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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참에 헌법까지 고치는 건 어떨까요?"

[노동과 세계] 비정규직 사랑하는 경제 관료에게 띄우는 편지

기획재정부가 앞장서 "기업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려" 한다는 <중앙일보> 기사를 보았습니다.

법 시행 1년을 지나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비정규직법을 두고 주무부처인 노동부가 미적거리는 게 답답했는데, 그 동안 노동자와 서민을 위해 너무나 많은 업적을 이뤄온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가 직접 나서 큰 방향을 제시하니 시원하기 그지없습니다.

현행법에 정해진 비정규직 고용기간 2년을 3년으로 늘리려는 이유를 살펴보니 비정규직 해고를 줄이려는 '고위 관계자'의 깊은 뜻이 담겨 있어 더욱 머리를 조아리게 됩니다.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2년간 고용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2년이 되기 전에 해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 지난해 7월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이 비정규직 불이익법으로 변질되고 있는 만큼 (…) 법적 계약기간을 늘려 고용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벌어지는 비정규직 해고가 줄어들도록 유도하겠다."
▲ 제 소견으로는 이참에 2년이고 3년이고 다 없애고 비정규직으로 무기한으로 고용하는 걸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의 말씀마따나, 기업이 잘 되면 노동자도 잘 되고 일자리도 저절로 늘어날텐데, 비정규직법이 기업 경영에 너무 큰 부담이 되는 것 같아서요. ⓒ프레시안

감동스럽습니다. 현행 비정규직법을 "비정규직 불이익법"이라고 했습니다. 선량한 노동자들을 선동해 불법파업을 일삼는 민주노총 간부가 한 말이 아닙니다. 그 악법을 개정해 "비정규직 해고가 줄어들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이명박 정권에서 녹을 받는 기획재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그랬습니다. 정규직 노조운동조차 내버린 비정규직을 'CEO 출신 대통령 정부'가 이토록 챙긴다니 참으로 감격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고위 관계자'의 논리를 빌리자면,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3년으로 늘리더라도 막상 3년이 차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해고가 다시 늘 것이기 때문입니다.

2년을 3년으로 1년간 늘리려는 것도 나라 경제를 늘 걱정하시는 기획재정부 관료들께서 많은 고심을 하신 끝에 내린 결론이겠지만서도, 1년이 지나면 다시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아예 근본적인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제 소견으로는 이참에 2년이고 3년이고 다 없애고 비정규직으로 무기한으로 고용하는 걸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의 말씀마따나, 기업이 잘 되면 노동자도 잘 되고 일자리도 저절로 늘어날텐데, 비정규직법이 기업 경영에 너무 큰 부담이 되는 것 같아서요.

사실 무소불위(無所不爲)하고 전지전능(全知全能)한 시장에 맡겨두면 '보이지 않는 손'이 비정규직 문제도 저절로 다 해결해 줄텐데 말입니다.

"친북좌파" 노무현 정권이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같은 선동 세력에게 넘어가 시장의 문제이자 경영권의 고유 문제인 비정규직 고용을 법과 제도로 규제하려 했던 게 애시당초 잘못되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이 정규직 고용에 부담을 안 느끼고 비정규직이라도 싼 값에 마음놓고 고용할 수 있도록 비정규직법 자체를 없애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력 자체가 '핵심'과 '주변'으로 나눠지는 게 불가피한데, 솔직히 말해 누구나 다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는 없는거 아닙니까.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이 그러셨죠. 천재 1명이 수천 수만 명을 먹여살린다고 말이죠. 그래서 '천재'인 이재용 전무에게 삼성 그룹을 통째로 물려주려고 법정에 서는 모욕도 감수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너무 비정규직 고용을 촉진하는 쪽으로 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친북좌파"들이 헌법에 규정된 평등권과 행복권을 운운하며 순진한 국민을 선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한 달이나 넘어 지각 개원한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데, 이참에 기획재정부에서도 비정규직 관련해 헌법 조항을 하나 미리 만들어 놓으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어떠한 질의 일자리라도 창출해 기업을 살리자는 취지를 가진 "CEO 대통령" 정부의 국정방향에 맞춰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하에서도 묵묵히 참고 일할 수 있는 비정규직을 헌법으로 제도화하는 게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11조를 보면,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되어 있는데, 시장 경제를 절대 목표로 삼으면서 기업 활동을 자유롭게 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조항이 두고두고 속을 썩일 것 같습니다.

사실 시장 경제 하다보면 정규직도 생기고 비정규직도 생기는 것인데, 그 사람들을 다 같이 평등하게 대우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정치적으로 한 표 주는 거야 모르겠는데, 사회·경제적으로 모두 평등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제 생각에는 헌법 11조에 단서 조항을 추가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단, 비정규직이라는 사회계급의 창설은 허용한다"고 말이죠.

가만 생각해보니, 법리의 일관성을 위해 헌법 제1조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도 단서 조항을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단, 비정규직은 본 헌법이 규정하는 국민에서 제외한다"고 말입니다.

편지를 쓰면서 다시 생각해보아도, 비정규직 문제가 골치는 골치인 것 같습니다.

현행 비정규직법의 고용기간 제한만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면 해결될 것 같더니, 이것보다는 고용기간 제한 조항을 없애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하고, 또 가만 생각해보니 비정규직법 자체를 없애는 게 필요할 것 같기도 하고, 본질적으로는 우리 헌법에 문제가 있으니 헌법도 손 봐야 할 것 같으니 말입니다.

글이 두서 없이 길어졌습니다. <중앙일보>를 보니, 기획재정부가 주도해서 노동부와 지식경제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고용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비정규직 문제를 논의한다고 하는데, 저의 부족하기 짝이 없는 의견도 한번 상의해 보셨으면 합니다. 정식 회의에서 안 되면, 회의 사이 사이의 커피 타임에라도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고용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정규직 고용조건에서, 공무원이라 잘릴 염려도 없이, 나라 경제 말아먹는 노동귀족들인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의 연봉 이상 받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 가득히 살아가실 (여기에 보태 <중앙일보> 기자에게 슬쩍 소스를 흘려주는 남다른 센스를 가지신) 이름모를 경제관료님의 행복한 일상을 축하드리면서 글을 마칩니다.

추신) 참! 기획재정부가 현재 32개 업종으로 제한된 파견근로 허용 업종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도 하는데, 아예 모든 업종으로 확 풀어버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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