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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떻게 '정보전염병'을 퍼뜨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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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떻게 '정보전염병'을 퍼뜨렸나"

[송기호 칼럼] 美 FSIS 쇠고기 고시의 진실

정보전염병(Infodemics)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만든 로스코프(D. Rothkopf)는 중국 정부가 2002년에 사스(SARS) 관련 정보를 정직하게 관리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어제 공지된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역국(FSIS)의 한국행 쇠고기 수출 검역 고시(Notice 46-08)와 한국행 육류 수출 요건(KS-76)을 읽고, 나는 로스코프의 의견은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협상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부는 추가 협상을 놓고 이렇게 발표했다.
"미 정부가 보증하는 한국 수출용 30개월령 미만 증명(QSA) 프로그램의 운영을 통하여 국민적 우려가 제기되었던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실효적으로 차단" (<미국산 쇠고기 추가 협상 결과> 1쪽)

그러나 과연 그런가? FSIS는 두 개의 공고에서 아래와 같이 일관되게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도 수출 검역 증명을 발급해 준다고 공시했다.
Participation in this program is not required for issuance of the FSIS 9060-5.(QSA 프로그램 참여가 수출 검역 증명서 발급의 요건은 아니다.)

이처럼 FSIS는 이른바 한국행 쇠고기 30개월 미만 증명(QSA)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도축장에 수출 검역 증명서를 발급해주겠다고 공시했다. 필자가 지난 24일 기고에서 제기한 대로, FSIS는 한국 QSA를 수출 검역 증명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FSIS가, 앞으로는 더 이상, 한국행 쇠고기의 월령에 대해, 이를 증명하는 농무부 농산물판매촉진국(AMS)의 증명서(Statement of Verification)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고한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Statement of Verification (SOV) letter is no longer required to accompany exported beef and beef products to Korea. (증명서는 더 이상 한국행 쇠고기 제품에 따라다녀야 할 요건이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미국의 수출 검역 증명서 비고란에 기재된다는 문구, 곧 "이 제품은 한국 QSA 작업장에서 생산된 것임"은 무엇인가? FSIS 공고는 한국 QSA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도축장은 이 문구를 써 넣을 수 있다고 했다.
For establishments that participate in the AMS QSA Program, the following statement can appear in Remarks on the FSIS Form 9060-5. (QSA 프로그램 참여 도축장에 대해선 수출 검역 증명서 비고란에 다음 내용의 기재가 가능하다.)

결국, 미국 정부는 쇠고기 제품이 30개월령 미만임을 수출 검역 증명에서 증명하지 않는다. 이미 미국 정부가 수출 검역 증명서에서 증명해야 할 내용에서, 도축 시 월령 판별 증명조차 깨끗하게 제외되었다(고시 제 22조). 나아가, FSIS는 공고 그 어디에서도, 미국 도축장 QSA 프로그램이 어떠한 방법으로 소의 월령을 판별해야 하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이처럼 미국 정부는 완벽하게 30개월령 굴레에서 해방되었다.

물론 미국 정부가 하는 일은 있다. 그것은 QSA 승인 도축장 목록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불과 15일 만에 29개의 도축장을 승인 목록에 올려놓았다. 그 가운데는 그동안 한국행 쇠고기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되었던 작업장, 갈비통뼈가 검출되었던 작업장이 포함되어 있다. 심지어 농림부가 쇠고기 협상 후, 현지 점검을 하여 월령 판정 치아 감별사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작업장(Est 278)도 올라가 있다.

이런데도, 한국 정부는 미 정부가 "보증"하는 QSA 운영을 통하여 국민적 우려가 제기되었던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실효적으로 차단했다고 국민에게 발표했다.

그러나 과연 미 정부는 "보증"했는가? 정부는 슈와브 미국 무역대표부 서한에서 나오는 문장인 "This program will verify that all beef shipped to Korea under this program is from cattle less than 30 months of age."에서의 "verify"를 "보증"으로 번역해서 발표했다.

나는 이것이 의도적인 오역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똑같은 슈와브 서한의 다른 문단에 모두 10번 나오는 "verify", "verified", "verification"에 대해선 한결 같이 이를 모두 "검증"으로 번역했기 때문이다.

내가 단지 이 단어 하나만 가지고 로스코프의 지적이 이명박 정부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18, 최초의 협상 발표로 돌아가 보자. 당시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 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뭐라고 발표했나?

"역학조사 결과가 미국의 BSE 위험에 대한 OIE의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위에 반하는 상황일 경우 수입을 전면 중단토록 하였음"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미 한국이 미국에게 합의해 준 영어 원문은 "OIE recognizing an adverse change in the classification of the US BSE status "이었다. 이는 상상하기 어려운 오역이다.

