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들은 광우병 안전 문제가 한 개의 점에서 선과 면의 문제로 본격적으로 확산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제 광우병 안전 문제는 정부의 검역 창고를 벗어나 한국 농가의 축사, 가정의 식탁, 학교 급식, 그리고 회사 구내 식당으로 배달되었다.
물론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문제 종결 선언을 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매우 중요한 두 가지 검역 협의를 미국과 진행하고 있다. 하나는 미국산 쇠고기 내장에 대한 검역 방식이요, 다른 하나는 미국 네브라스카 비프 회사 분쇄육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 문제이다.
농림부가 이번 주에 국회 쇠고기 협상 국정조사 특위에 보낸 공개 자료를 보면, 한국 정부는 현재 미국산 내장의 검역 방법을 놓고 미국 정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것은 이른바 쇠고기 추가 협상에서 한국이 미국에게 약속해준 사항이다.
알다시피 한국 정부는 내장탕, 설렁탕, 곱창 등 내장을 먹는 한국인의 독특한 식습관을 반영한 광우병 위험 분석의 뒷받침 없이, 국제 기준이라며 대뜸 미국산 내장(회장원위부 제외)의 수입을 허용했다.
그러나 과연 미국산 내장(회장원위부 제외)은 안전하다는, 한국 정부 검역 기준을 믿어도 되는가? 그리고 한국 정부는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인 회장원위부라도 온전히 차단시킬 검역 장치를 가지고 있는가?
본디 소의 소장은 미국에서도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이었다. 미국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자, 2004년 1월에 소장을 광우병 위험물질로 규정했다. 그러다가 2005년 10월부터 다시 그 생산을 허용했다(회장원위부 제외). 나는 이러한 변경의 한 배경에는 그 자체로는 미국인들이 식용으로 상용하지 않는 소장을 해외에 수출하려는 것이라고 본다.
당시, 미국 육류 수출 협회의 미디어 담당 매니저였던 체릴 카멘스키(Cheryl Kamenski)가 '소장의 귀환은 미국 쇠고기 수출업자들의 실적을 올려 줄 것'이라는 제목의 브리핑을 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Return of small intestine boots the bottom line of the US beef exporters'). 미국은 2003년만 해도, 일본에 7156톤, 한국에 5638톤의 내장을 수출했었다.
내가 진정 염려하는 문제는 한국 정부가 최소한 회장원위부라도 차단시켜줄 검역 주권을 가지고 있느냐이다. 유감스럽게도 한국 정부는 회장원위부를 완벽히 제거하기 위한 도축 방식에 대해 검역권이 없다. 소장 끝 2미터를 자르면 회장원위부가 제거된다는 미국 국내법이 관철되게 되어 있다. 또 한국 정부는 미국산 내장의 회장원위부 제거를 확인할 전수 검사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내장은 대부분 냉동 상태로 수입될 것이다. 이것을 모두 녹여서 조사할 수 있을까?
설령 회장원위부 혼입을 적발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도축장에 대해 내장 제품 수출 금지 조치조차 내릴 수 없게 되어 있다. 단지 검사비율을 10%로 올릴 수 있을 뿐이며, 그것도 다섯 상자(로트)까지만 가능하다. 해당 도축장 내장 제품에서 한 번 더 회장원위부가 적발되지 않는 한, 해당 도축장에 대해서조차 내장 제품의 수출을 금지시킬 수 없다.
이러한 독소적 고시는 즉각 개정되어야 한다. 그 개정에는 아무런 국제통상법적 문제가 없다. 그 어떤 국제통상법 규정에도 이와 같은 독소적 내용은 없다. 정부는 이러한 개정을 지금 진행하고 있는 미국과의 내장 검역 협의에서 미국에게 통보해야 한다.
지금, 한국 정부가 미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사항은 미국 네브라스카 비프 회사 분쇄육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 문제이다. 어제 6일, 농림부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 중요한 한 문서를 공개했다.
농림부 장관이 지난 16일, 주한 미국 대사관에 보낸 공문이다. 장관은 주한 미국 대사에게 한국형 QSA(품질체계평가) 작업장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네브라스카 비프 회사의 분쇄육에서 O157 대장균이 검출된 경위 등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 그리고 이 작업장에서 식품 회수 조치(리콜)된 분쇄육과 같은 기간에 생산된 분쇄육의 한국 수출을 금지하도록 요청하였다. 그러나 아직 미국으로부터 답신은 오지 않았다.
