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베이징(北京)대 신문방송학부 광고학과 4학년인 정금아 씨도 그 중 하나다. 정 씨는 올림픽 주경기장인 냐오차오(鳥巢·새 둥지)의 언론센터(press workroom)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 이곳에선 장이모우 감독이 화려한 연출 솜씨를 선보였던 개막식이 열렸고 육상 경기, 남자 축구 결승전, 폐막식 등이 열릴 예정이다.
정 씨는 요새 매일 새벽 2~3시까지 경기장에서 일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자원봉사로 일하는 하루 일과를 보내왔다. 자원봉사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베이징 올림픽을 전한다. <편집자>
셔틀 버스 타고 경기장으로
올림픽 자원봉사자는 일찍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올림픽 주경기장의 언론센터는 새벽 6~7시쯤 문을 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는 누구보다도 먼저 경기장에 도착하고 또 가장 늦게 나간다.
경기장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 대부분은 베이징의 대학생들이다. 그래서 셔틀버스가 매일 아침 학교 앞에 와서 학생들을 태워 간다.
자원봉사자들은 각 경기장마다 학교를 통해 선발됐다. 주경기장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 베이징대학의 친구들이어서 금방 친해칠 수 있었고 공통의 화제거리가 많다. 바로 옆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스 센터는 모두 다른 학교 학생들이다. 베이징 외의 지역에서 선발되어 온 자봉단체들도 더러 있긴 하다.
경기장 내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인원은 7만 4000명 정도인데 그 중 외국인은 935명, 그 중에서도 한국인 자원봉사자는 46명이다.
'언론 프렌들리'…자원봉사 교육만 2년!
이번 올림픽은 참가 선수보다도 더 많은 만 7000명이나 되는 취재진이 모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전세계에서 모여든 기자들에 대한 편의 제공은 주최 측에서 매우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다.
아침마다 기나긴 줄을 서서 소지품 검사를 마친 뒤 경기장에 들어서면 각국에서 찾아온 기자들을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올림픽 자원봉사라고 하면 보통 통역이나 안내를 연상하지만 그건 정말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좀 생소할지도 모르지만 색종이를 접어 실로 엮고 연을 만들어 천장에 매달기도 하고, 생수 페트병 하나하나에 인사말을 적어 기자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한다. 베이징 올림픽을 찾아준 모든 사람들에게 편의와 즐거움을 제공하겠다는 생각에서다.
기자들에게 배포 되는 브로슈어나 각종 자료, 올림픽 관련 정보를 알 수 있는 'info2008' 시스템, 인터넷 연결부터 실내 TV경기 중계방송 및 팩스, 복사프린트기 사용법 등 기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뭐든지 대비한다.
사실 그 많은 사용법을 배우는 데만 들었던 시간도 만만치 않았다. 2006년 겨울부터 선발교육을 받기 시작했으니 벌써 자원봉사자 교육 2년차다.
많은 사람들이 주경기장에서 자원봉사를 한다고 하면 개막식이나 경기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중계석이나 관중석을 담당하지 않는 이상 어려운 일이다. 가끔 몰래 틈을 타서 쓱 하고 둘러보고 나면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순간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
드디어, 개막식
8일 저녁에는 기다리던 개막식이 있었다. 주경기장 자원봉사자들은 개막식 리허설만 3번을 봤는데 매번 조금씩 바뀌는 개막식을 보는 것도 하나의 묘미였다. 하지만 성화 점화는 당일이 되어서야 알려지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도 성화 점화 때는 모두가 경기장을 향해 달려나갔다. 사실 자리를 비워서는 안 되는데 기자들도 개막식 취재를 위해 나가있던 상태라 아무도 없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개막식 당일이 제일 바쁜 날인데 그날 받은 질문세례는 일년 동안 받은 질문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처음으로 경기장을 찾은 기자들이 물밀듯이 밀려오는데 몰래 마신 물의 양도 9~10병은 된다.
보통 외신기자가 대부분이라 영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가끔 한국에서 오신 분들을 만나면 한국말을 할 수 있다는 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눈에 익은 이름들도 보이고 이것저것 질문에 답해주고 나면 평소보다 기분이 더 좋았다. 역시 외국에서는 모두가 애국자라더니 정말 그 말이 사실인가 보다.
달라진 베이징, 중국인의 기대
아침마다 셔틀버스를 타고 올림픽 공원으로 향하는 동안 여러 가지 변화를 느낄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북경 도로 위 자동차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거다. 그 동안 한번도 실시하지 않았던 홀짝제나 셔틀버스가 지나가는 올림픽 전용도로의 출현 등 올림픽을 위한 정책이 눈에 하나하나 띤다. 중국에 온지 벌써 6년인데 이렇게 도로가 널찍해 보이는 것도 새롭다.
중국 친구들 모두가 자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올림픽이라 관심과 기대가 대단하다. 근무시간이 길어도 항상 웃으면서 수다 떨기에 정신이 없다. 마지막 성화봉송 주자라던가, 성화 점화 이런 문제는 자원봉사자들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이번 금메달 주인공은 누굴까부터 다른 경기장 분위기는 어떤지, 다른 나라에서는 뭐라고 보도가 되는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티베트와 신장자치구에서 일어나는 분리독립운동 등 복잡한 문제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걱정 또한 만만치 않지만, 다들 성공적인 올림픽이 될 거라고 믿고 있다.
기나긴 하루 일과가 끝나면 새벽 2~3시 정도가 된다. 이때가 가장 피곤할 때인데 하루 종일 쌓여있던 피로와 긴장이 풀리면서 잠이 밀려온다.
뒷정리를 하고 언론센터 문을 잠그고 마지막으로 인적이 드문 경기장을 나설 때면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냈다는 생각에 뿌듯해진다. 사실 모든 게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최선을 다한 좋은 하루였다라고 말이다.
"주경기장 안에 식당은 없어요~" 가끔은 기자실을 나와서 미디어구역 출입통제를 할 때가 있다. 소지품 검사나 그런걸 하는 건 아니고 취재진이 목에 걸고 있는 패스카드와 티켓을 확인하는 간단한 일이다. 취재진 또는 출입 허가된 사람만 미디어구역을 들어오게 되는데 그걸 모르고 일반 관중이 들어오려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런 관중들을 제지하다 보면 꼭 "그럼 밥은 어디서 먹죠?"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걸 왜 우리한테 묻지'라고 생각하기가 수십 번, 한 관중에 의해서 그 궁금증이 풀렸다. 그날도 어김없이 출입을 제지하자 어느 한 중국 남자분이 "여기 식당 아닌가요?" 라고 묻는 거다. "식당……이요?"라고 묻자 그는 "저기 앉아서 식사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되묻는다. 알고 보니 경기장 내에는 간단한 음료와 스낵만 판매되기 때문에 식당이 없었던 거다. 하지만 식사를 하고 싶었던 관중들이 경기장 내에 유일하게 유리창문 넘어 보이는 책상들을 보고 식당이라고 착각을 했던 거다. 어쩐지 의아하더라니 식당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 싶다. 결국은 미디어구역이라고 표지판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찾아와 묻곤 한다. "그럼 밥은 어디서 해결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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