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편향, 사실과 다른 오해 때문"
9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의 업무보고에 참석한 어 청장은 인사말에서 "최근 종교편향 논란과 관련해 일부 사실과 다른 오해로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국민들과 의원님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특정 종교에 대한 편향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앞으로 오해를 불러오는 일이 없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경찰은 100일이 넘게 계속된 촛불집회 현장에서 많은 인적, 물적 피해를 입고 공권력 약화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절제된 공권력 기조로 대처해왔다"며 "묵과할 수 없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사법처리를 통해 법치의 확립을 통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어 청장이 이와 같이 인사말을 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어 청장이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발끈했다. 김충조 의원은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유감=사과'가 됐느냐"며 "경찰청장이 그동안의 사정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소회를 밝히고 자진사퇴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먼저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같은 요구에 어 청장은 다시 마이크를 잡았으나 "이유야 어찌됐던 간에 15만 경찰조직을 책임지는 청장으로서 이러한 요구를 받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언제든 책임지겠지만 경찰청장의 사퇴는 개인 소신의 문제가 아니라 15만 경찰의 사기의 문제이기 때문에 법에 명시된 사유와 절차가 존중돼야 한다"고 사퇴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어 청장은 '조계종 총무원장 검문 사건', '경찰 복음성회 포스터' 논란에 대해서는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책임이 없음을 강조했다.
포스터 문제와 관련해서는 "포스터가 제작되는 줄도 모르다가 언론의 보도로 알게 돼 즉각 회수했다"며 "포스터 제작은 관례"라고 항변했다.
총무원장 검문 사건에 대해서도 "정당한 업무였지만 검문과정에서 언행에 결례가 있어 유감스럽고 송구스럽다"며 "적절한 문책을 했다"는 선에서 답변을 했다. 특히 '사회 지도층 인사 검문'에 대해 "나부터 현직에 있으면서 검문검색을 받았고, 종교계는 1997년 명동성당 수배자 검문 당시 김수환 추기경 차량을 검문검색한 적이 있다"고 말해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유모차가 소화기 향해 달려들었단 말이냐"
촛불집회 과잉진압 논란에 대해서도 당당한 태도였다. 어 청장은 "시위대도 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면서도 "우리나라의 시위진압 장비 사용은 외국의 선진국에 비해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어 청장은 "우리나라는 최루탄도 안 쏘는데 다른 나라는 전자총을 이용해 시위진압을 하는 나라도 있다"며 "오죽 딱하면 (우리는) 경찰버스로 시위대를 막겠느냐"고 말했다.
또 "경찰이 유모차를 향해 소화기를 뿌렸다"는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지적에도 어 청장은 "직접 뿌린 것이 아니고, 경찰버스를 손괴하는 시위대를 향해 소화기를 뿌리는 데 유모차가 시위대에 접근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이 "유모차가 소화기를 향해 달려들었다는 것이냐"고 거듭 물었지만, 어 청장은 "소화기가 비산된 것"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편 최근 한나라당 내부에서 어 청장에 대한 사퇴 여론이 일었으나, 이날 행안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종교편향 오해'를 부각시키거나 '촛불집회의 폭력성'을 강조하는 등 어 청장을 보호하는 모습이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어 청장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박희태 대표를 비롯해 당당하게 나오더니 청와대의 지적이 있었는지 몰라도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며 "한나라당이 청와대의 기세에 눌려서 찍소리도 못하는 식물정당이 되지 않기 바란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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