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문화방송(MBC) <PD수첩>은 비싼 치과 진료비 문제를 다루었다. 치과 진료비가 비싸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 적용 분야에서 가장 불만이 높은 분야가 치과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치과 진료비가 비싼 이유는 바로 건강보험 적용이 거의 안 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전체 진료 비중 건강보험 보장은 계속 확대되어 60%를 넘어섰지만, 치과 분야는 오히려 보장 수준이 더 떨어졌다. 정부 자료에 의하면 22~38% 수준으로 나타나지만, 이는 건강보험으로 진료받은 사람들에 한해 조사한 것이다. 보철, 임플란트 등 전액 자비로 치료받은 비용을 포함하면 보장 수준은 20%도 안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듯 치과 진료의 보장 수준이 전체 진료에 비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니, 환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필수적인 진료에 해당하는 틀니, 치석 제거, 치아 홈 메우기 등이 보험이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치료 재료와 임플란트와 같은 비보험 진료가 많아지고 있어 진료비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보험이 안 되는 진료비는 의료기관이 정한 가격을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고 환자들이 알 수 있도록 게시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를 지키는 치과는 거의 없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광주·전남 지역 치과의사회가 비용을 담합하였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지역만이 문제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시장 경쟁의 원리대로라면, 치과마다 비보험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하면 가격 경쟁을 통해서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가 나는 것인데, 치과의사들끼리 담합하여 고가의 가격을 유지한 것은 시장 경쟁 원리에 비추어 볼 때도 불공정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치과 진료비가 서민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다보니 치과 진료에서 양극화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치과는 생명의 위급을 다투는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참고 미루다보면 치아 건강 수준이 악화되기 쉽다. 치아우식증, 치주질환, 치아결손 등 치아 건강 문제에서 저소득층일수록,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의료급여 수급자에서 위험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국민 모두의 치아 건강을 위해서 더 이상 치과 보험 확대를 미루어서는 안 될 것이다.
치과 보험 확대의 목적은 모든 국민의 치과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고 국민의 건강권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보험이 적용되면 의료기관이 마음대로 부르는 게 값이던 진료비가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단일한 수가가 결정된다. 의료기관이 진료비를 건강보험에 청구하게 되고 이때 진료에 대한 심사와 평가가 이루진다. 따라서 보험이 되면 진료 서비스의 비용과 질을 정부가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국민의 입장과는 달리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보험 확대에 부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과 보험 확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치과 진료는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이다. 2004년 건강보험 진료 실적 중에 외래로 가장 많이 진료받은 10개 질환 중에 치근단질환이 4위, 치아우식증 8위, 치은염 및 치주질환 9위 등 치과 질환이 3개를 차지하였다. 치아우식증과 치주병 치료는 대부분 보험이 되는데도 치과 질환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현재의 보험 수준으로는 국민의 치아 건강 향상이 불가능 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치과 보험이 확대된다면 어떠한 진료보다도 많은 국민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치과 보험 확대가 필요한 항목중 가장 우선은 노인 틀니라고 생각한다. 노인 중에 틀니가 필요한 300만 명중에 틀니를 못하신 분들이 반 이상 된다고 한다. 수백만 원이나 되는 틀니 비용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식 형편 생각해서 말도 못하고 만성 통증을 참고 먹는 즐거움을 모르고 겨우 음식을 드신다. 좀 값싼 불법 진료로 보철을 했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치과에 가게 된다. 당연히 영양 결핍이 생기고 건강은 점차 쇠약해져서 전신 건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많은 노인들에게 최우선 필요한 것은 바로 음식을 씹을 권리이다. 요즈음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면 식사도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노인들이 혼자서 살기 어려울 때 도와주는 장기요양보험도 시행되었다. 병원 식사가 나온들, 요양보호사가 와서 밥을 해주들 이가 없어 먹지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전문가 의견 조사에서도 치과 보험 우선 순위에서 노인틀니가 1순위로 나타났다. 노인 틀니는 김영삼 대통령부터 대통령 선거 때마다 노인 표를 얻기 위한 공약이었을 뿐, 당선된 후에는 언제나 '빌 공(空)'의 공약이 되었다. 어떤 정부든 노인틀니에 재정이 많이 들기 때문에 못한다고 하였다.
그럼 건강보험 재정이 여유 있을 때는 정부가 치과 보험을 확대하였나? 그것도 아니다. 건강보험 확대할 때는 중증 질환으로 생명에 위험이 높은 분야부터 보험 확대하느라고 뒤로 밀리기만 하였다. 2001년에 치과 스케일링이 보험 되었다가 건강보험 재정적자 때문에 6개월 만에 중단되었다. 그 후 재정이 안정화된 2005년부터 보험 확대가 지속되었는데도 한번 주었다가 빼앗은 스케일링 보험은 아직도 비보험이이다. 스케일링 비용이 5~6만 원으로 부담이 되고, 안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 예방을 위한 스케일링을 하지 않게 된다. 예방과 관리를 하지 못하고 충치와 잇몸병이 나서야 어쩔 수 없이 치과를 찾는 것이 보통이다.
