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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말하는 '법치'는 궤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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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말하는 '법치'는 궤변이다

[김상수 칼럼]말의 궤변(詭辯)으로 지고 새는 이명박 정권

'이명박 집단의 기획재정부'가 1일 발표한 세제개편은 나라 세금제도 자체를 크게 후퇴시키고 근본에서부터 흔들었다. 머잖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사회 일상 도처에서 드러나는 남미(南美) 식 증세가 곧 닥쳐오는 현실이 될 우려가 너무나 크다.

대기업들은 자기 금고에 현찰을 쌓아두고 있으면서도 투자를 꺼리는데 조세부담률을 낮춰주면 투자와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착각'을 현실정책이라고 받아들이란다. 더욱이 세제개편이 이뤄지면 대기업과 고소득층 뿐 아니라 서민 중산층도 덩달아 덕을 볼 것이며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발표에서 기획재정부의 결정적인 언어도단은 세제개편을 두고 '정상 과세 체계의 확립'이라는 궤변까지 서슴지 않고 동원했다는 점이다.
▲ ⓒ뉴시스

1일 백기완 선생은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이명박 집단에 대해 "지난 모든 정권의 나쁜 점을 다 합친 것보다 더하다"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가장 고역스럽고 모멸스러운 게, 이명박 집단이 정권으로 들어선 이후부터 줄곧 행하고 있는 수없이 많은 궤변들이다. 끊임없는 말 바꿈과 말 비틀기인 궤변들, 그 궤변으로 정치, 경제, 사법, 종교, 정부행정을 몰아가고 있는 지독하게 착란적인 현실이 두렵기까지 하다,

이는 문화의 본질인 사회언어체계를 의도적으로 훼손하는 영악하기 짝이 없는 행태이자, 국민 일반의 문화와 삶을 일대 위기로 빠뜨리는 위험한 작태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사회의 존립의 근간인 사회언어를 나서서 파괴하는 너무나 위험스런 사태다.

발표한 세재 개편안만 봐도, 이 땅에 부자들만이 더 확실하게 부자가 될 것을 명확하게 부추기는데도 불구하고 이것을 어떻게 '정상 과세 체계의 확립'이란 언설로 말할 수 있을까.

국민과 국가의 공공시스템을 돈벌이 시장에 내놓고, 일부 돈 많고 권력에 근접한 집단들에 의한 돈벌이 수단으로 삼겠다는 민영화를 '선진화'라는 말로 바꾸었다.

또 '대운하 건설'은 비판에 직면하자 '하천 정비'라는 국민을 속이기 위한 눈가림으로 분칠했다.

궤변은 이명박이 가장 많이 자주 강조하는 '법치주의 확립'에 이르러서 이제 거의 작란(作亂)으로 치닫는다.

지난 8월 25일 한국 법률가대회에서 이명박은 "법치를 국정운영의 3대 중심축의 하나로 삼아 흔들림 없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법치를 확립코자 한다"고 했단다.

틀린 말은 아닌데, 같은 말도 이명박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면 헷갈림을 넘어서서, 말을 듣는 이들이 정신적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경계해야만 하는 현실이 됐다.

법이 도리어 인간의 기본 권리를 훼손하고 권력에 굴복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현실이고 법의 객관성과 형평성이 매일같이 부서져나가는 것을 뻔히 보고 있는 현실인데, 그 '법치'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슨 '법치'인가.

부동산 투기 등 각종 탈법을 저지른 자들을 보란 듯이 청와대와 내각으로 임명하는 현실에는 해당되지 않는 '법치'이고, 방송의 공영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KBS 사장의 임기를 보장한 법률이 있음에도 검찰, 감사원 등 국가기관을 동원, 개인 비리가 드러나지 않자 국가에 세금을 더 납부해 KBS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를 들어 해임시키는 것이 '법치'인가.

이런 '법치'의 노골성은 점점 더하여 이명박 집단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가차 없이 적용된다. '폭력', '명예훼손', '업무방해'라는 옹색한 법 적용은 가히 무차별이다.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대기업 회장들의 비리도 사면으로 탕감해 주고, 국민에게는 법을 지키라고 강요하고 윽박지르면서 법을 빌린 폭력이 '법치'라면, 이는 '법치'의 궤변이고 야만적인 행위이다. 이런 '법치'가 권력의 전횡으로 지금 시시각각 칼춤을 추고 있다.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 한다"라는 헌법 21조가 하위 법에 의해 사문화되고, '법치'는 공공연한 억압과 통제의 빌미가 되어 헌법을 나서서 뭉개는 자가 "어떤 이유에서든 법치를 무력화하려는 행동은 더 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법치가 없으면 인권도 없고, 자유민주주의도 없다"라는 말까지 공중을 모아놓고 대통령이란 이름으로 말할 수 있는 오늘의 '법치'란 너무나 희극적이지만 참담하게도 비극적인 현실이다.

이명박 집단의 궤변성은 불확실한 이권집단의 모호한 정체성을 '실용'이란 터무니없는 말로 치장하는 출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세상 사람을 미혹(迷惑)하게 하여 속이고자 하는 것에 있는 언의의 궤변은 그들 스스로와 국민 일반을 참으로 위태롭게 몰아가고 있다.

백기완 선생의 얘기처럼 이명박 집단을 "5년 안에 끝내야 한다고 못 박고, 대체 무엇이 잘못 되었고 어떻게 이 정권을 청산해야하는지를 털어놓고 얘기하자"는 가칭 '이명박 정권 청산위원회'를 만들 때, 그 위원회 안에는 반드시 이명박 집단의 궤변이 가능케 한 가짜 지식인들을 색출해내는 작업도 같이 진행되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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