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을 앞두고 벌이는 철 이른 불조심 캠페인이 아니다. 슬슬 군불을 때우는 듯한 형국이 드는 '한반도대운하 사업' 때문이다.
한반도대운하 재개 조짐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관련해 "여건이 조성되고 국민들이 필요하다고 하면 다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2일 발언 이후다.
다시 군불 지펴진 대운하 사업
정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국민들의 걱정이 많고 반대여론도 많기 때문에 당초 민자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을 중지하고 용역단도 해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운하 사업은) 대통령의 특별담화 이후 민자사업을 전제로 추진하려던 대운하 사업은 중단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취소된 것이 아닌 중단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대운하 사업에 대해) 사실 정치적으로가 아닌, 차분히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에 대해 차분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의 발언을 정리해 보면, 대운하 사업을 재개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확고하고 지난번 중단 발표는 차분한 논의 시간이 없었다는 얘기다.
대단한 궤변이다. 촛불 집회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6월19일 이 대통령이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거부와 함께 발표한 대운하 관련 담화 내용은 분명히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여기엔 '국민이 반대한다면' 외에 어떤 전제도 없었다. 한편 차분히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고 한 부분은 그 동안 관련 학계와 시민 단체, 그리고 언론 등이 대운하 사업 타당성을 자발적으로 자원봉사 개념으로 철저히 '논의'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대운하 사업의 경제성, 물류효용성, 안전성, 환경성 등이 전반적으로 허구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도출된 바 있다. 따라서 차분한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는 정 장관의 주장(또는 해석)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대운하-"개발로 일자리 창출"의 연계?
따라서 청와대의 사전 논의 무근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 장관의 발언은 사전에 정부 내에서 교감이 있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정 장관의 발언은 묘하게도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 과천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재개발, 재건축의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늘리기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뒤에 나왔다.
아울러 그 동안 유보돼 왔던 경인운하에 대한 본격 추진계획도 어제 공개됐다. 국토해양부가 국회에 제출한 주요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경인운하 건설사업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내년 초에 사업자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한다.
1995년부터 추진된 경인운하 사업 역시 이미 경제성과 환경성에서 실체가 드러난 바 있다. 2002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비용편익 분석결과가 0.81이었고, 2003년 감사원의 감사결과에서도 비용편익 분석은 0.76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실시계획 승인 직전까지 갔던 경인운하 사업은 환경·시민단체와 경제학자들의 반대로 논란을 겪다가 중단돼 치수를 위한 굴포천 방수로 공사만 진행됐다.
정 장관의 국회 답변, 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경인운하 본격 추진 자료 등 일련의 흐름은 꺼져가던 대운하 불씨를 되살리려는 정부의 집요한 의지를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것이 한낱 서생의 노파심이길 바란다.
경제성 없는 경인운하 재개는 왜?
다른 사안도 아니다. 전국토를 둘러엎는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다. 일단 완공되면 그것이 초래할 수 있을 재앙에 대해서도 사전에 심사숙고해야 할 판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안전성에 대한 고민 없이 사업 추진 쪽으로 가닥을 잡으려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 이 분들이 마르고 닳도록 나라를 운영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더욱이 종교 편향에 대한 불교계의 반발이 아직도 활화산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황이다. 불교계는 대운하 사업을 범불교적으로 반대했었다. 꺼져가던 대운하 사업에 다시 군불이 지펴짐으로써 가뜩이나 성난 불교계를 자극하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역시 노파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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