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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록에 새로운 물결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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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록에 새로운 물결이 인다

[대중음악의 오늘을 보는 시선 ④]

올해에도 어김없이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열린 송도에는 비가 내렸다. 하지만 매해 물폭탄에 맞서 왔던 관객들은 이미 경험치가 만랩이었고, 당연하다는 듯이 장화와 우비를 준비해서 진흙탕 따위 아랑곳없이 열광적으로 공연을 즐겼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트래비스, 언더월드, 엘르가든 등의 헤드라이너에 관심을 보냈지만, 서브 무대인 펜타포트 스테이지를 주목하는 이들이 있었다. 왜냐하면 바로 여기에 국내 록 씬의 새로운 경향을 알리는 의미심장한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탈진'하는 에너지의 갤럭시 익스프레스, 펑크 씬의 히어로가 로큰롤의 백비트로 회귀한 문샤이너스, 일본 시장 진출에 성공한 최고의 멜로딕 펑크 밴드 검엑스, 노이즈에 담긴 감정을 극대화한 비둘기우유, 올해 인디씬의 히어로 로로스 등이 그 주인공이었다. 특히 올해 데뷔앨범을 발표한 로로스, 비둘기우유의 무대는 90년대 중후반 펑크/얼터너티브의 영향에서 출발한 국내 인디 씬이 10년의 시간 동안 얼마만큼 분화하고 다양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흥미로운 지표였다.
▲ 밴드 '로로스' ⓒ튠테이블무브먼트

국내 포스트록/슈게이징의 흐름은 90년대 후반에 등장했다. 옐로우 키친, 퓨어디지털사일런스, 아스트로노이즈, 쓰루 더 슬로 등의 밴드가 클럽 스팽글과 레이블 밸룬앤니들을 중심으로 활동했고, 옐로우 키친의 [Mushroom, Echoway, Kleidose](1998), 퓨어디지털사일런스와 피와 꽃의 스플릿 EP [barcode for lunch/ 즐거운 한때 우리는 외계 혹성을 방문했다](2000) 등의 인상적인 앨범을 발표했다. 그리고 초기 클럽 빵의 잠, 글라스 패사드, 페퍼민트 오나니즘 등이 그 흐름을 이었다. 하지만 한 장의 앨범, 개별 밴드의 약진으로 그치는 아쉬움이 반복되었다.

이 단절적인 흐름에서 보다 대중적인 지지를 받은 밴드가 2003년 EP [사랑의 유람선]을 발표한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이하 속옷밴드)였다. 보컬 멜로디 없이 연주만으로 청중의 감정을 움직인 속옷밴드 역시 2006년 셀프타이틀 1집을 마지막으로 '안녕'했다. 그리고 같은 해 종잡을 수 없는 유머의 소유자 불싸조의 2집 [너희가 재앙을 만날 때에 내가 웃을 것이며 너희에게 두려움이 임할 때에 내가 비웃으리라]와 감상적인 음악에 포스트 록 방법론의 일부를 차용한 푸른새벽의 고별작 [보옴이 오면]이 발표되었다.

밴드를 결성해 화제가 되고 앨범을 발표해 주목을 받을 즈음 해체하는 수순이 반복되면서 국내 포스트록/슈게이징의 흐름은 여기까지인가 싶었다. 이 때 등장한 밴드가 로로스와 비둘기우유이다.
▲ 비둘기우유 [Aero]

클럽 빵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로로스는 2006년 데뷔 싱글 [Scent Of Orchid]를 발표했다. 아직 성긴 미완성의 사운드였지만 그 스케일과 감정의 완급에 주목하는 팬들이 생겼다. 2007년 [라이브 클럽 빵 컴필레이션 3]에 '성장통'으로 참여한 후 올해 초 발표한 로로스의 데뷔앨범 [Pax]는 드라마틱한 구성과 팝 센스를 동시에 구현한 올해의 화제작이었다. [Pax]는 메인스트림 진출에 성공한 동세대 해외 포스트 록의 흐름과도 일맥상통하는 맥락을 가지고 있었고, 그 대중적 가능성은 클럽 공연과 페스티벌 무대를 통해 점점 확장되어 가고 있다.

반면 비둘기우유의 [Aero]는 90년대 해외 인디 씬의 흐름이었던 슈게이징에 보다 집중한 앨범이다. 노이즈로 구축한 이들의 싸이키델리아는 때로는 광폭하게('너의 눈으로 나를 본다'), 때로는 드라마틱하게('Murmur's Room') 표출되며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인스트루멘틀 중심의 포스트록/슈게이징의 흐름은 헤비네스 계열에서도 대두되었다. 2004년 데뷔 EP [Most Important Value]를 발표한 49 몰핀스, 2006년 데뷔앨범 [Rough Draft In Progress]를 발표한 할로우 잰이 바로 그들이다. 하드코어/스크리모 계열에서 발군의 앨범을 발표한 이들은 천천히 시작하여 폭발하는 서사를 지닌 곡들로 헤비네스 팬들과 포스트 록 팬들에게 동시에 어필하고 있다.
▲ 49몰핀스 [Most Important Value]

언제나 그랬듯이 음악의 새로운 흐름은 느닷없이 표면 위로 드러난다. 하지만 거기까지 도달하기 위해 많은 시도, 시행착오, 의지들이 존재한다. 지금 '포스트록/슈게이징'의 흐름이 두드러지는 것은 몇몇 좋은 앨범/아티스트 때문만은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노이즈를 생산해온 릴레이, 불가사리 등의 공연과 홍철기, 최준용 등의 아티스트, 홍대 부근 서교 지하보도를 '불가사의한 장소'로 만들고 있는 머머스룸, 오랜 작업을 마치고 앨범 발표를 앞두고 있는 데이드림, 3년 만에 2집을 발표한 '왕십리 슈게이저' 스타리-아이드, [라이브 클럽 빵 컴필레이션 3]에 'Apollo 11'로 참여한 프렌지 등 아직 가시화되거나 화제의 중심에 있지 않음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소리로 표출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건 슈게이징/포스트록의 자의식과도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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