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의 <놈놈놈>이 제헌절인 7월 17일 개봉했다. 이 "세 놈"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다. 아무래도 뜬다는 예감이란다.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 세 배우가 그 주인공이다.
이 영화가 극장에 걸린 날, 청계광장에서 촛불 집회가 열렸다. 개봉일자도 절묘하게 잡았다. 이 "세 놈"보다 앞서 뜬 "놈"들이 거기에 죄다 모였기 때문이다.
제헌절, 청계광장에는
점잖은 체면에 자꾸 "놈" 소리 하긴 무엇 하지만, 그것도 기묘하게 딱 "세 놈"이다. 남대문 경찰서의 한 젊은 책임자가 시민을 향해 외친 말, "소리 지르는 놈, 깃발 든 놈, 촛불 든 놈." 그 얼굴 잘 기억했다가 잡으란다. 그런데 그 경찰 책임자의 생각과는 달리, 이 "세 놈"이 있어야 세상은 바르게 바뀐다. 영화도 영화지만 현실에서 다름 아닌 이 <놈놈놈>이 떠야 우리 모두가 산다.
진실의 소리를 외치고, 민주주의의 깃발을 흔들고 양심의 촛불을 드는 사람들이 많아야 우리사회는 발전하기 때문이다. 그런 소리와, 그런 깃발과 그런 촛불을 막고 내리게 하고 진압하는 권력은 무엇을 외치고 무엇을 흔들며 무엇을 들까? 거짓의 소리를 지르고, 기만의 깃발을 흔들며 진압봉과 물대포를 든다.
절대 떠서는 안 될 3자(者)
절대 떠서는 안 될 "세 놈"이 있다. 자꾸 "놈" 하니까 좀 부담스럽다. 누군가 아주 적절하게 사용했듯이 "놈 자(者)"자를 대신 쓰자. "소통하자고 해놓고는 불통하는 자, 뭐든지 안 되면 촛불 탓이요 PD수첩 탓이요 하면서 남 탓 하는 자, 이 대한민국을 국제적으로 우습게 만들어 놓고 고립시키는 자." 이 3자 때문에 나라가 어지럽다.
7월 17일 촛불집회를 열고자 했던 시청광장은 경찰버스로 원천 봉쇄되어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모습 그대로다.
왜 그런가? 그렇게 말하는 까닭이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뜻을 원천봉쇄하는 데에는 유능하나, 미국에서 광우병 쇠고기가 들어오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데에는 무능하다. 이명박 정부는 민주주의를 원천봉쇄하는 데에는 유능하나, 일본의 독도 문제 거론을 원천봉쇄하는 데에는 무능하기 짝이 없다.
원천봉쇄 정부의 운명
이런 정부가 도대체 얼마나 갈 지 모르겠다. 국민은 날이 갈수록 고단해지고 불안해져 간다. 입만 열면 실수투성이다. 국제적으로는 사면초가 아닌가?
쇠고기 협상을 그 수준으로 해 놓은 정부를 조심스럽게 존중하면서 대할 나라는 지구상에서 아무데도 없다. 동북아시아 평화체제 구상과 그 의지가 없는 정부에게 일본이 불쑥 내미는 건, 그 옛날 군국주의 시대의 대동아 공영권 회복의 시나리오에 필요한 독도 탈취 계획이다. 외교의 실패,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것이다.
지난 두 달 동안, 저들은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나? 우리들은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얻었나? 또는 무엇을 잃어도 좋고 무엇을 얻어야 하는 것일까?
저들이 얻고 잃은 것과 우리가 잃고 얻은 것은
이명박 정권이 얻은 것은 국제적 굴욕이요, 잃은 것은 국가적 자존심이다. 이명박 정권이 얻은 것은 "아시아의 푸들"이라는 오명이오, 잃은 것은 주권이다. 무엇보다도 이명박 정권이 얻은 것은 민심의 분노요, 잃은 것은 국민이다. 국민을 잃은 정권의 미래는 없다.
우리가 잃은 것은 낙담이요, 얻은 것은 무수한 동지들이다. 우리가 잃은 것은 조-중-동이요, 얻은 것은 KBS, MBC, YTN 방송 독립의 의지다. 가장 결정적으로, 우리가 잃어도 좋은 것은 이명박이요, 얻어야 할 것은 민주 공화국 대한민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민주 공화국 말이다.
무엇보다 지금 우린, 공영방송 지켜야
그런데 무엇보다도 지금 방송이 위기다. 촛불이 가장 강렬하게 옮겨 타올라야 할 곳이다.
"연합 텔레비전 넷 워크(Yonhap Television Network)"의 약자 YTN의 구호는 "당신의 진실한 방송/Your True Network"의 YTN이다. 그 YTN이 이명박 정권에게 접수당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 되면 YTN의 "돌발영상"은 전혀 돌발적이지 못할 것이다. "돌발영상"은 권력 앞에서 기는 "발발이 영상" 된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 기도가 성공하면, KBS의 "시사 투나잇(Tonight)"은 요즈음 이상해진 "시사저널"되고, MBC <PD수첩>은 <MB수첩> 된다. <100분토론>이 <100분 괴담>되는 것 시간문제 아닐까?
우리의 님들이시여
어떻게 해야 하나? 결국 "세 놈"이 확실히 뜰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놈"은 절대 "놈"이 아니다. 저들에게는 하찮고 잡아들여야 할 "놈"일지 모르나 우리에게는 "님"이다. 정답고 그립고 사랑하는 "님"이다. "진실의 육성 외치시는 님, 민주주의의 깃발 흔드시는 님, 양심의 촛불 드시는 님."이다.
님들이여, 오소서. 여기 저기 오소서. "아아,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 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우리의 님은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을 잊지 않습니다. 우리의 님은 떠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님은 결코, 침묵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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