치과 보험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할 때 항상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아프고 나서 치료하는 것 보다 예방하는 게 건강에도 좋고 비용도 덜 드니 무조건 좋은 일이다. 충치의 대부분은 아동·청소년기에 생겨서 성인이 되면 잇몸병, 보철, 발치로 이어지므로 어릴 때 예방만 잘 해주면 평생 건강한 치아를 가지고 살 수 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대표적인 예방서비스가 치아 홈 메우기와 불소 도포이다. 치아 홈 메우기는 울퉁불퉁한 치면에 충치가 생기지 않도록 홈을 메우는 처치이고, 불소도포는 치아에 불소 막을 입혀서 충치를 예방하는 처치이다. 치아 홈 메우기는 치아당 4~5만원, 불소 도포는 2~3만 원이나 한다. 치과에 한 번 가면 수십만 원씩 들어야 하기 때문에 주부들은 아이들 치아가 돈 덩어리라고 말한다. 치과에서 예방 처치를 포함하여 잇 솔질 교육과 상담, 정기적인 검진을 다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치과 주치의 제도가 있으면 가능하다. 우리도 치과 주치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치과 주치의 제도는 환자도 좋고 의사에게도 좋은 제도이다. 현재는 치료를 많이 하면 할수록 의사의 수익이 많아지는 구조인데, 주치의 제도는 정기적으로 검사와 상담, 예방을 통해 환자가 아프지 않아야 의사의 수익이 많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12세 청소년의 영구치 충치 경험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6개인데, 우리나라는 2003년 3.3개였다가 다소 줄어드는 추세이다. 이 평균 충치 경험이 1개 미만인 나라들은 대부분 치과 주치의 제도를 갖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구강건강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치과 건강보험을 확대하려면, 최소한 아동, 청소년, 성인, 노인에 걸친 필수적인 치과 진료를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동·청소년기의 예방과 치료(주치의제), 성인에게 스케일링, 노인에게 틀니를 일괄적으로 보험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한 가지씩 선별적으로 보험 적용해서는 각 시기별로 필수적인 진료 항목의 공백이 생기고 이를 계속 방치하게 되면 구강 건강의 실질적 개선과 장기적인 비용 절감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치과 보험확대, 어떻게 가능할까
치과 보험 확대하라고 요구하면 정부의 대답은 항상 같았다. '돈이 없어서'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보험 확대는 정부 돈으로 했나? 항상 국민들이 보험료 내서 보험 재정이 여유가 있을 때라야 조금씩이라도 보험이 확대되었다. 그렇다면 정말 보험료를 더 내서 국민 모두가 필요로 하는 치과 보험 확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적게 내고 적게 보장받는' 현 건강보험제도를 '적절히 내고 전면 보장받는 체계'로 변화시키자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이 치과 보험 확대에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 계산해 보았다(7월 17일 치과 보험 확대를 위한 국민 토론회). 그동안 전문가들과 연구기관에서 추계한 내용을 합리적으로 정리해보면, 노인 틀니에 연간 약 3000억 원, 성인 스케일링 연간 1600억 원, 아동·청소년 주치의제를 한꺼번에 할 경우 8200억 원(미취학 아동, 초등학생, 중·고등학생을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임), 총 1조2800억 원이 소요될 것이다.
한 가지 항목도 보험확대하기 어려웠는데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비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 정도의 재정을 확보하려면 보험료 납부자당 평균 2500원 정도를 더 내야 한다. 요즘 경제가 어려워서 보험료 인상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올해 7월부터 평균 보험료 2700원씩을 더 부담해서 65세 이상 노인 17만 명이 이용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었다. 보험료가 부담이 되긴 하지만 꼭 필요한 제도라는 국민들의 인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치과보험 확대를 위해서는 첫째, 보험료 부담자인 국민들의 동의가 중요하다. 보험료를 조금씩 더 내서 아동, 청소년, 성인, 노인 모두가 치과 보험을 늘리자는 제안에 대해 국민이 동의하고 요구해주어야 가능하다.
둘째, 치과의사들의 동의도 중요하다. 그동안 치과의사들은 보험이 되었다가 안 되고 있는 스케일링의 보험 확대를 꾸준히 주장하여 왔다. 노인 틀니에 대해서도 저소득층 노인을 위해 정부와 함께 무료 틀니 사업을 해왔다. 또한 치과의사들이야말로 치과 예방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 치과 보험 확대에 치과의사들이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치과 보험이 확대되면 치과 이용량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노인 틀니만 보더라도 현재 50%이상이 비용 때문에 필요한데도 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주치의제도는 의사에게도 좋은 제도이다.
다음으로는 정부의 정책 의지가 중요하다. 정부가 국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여 치과 보험을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치과 보험 확대는 국민, 치과의사, 정부가 함께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실현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건강보험 재정 전망이 밝기 때문에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1조4000억 원이 넘는 흑자가 발생하였고 연말에는 누적수지가 2조 원 내외가 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이런 흑자 요인은 올해 입원 식대, 6세 미만 아동 입원료 등의 보험이 축소되었고 국민의 의료이용이 감소되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재정 흑자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국민들의 답은 보험 확대이다. 보험 확대를 통해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타당하다. 국민 모두의 걱정거리이지만,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였던 치과 보험문제. 국민이 나서서 치과보험 3종 세트(아동·청소년 주치의제, 스케일링, 노인 틀니) 보험 확대를 요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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