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지지도 상승은 보수층 커밍아웃에 의한 자연스런 결과
시간을 거슬러 취임 100일인 6월로 올라가 보자. 취임 100일 당시는 촛불정국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기다. 비판 여론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반MB층의 결집력은 최고조에 이르고 보수성향층도 MB정부의 기대에 못미치는 행보에 실망하면서 지지를 유보했다.
6월 중순 이후, 추가협상을 전후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20%내외를 유지하던 지지도는 7월 말 또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금강산 총격사건, 독도영유권 문제가 터지면서 외교정책에 대한 질타, 자국민의 안전과 영토주권을 지키지 못하는 MB정부에 대해 또 한 차례 분노가 폭발하면서 지지도가 10%후반대로 하락했다.
이렇듯 두 차례나, 한번은 국내정책(미 쇠고기 수입문제)으로, 또 한 번은 외교정책으로 그로기 상태에 처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기력을 회복한 것이 현재의 지지도 상승 국면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지도 상승 이유는 어떤 이슈나 정책의 효과라기보다는 시간에 의한 자연스런 조정 결과로 봐야 할 듯싶다. 취임 100일이 과도하게 얻어맞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지금은 몇 차례의 국면을 지나 지지도가 조정되고 정상화되는 과정에 가깝다. 물론 지지도 정상화에는 보수층의 위기의식 고조 및 결집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8월 지지도 상승세에 힘입어 MB가 대대적인 공세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강경보수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강경보수기조는 MB특유의 '추진력 발동'으로 포장되면서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반대여론에 묶여 아무 것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이제라도 전열을 정비하고 추진력 있게 밀어붙여 올해 말에 뭔가 성과를 내지 않으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조바심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이 같은 보수편향 전략이 지지층 복원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지지도 상승은 박근혜 지지층 결집 효과일 뿐
작년 이맘 때 본선보다 더 치열했던 한나라당 경선이 이루어졌다. 당시 이명박 지지층과 박근혜 지지층이 뚜렷이 대비되었는데, 이명박 지지층은 수도권, 30대와 40대, 중도성향, 중산층이 중심이 되었다. 반면 박근혜 지지층은 영남, 50대 이상, 보수성향, 서민층이 주요 지지층이었다.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승리한 후 박근혜 지지층은 이명박 지지로 선회했지만 화학적 결합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11월 강경보수 성향의 이회창 후보가 출마하면서 박근혜 지지층이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보수성향의 전통적 한나라당 지지층이 아닌 제 3지대 또는 중도성향층들이 만들어낸 정치적 결과물이었다. 이 같은 정치적 배경 속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강경보수층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온전한 신뢰와 지지를 보내기 어려웠던 것은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중도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으나 그에 따르는 위험부담 또한 상당했다. 대선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이명박이라는 정치인을 발굴하고 끝까지 밀어준 것도 이 층이었으나 가장 먼저 돌아선 것도 이 층이었다. 지난 2월, 이른바 '강부자, 고소영' 인사로 불리는 내각인선이 발표되었을 때부터 불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그러다가 3~4월 총선 국면에서는 '친박열풍'이 불면서 박근혜 지지층이 조직적으로 이탈해 MB를 위협했다. '박사모'의 위력은 영남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상당했으며 이때부터 진보층과 강경보수층이 '반MB전선'을 공유하면서 가까워지게 되었다.
5월부터 시작된 촛불정국은 2월 내각 인선 때 불만이 누적되었던 중도층이 본격적으로 이탈하기 시작한 시기다. 먹을거리 문제를 놓고 진보와 중도가 연대하고, 반 MB라는 정치적 목적 하에 진보와 '친박지지층'이 교감하게 되었다. 촛불정국이 절정이었던 6월 초 MB지지도가 10%초반까지 하락한 것은 이같은 정치적 상황의 결과물이다.
강경보수층과는 '이념적 코드맞추기'로, 중도, 중산층과는 '부동산 코드맞추기'로
반MB층의 위세에 두려움을 느껴서였을까? 6월 추가협상을 전후로 강경보수층들이 서서히 결집하면서 MB지지도도 20%를 회복했다. 친박연대의 복당을 계기로 MB와 강경보수층과의 화해가 본격화되었다. MB로서는 강경보수성향의 박근혜 지지층과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해볼 수가 없기에 보수편향적 행보, 강경 행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보수편향 행보가 가시화될수록 MB가 개척한 중도와의 관계는 더 소원해졌다. MB지지도가 올림픽 특수를 타고도 25~30%선에 묶여있는 것은 중도층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도 또는 중산층 기반이 일정부분 회복되지 않고서는 정책 추진이 탄력을 받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발표된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명분으로 MB가 본격적인 중산층 포섭에 나섰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중산층의 경제적 욕망에 호소해 지지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노무현 정부 때도, 지난 총선 때도 한나라당이 이러한 정책의 효과를 톡톡히 경험한 바 있다. 노무현 정부 때는 강남 집값을 내리기 위해 무리한 정책을 쓰다 보니, 비강남 지역의 집 가진 사람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부유층과 (집 한 채 달랑 가진) 중산층 간의 '부동산 동맹'이 이루어져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규제에 대해 총체적 저항이 일어났다. 부동산에 투영된 중산층의 성공 욕망은 지난 대선과 총선의 '종부세 투표', '뉴타운 투표'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중산층의 경제적 욕망이 정치적 행위로 나타났을 때 그 수혜 세력은 MB와 한나라당이라는 것도 명확히 드러났다.
'부동산 욕망' 전략, 뉴타운 학습효과로 정책효과 기대하기 힘들어
그렇다면 이번 부동산 정책으로 중산층의 부동산 욕망, 경제적 욕망도 꿈틀대면서 MB와 중산층간의 '부동산 코드맞추기'가 성공할까? 노무현 정부 부동산 규제 정책의 상징성이 큰 종부세의 경우 일단은 유보된 것으로 보인다. 부유층 정책이라는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같은 종부세 정책을 놓고 노무현 정부 때는 중산층이 강력히 반발했던 반면, 현 정부 하에서는 중산층도 종부세 완화에 대해 상당히 반발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노무현 정부 때는 과도한 강남때리기로 인해 중산층들이 '다음은 내 차례'라는 두려움을 느끼면서 부동산 규제정책에 강력히 반발했다. 하지만 이번 부동산 대책은 규제정책이 아닌 활성화 대책이다. 활성화 대책의 수혜자는 결국 그동안 부동산 침체로 가장 큰 피해를 보았던 층이 될 것이고 (집 하나 달랑 가진) 중산층은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만 더 커질 수 있다.
또한 부동산 욕망을 이용해 중간, 중산층을 정치적 우군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 두 번, 세 번 반복되다 보면 과거의 학습효과로 인해 기대했던 효과를 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뉴타운 정책만 하더라도 총선이 끝난 후 뉴타운 무효화가 잇따르면서 해당 지역주민들의 실망감도 컸다.
정치적 합리화 없이 중도층 포섭은 어려워
강경보수층과는 '이념적 코드맞추기'로, 중도, 중산층과는 '부동산 코드맞추기'로 지지도를 끌어올리고자 하는 MB의 전략은 현재대로라면 절반의 성공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절반의 성공은 강경보수층으로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중도, 중산층이 경제적 욕망에 충실해왔다고 하나 MB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 한 화해가능성은 낮다. 중도, 중산층은 경제적 욕망 못지않게 정치적 합리성에도 민감하게 대응해왔기 때문이다. 정치적 자의식이 강한 중도, 중산층을 잡기 위해서는 훨씬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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