행해 왔었다.

오체투지 순례 9일째인 12일 현재 순례단은 외산리 내온마을에서 시작해 산동면소재지를 경유해 현천마을 입구, 계천교까지를 목표로 순례를 진행하고 있다.

* 오체투지 순례단 홈페이지(http://cafe.daum.net/dhcpxnwl)
▲구만제 저수지를 지나는 순례단. ⓒ오체투지순례단

▲오체투지를 하는 두 성직자. 아스팔트의 열기는 이들을 더욱 지치게 했다. ⓒ오체투지순례단

▲순례단원들도 오체투지에 참여해 봤지만, 이내 "아이고" 소리를 내며 중단했다. 두 성직자는 어떻게 오체투지를 하는 것일까. ⓒ오체투지순례단

▲ 순례에 참여한 자원봉사단. ⓒ오체투지순례단

▲이날 순례를 마치고 문규현 신부는 순례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을 포옹해 주었다. ⓒ오체투지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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