알다시피, 미국 정부는 지난 7월, 미국의 네브라스카 비프 회사의 분쇄육 생산 공정이 대장균인 O157 오염을 충분히 통제하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바로 이 회사는 현재 한국형 QSA에 따라 한국으로 분쇄육을 수출하는 작업장으로 승인되어 있다.
물론 이 회사가 한국으로 수출할 분쇄육 제품이 O157에 오염되어 있다는 말은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한국의 검역 주권이다. 알다시피, 한국은 종래에는 가지고 있던 작업장 승인권을 상실했다. 하지만 오는 9월 25일까지만이라도, 미국 정부의 수출 작업장 승인에 대해 이를 점검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부칙 3항).
그러므로 지금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답신을 마냥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는 즉시 네브라스카 비프 회사의 분쇄육 공정에 대한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 정부가 결론을 내렸던, 이 회사의 분쇄육 공정의 O157 오염 위험성이 안전하게 개선되지 않았다면 이 회사 분쇄육에 대해선 한국으로 진입을 차단해야 한다.
농림부가 국회에 보낸 공개 자료를 보면, 한국 정부가 미국산 분쇄육의 O157 오염을 검역하는 방법은 '모니터링 조사'이다. 이런 식으로는 미국산 분쇄육의 O157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그러므로 문제의 소지를 그 근원지에서 원천 봉쇄해야한다.
나아가,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한국형 QSA 작업장으로 승인한 나머지 작업장에 대해서도 9월 25일 전까지 속히 현지 점검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그래서 과연 해당 작업장들이 30개월령이 넘는 소를 정말로 한국에 수출하지 않는지 그 내부 통제가 제대로 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만일 한국 정부가 자신이 작업장 승인권을 가지고 있는 90일마저 빈둥빈둥 허송세월한다면, 장차 그 어떤 미국 도축장이 한국 정부의 검역권을 무섭게 여기겠는가?
끝으로 나는 한국 정부에게 분쇄육에서의 선진회수육(AMR) 검역을 어떻게 할 것인지 거듭 묻고 싶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한국 정부는 미국의 분쇄육과 선진회수육 수입을 허용해 주면서도, 선진회수육 사용 표시 제도를 관철시키지 못했다. 다시 말하면, 미국의 그 어떠한 분쇄육 혹은 쇠고기 가공 제품에도 선진회수육이 원료로 사용되었는지 표시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한국의 검역 당국이 선진회수육 사용 여부를 알아낼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에서조차 학교 급식에는 광우병 위험을 우려하여, 선진회수육 가공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의 학교 급식에는 심지어 선진회수육 사용 제품인지 여부조차 표시되지 않는 미국산 분쇄육이 공급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한국 정부에게, 미국 작업장 승인권을 가지고 있는 9월 25일 전까지는 속히 미국 작업장들의 선진회수육 공정을 점검하기를 요구한다. 그들이 정말로 선진회수육 공정에서 미국 규정대로 골수 허용치를 준수하는지, 그리고 30개월 이상 소에서는 선진회수육을 수집하지 않도록 한 검역 고시를 지키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이런 모습을 이명박 정부가 보일 때에만,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종결의 방향으로 갈 것이다.
당분간, 정부와 수입자들의 노력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증가할 것이다. 내가 진실로 이명박 정부에 권고하고 싶은 것은 이를 승리의 징표로 여기지 말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부 검역 기준 미국산 쇠고기를 섭취한 사람이 늘면 늘수록, 만일 그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이 드러날 경우, 그것의 사회적 폭발력은 더욱 감당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진실로 권하건대, 더 늦기 전에 국제수역사무국(OIE) 규정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독소적 검역 고시 조항을 즉각 개정하기 바란다. 그리고 9월 25일까지라도 미국 도축장 승인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기 바란다. 그리고 국내 소의 광우병 전수검사를 요구하는 축산농가의 자구 노력을 수용하기 바란다. 그래야 국민이 살고,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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