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온 버스팅하는 권력, 민생 피폐하게 만들어
이명박 정권의 민주노총 공격이 매우 거칠어지고 있다. 이석행 민노총 위원장 체포시도는 서민과 노동자, 농민에 대한 자본의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걸 영어로 뭐라고 부르는가? "유니온 버스팅(Union busting)", 그러니까 <노조 깨기>다.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건과 영국의 대처가 자본이 지배하는 정치, 신자유주의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주력했던 작업이다.
이명박도 그 길로 가려하고 있다. <자본의 정부>를 노골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이 주도하는 <자본의 정부>는 "유니온 버스팅" 정도가 아니라, "민생 버스팅"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팍팍한 서민들의 삶을 벼랑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한편, 이때 대처와 레이건은 두 가지 기구를 최우선으로 강화했다. 하나는 경찰이고 다른 하나는 언론방송에 대한 자본의 지배력 확대다. 목표는 노동을 자본의 이해에 맞게 통제하는 것이고, 수단은 경찰이라는 물리적 통제력과 프로파간다 도구로서의 언론방송을 결합시키는 것이었다. <자본의 경찰+자본의 언론>을 기반으로 <자본의 정부>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축출된다. 이 시기 영국과 미국의 경찰은 포악해져갔고, 자본이 지배하는 언론방송은 노동자들의 저항을 사회적 질병과 골칫거리로 묘사하기에 바빴다.
지도자가 아닌 지배자가 된 권력
이명박 정권 역시 다르지 않다. 경찰은 날이 갈수록 안하무인이 되고 있으며, 언론방송은 그의 손아귀에 들어갈 수순에 들어서고 있다. 민주주의는 그의 적이다. <경찰+언론방송>은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압살기구가 되어간다. 자신은 머슴처럼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으나, 국민이 그의 머슴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국민에게 헌신적인 지도자를 뽑은 것이 아니라, 국민을 힘으로 다스리는 광폭(狂暴)한 지배자를 뽑은 셈이다.
그런데, "티나"가 누굴까? 티나(TINA)는 여자 이름이 아니다. "다른 대안은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의 각 단어 앞 글자를 딴 약자다. 신자유주의 구호가 된 이 말은 자본의 독재체제 강화를 옹호한 주장이다. "철의 여인"이라고 영국 보수 언론들이 치켜세운 대처의 신자유주의는 바로 이 TINA를 앞세워 노동자들을 억압하고 자본독재를 추구한 영국식 파시즘이었다.
영국의 광우병 발생은 이러한 현실에서 오로지 자본의 이익만 추구한, 소에 대한 육류사료 사용에 따른 인위적 재앙이었다. 이른바 "영국병"을 치료하겠다고 나선 대처는 그로써 영국에 새로운 병을 추가했다. 이명박 정권은 이 광우병 우려가 있는 쇠고기를 수입하는 TINA 정권이다. 자본의 독재체제 파시즘도 수입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그렇다면 이 나라에 어떤 병들을 추가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 다른 누가 아닌 스스로 미쳐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눈에 뵈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서민 핍박 정권
미국의 레이건은 대처와 마찬가지로 노조 깨기에 힘을 쏟으면서 최소임금제(minimum wage) 동결, 법인세 인하, 비정규직 확대, 실업자 재교육 프로그램 예산 삭감, 직업 환경 안전법 개악 등 서민과 노동자들의 삶에 필요한 일체의 제도적 장치를 무력화시키는 "거꾸로 가기(reverse course)"에 몰두했다. 1930년대 대 공황기에 이루어낸 루즈벨트의 사회적 협약에 따른 복지정책과 노동정책은 거의 모두 뒤집어지고 말았다.
지난 세월 쌓아올린 모든 소중한 민주적 성과가 이명박 정권에 의해 무너지고 있는 것은 그가 시대를 거꾸로 가는 권력이기 때문이다. 시대를 역행하는 권력은 조만간 역사에서 퇴출당한다. 문제는 그걸 그 권력이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토록 서민생활을 곤궁하게 하는 정권이 얼마나 간다고 생각하는가? 더는 촛불이 경제를 망치고 어쩌고 할 수도 없는 판국 아닌가?
명박 천국, 서민 지옥…결국 "대안은 따로 없다"가 되어 가는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2%도 안 되는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으로 지지기반 강화를 노리고, 그로 인해 줄어드는 세금 수입은 공공요금 인상이라는 방식으로 서민들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는 간접세 증대로 메우려 한다. 서민핍박 정권이다. 민생정책은 실종되고 물가압박만 가중시키는 정책을 내놓은 채 이를 불가피하다고 강변하면서, 자기들끼리의 천국을 만들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명박 천국, 서민 지옥"이다.
어떻게 되어갈까? 요즈음 누구나 만나면 서로 묻게 되는 질문이다. 답은 명료하지 않을까? 결국 "다른 대안이 없다"고 여기게 되어가지 않을까? 이건 대처나 레이건이 했던 TINA와는 다른 방식이다. "노조 깨기"인 "유니온 버스팅"이 아니라 서민 지옥을 만드는 정권에 대해 "명박 버스팅"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TINA)"고 의견이 점점 더 모아져가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TINA의 깃발은 그 내용을 달리하게 된다.
그리하여 이명박 정권을 비아냥하면서 "박"자로 끝나는 쪽박, 경박, 시리즈의 "명박퇴진 임박"은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는 이들의 요구와 동시에 조롱이지만, 역사의 의지로 변하는 것도 시간문제가 될 수 있다.
시대를 역행하면서 "거꾸로 가기"에 능한 권력은 그들의 기대와는 "거꾸로 가는 민심"과 계속 마주치게 될 것이다. 오만하고 교활해진 권력이 위기에 처해 혹여 다시 머리를 숙인다고 해서 그걸 진심으로 받아들일 국민은 없다. 더는 속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는 뒤로 물러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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