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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구성 '타결'→'결렬' 급선회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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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원구성 '타결'→'결렬' 급선회 전말

靑, 홍 원내대표 협상에 제동…협상력 줄어들듯

18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이래 두달 이상 끌어온 원구성 협상이 31일 타결 직전까지 간 끝에 결렬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대표단이 상임위원회와 특위 위원장 배분 및 장관 인사청문회 개최 등을 골자로 한 일괄타결에 사실상 합의했으나 막판에 '청와대의 인사청문회 거부'라는 암초에 걸려 합의가 무산된 것이다.

이로써 여야는 국회 정상화가 결렬된 사태의 책임론을 서로 주장하며 한동안 다시 대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여야의 힘겨루기에 청와대마저 끼어든 형국이어서 대립이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날 여야는 하루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최대 걸림돌이었던 '쇠고기 국정조사' 증인 채택 문제가 전날 일단락되면서 국회 정상화 쪽으로 급격히 흐름이 잡혀가는 가운데 오전에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대표의 회담 소식이 전해졌다.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양당 수석 원내부대표와 원내대변인 등 '6인 회동'이 오후 4시 국회 귀빈식당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끝장토론을 해보자"며 담판에 들어갔다.

2시간 40분만에 협상장밖으로 나온 이들은 "(상임위원장직과 관련해) "한나라당 12개, 민주당 6개로 타결됐다"고 전했고, "7시 협상결과 브리핑"이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출입기자단에게 전달됐다. 협상 타결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한나라당이 협상의 걸림돌인 법사위원장 자리를 민주당에게 내주기로 전격 양보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고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내달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사청문특위를 구성, 8일 청문회를 실시하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이 새어나왔다.

그러나 조금 뒤 국회 의사국장을 비롯해 협상장을 오가던 일부 관계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오늘 힘들 수도 있다"는 심상치 않은 기류를 전했다.

이 무렵 양당 원내대표는 합의문 초안까지 마련, 서명 직전까지 갔으나 청와대가 국회법상 인사청문회 개최 기한이 지난 점을 들어 인사청문회 없이 장관 임명을 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

홍 원내대표가 협상장 한 구석에서 청와대와 30분 이상 장시간 통화를 하며 "정치적 타결"을 역설했으나 끝내 설득에 실패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절대 다수당의 위치를 점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야당에게 너무 많이 양보, 질질 끌려가고 있는게 아니냐"는 불만을 홍 원내대표에게 갖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홍 원내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신뢰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민주당측은 합의사안의 백지화를 선언하며 오후 8시께 협상장을 나섰다. 이어 민주당 서갑원 수석원내부대표 등은 브리핑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청와대가 법적으로 9일까지 청문기한을 연장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부했다"고 성토했다.

"여야 합의가 청와대의 거부로 깨지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만큼 국회 파행의 책임은 전적으로 청와대에 있다"고도 비난했다.

홍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타결을 시도했지만 당사자인 청와대가 '법에 없는 제도를 수용할 수 없다', '악선례를 남기면 안된다'는 입장을 피력해 전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며 "법규정을 보고 청와대의 입장이 옳다는 판단을 했다"고 토로했다.

민주당은 내달 1일 오후 2시 본회의 직전까지 인사청문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최종 파기'로 간주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청와대가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냉각기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원구성 협상결렬 '靑변수' 작용했나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 18대 국회 원구성 협상이 타결 직전까지 갔다가 결렬된 과정에 청와대 변수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 새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시한이 지나긴 했지만 여야 원내 지도부가 이날 '원 구성후 인사청문회 개최'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막판 합의를 이룰 예정이었으나 청와대가 사실상 기한 지난 인사청문회를 거부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고 한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협상결렬 후 "협상 도중 청와대가 `법에 없는 정치적인 타협을 하게 되면 앞으로도 많은 문제점이 생긴다'고 해서 타결할 수 없었다"면서 "여야 원내대표 간의 문제만이 아니고 청와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청와대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결렬 이유를 설명했다.

민주당 서갑원 원내 수석부대표도 "여야가 협상을 타결지으려는 데 청와대가 인정하지 않아 결렬됐다"며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원 구성 협상은 전적으로 국회의 몫으로,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원 구성 협상은 여야 정치권의 몫으로, 우리는 애초부터 원 구성 협상에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청와대를 끌어들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장관 임명 강행이 원 구성 협상 결렬의 한 요인이라는 지적에 대해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가 법에 정해진 '20일 기한'(30일) 내에 새 장관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지 않으면 대통령이 별도의 조치없이 단독으로 임명할 수 있게 돼 있다"면서 "원 구성 협상과 장관 인사청문회의 정치적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우리는 법적 절차대로 장관들을 임명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원 구성은 국회에서 알아서 할 일이고, 장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 인사권이라는 원칙을 강조한 발언이다. 원 구성 협상 결렬의 책임을 청와대에 떠넘기는 것은 맞지 않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도 정치적 논리에 함몰돼 인사청문회를 뒤늦게 개최하는데 대해 분명한 반대입장을 밝혔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다양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장관 임명강행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장관 임명을 강행할 경우 야당의 강한 반발을 초래, 원 구성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원칙만 고수한 배경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우선 인사청문회를 개최할 경우 크든 작든 장관 후보자의 '흠'이 드러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이 대통령의 국정장악 회복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에서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또 한나라당이 청와대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한미 쇠고기 협상 국정조사를 수용하는 등 그간의 `일방통행'에 대한 견제의 성격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아울러 원 구성 협상에서 좀 더 많은 카드를 얻어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당 입장에선 원 구성 협상과정에서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청와대의 뜻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청와대로서도 나름대로 여러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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