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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혹평…"미흡한 가축법, MB정부에 핑계거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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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혹평…"미흡한 가축법, MB정부에 핑계거리 제공"

"전반적으로 '함량 미달'…EU 기준 무시하고 OIE 기준 수용 잘못"

국회 교섭단체 간 합의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놓고 전문가들은 "국회가 쇠고기 수입 협상에 절차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된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전체적으로 잘못된 한미 쇠고기 협상을 바로 잡는데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美 광우병 발생해도 수입 중단 안 할 수 있도록 핑계거리 제공"

송기호 변호사는 19일 오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개정안의 '쇠고기 수입 중단 조치' 조항(제32조의 2 제1항)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수입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법률 조항에 '필요한 경우'라고 단서를 달아 정부가 수입 중단 조치를 안 할 수 있는 핑계거리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조항은 이번에 신설된 조항으로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은 이미 수입 위생 조건이 고시되어 있는 수출국에서 소해면상뇌증이 추가로 발생하여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쇠고기 또는 쇠고기 제품에 대한 일시적 수입중단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송 변호사는 또 개정안에 명시된 광우병 위험 물질(SRM)에 관해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을 그대로 따른 점을 비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SRM은 △모든 월령의 소에서 유래한 편도와 회장원위부 △30개월령 이상된 소에서 유래한 뇌·눈·척수·머리뼈·척주로 규정돼 있다.

송 변호사는 이를 놓고 "굳이 우리가 광우병위험물질을 OIE의 규정을 받아들여 법률로 정해놓을 필요가 있느냐"며 "OIE 규정을 무분별하게 수용해 향후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서도 불리하게 적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개정안은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장관이 광우병 발생 국가별 상황과 국민의 식생활 습관 등을 고려해 별도로 지정·고시하는 물질'이라는 조항을 둬 SRM을 추가할 지정할 길을 열었다. 그러나 송 변호사는 "실효성이 의심스럽고, 법률로 OIE 기준을 정한 것 자체가 문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4개월 전 EU 기준 왜 참고 안 했나"

우희종 서울대 교수(수의대)도 "거대 여당과의 협상에서 이 정도라도 얻은 노력은 인정해야겠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주 미흡하다"고 혹평했다. 우 교수는 "기왕 미국산 쇠고기에 소급 적용을 못할 거였다면 좀 더 최신의 연구 성과를 반영한 제대로 된 기준을 법제화하려는 시도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2004년 OIE 기준이 아니라 4개월 전 마련된 유럽연합(EU)의 기준을 참고했더라면 훨씬 더 엄격한 국제 기준을 법제화할 수 있었다"며 "지금의 법안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아주 어정쩡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광우병이 위험한 회수육(ARM) 규정이 없는 것도 아쉽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일본, 중국과 같은 다른 나라의 쇠고기 협상 결과를 보고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기로 한 여야 합의를 놓고도 "실효성의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현재 미국은 일본, 중국과 새로운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며 "상황이 이렇다면 아예 시일을 정해서 '언제까지 일본, 중국과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재협상한다'는 식의 약속을 받아내야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국회의 절차적 통제 장치로 만든 '심의' 규정에 대해서도 송 변호사는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회 심의 조항을 둬 국회가 관여할 수 있는 절차를 둔 것"이라며 "그러나 한나라당이 다수인 상황에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심의 조항이 실질적인 통제 수단이 될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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