또 있다. 도축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고위험군 소의 뇌와 척수마저, 30개월 미만이라는 이유로, 돼지와 닭에게 그대로 먹이는 미국의 동물성 사료조치에 대한 오역은 지금도 수정되지 않은 채, 다음과 같이 농림부 홈페이지에 실려 있다.
"30개월 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사료용 등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사료로 인한 광우병 추가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임"(☞바로 가기)

오역만이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추가 협상의 성과로, 30개월 미만 뇌, 척수, 머리뼈 등 종래 기준에서의 광우병 위험 부위(SRM)의 수입을 차단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추가 협상의 성과로 대대적으로 홍보되었다. 그러나 FSIS의 이번 공고 그 어디에도 이러한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미국 정부는 30개월 미만 뇌, 척수, 머리뼈가 한국으로 수출되는 데에 어떠한 공적 관여를 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한국 정부의 반송 조치 가능에 대한 경고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난 로스코프의 비판이 이명박 정부에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로스코프는 '정보전염병'이라는 단어를 나쁘게만 보지 않았다. 그에 의하면 이러한 현상은 정부가 정보의 만발(outbreak)을 억압하는 것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든다.

나는 이 견해마저 이명박 정부가 실증하고 있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가 일간지 1면에 대대적으로 내었던 광고들은 결코, 쇠고기 협상의 진실을 담는 정보가 만발해서 유통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 현상은 한국의 인터넷을 제외하고는 설명할 수 없다.

나아가, 나는 로스코프가 정보전염병의 항체와 치료제로 지식과 정직한 정보 관리를 제시한 것에 동의한다. 그래서 그의 처방대로, 이명박 정부에게 다음 사항에 대한 지식과 정직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한다. 그래서 로스코프의 명제를 거듭 실증하기를 바란다.

첫째, FSIS의 고시에는, 미국에서 도축된 쇠고기가 아니어도 한국으로 수출될 수 있도록 되었다. (Beef trimmings imported from Australia, New Zealand, Mexico) 이렇게 되면, 미국의 거대 축산업자들이 멕시코에서 도축한 쇠고기 잡육을 대거 수입해서, 다시 이를 한국으로 수출할 수 있다. 이는 한국 고시 10조 위반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미국 FSIS는 이런 공고를 할 수 있는가?

둘째, FSIS의 조사 결과, O157 대장균을 통제하지 못하는 분쇄육 공정으로 확인된, 네브라스카 비프도 FSIS의 QSA 승인 목록에 올랐다. 그 결과 우리 아이들이 O157의 위험에 노출되었다. 정부는 왜 세계무역기구 위생검역협정(SPS)이 보장한 한국의 잠정조치권을 행사하여 이 회사 생산 분쇄육에 대한 한국 수출 중단 조치를 하지 않는가? 이 회사 분쇄육을 한국에 상륙시킨 후에야, O157 전수 검사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셋째, 미국의 학교급식에서 금지하는 '선진회수육(AMR)'에 대한 미국 정부의 수출 검역 사항과 한국 정부의 수입 검역 사항이 지금까지도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의 청소년들은 미국 정부가 수출 검역 단계에서, 선진회수육에 대해, 30개월 미만 제품, 중추신경조직 및 골수 미잔류 등의 핵심적 안전기준을 검사하고 증명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하지만 FSIS의 고시에 의하면 지난 8일에, FSIS의 <한국 수출용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증명서>가 확정되었다. 그러므로 그 내용을 즉시 공개하라. 한국의 관보 고시 1조에는 선진회숙육을 30개월 이상 소 머리뼈, 등뼈에서 생산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17조에서는 이 내용을 30개월 이상 소에서의 '기계적 회수육(MSM)'으로 대체했다. 그런 기계적 회수육은 미국에서는 동물 사료로도 쓰지 못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부는 이 관보 조항을 개정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과연 한국의 농림부가 검역 과정에서 분쇄육 제품에서 선진회수육이 사용되었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있는가이다. 내가 알기론 미국은 선진회수육 표시제도가 없다.

넷째, 한국은 추가협상에서 내장 정밀 검사 방법에 대해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미국에게 약속해 주었다. 그러니 그 결과를 지금이라도 공개하라. 일본농업신문의 자료에 의하면, 일본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기 전인 2003년에 4만9000톤의 내장을 미국에서 수입했다. 그러나 작년엔 5800톤에 그쳤다. 지금 추세라면 한국은 세계 1위의 미국 내장 수입국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한 검역 대책은 무엇인가?

다섯째, 화장품의 원료로 쓰일 우지(tallow)의 수입이 단백질 제거 조건(protein-free)허용되었다. 우지 추출과정에서 단백질을 제대로 제거하는 것은 우지 원료 화장품의 안전성 조건이다. 소 단백질이 화장품에 사용될 경우의 위험성은 미국 식약청도 지적했다. 그러므로 한국 화장품 산업의 안정성을 위해, 미국 우지의 단백질 제거를 어떻게 한국에서 검역할 것인지 그 대책을 공개하라.

여섯째, 도축 시 척수 오염 우려가 있는 티본 스테이크와 포터 하우스 스테이크에 대한 검역 대책은 무엇인가? 한국 QSA가 종료되면, 30개월 이상짜리도 수입 허용되는가? 만일 그렇다면 왜 4월 18일의 협상 발표에서는 "등뼈가 정상적으로 포함되어 가공되는 티본 스테이크"라고 말하였는가? 등뼈는 30개월 이상의 경우에는 광우병 위험물질(SRM)이지 않은가? 반대로 만일 한국 QSA와 상관없이 30개월 월령 제한이 되어 있는 것이라면, 180일 동안만 30개월령 미만 표시를 한다는 합의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곱째, 즉석 조리육(Ready-to-eat Products)에 대해서조차 원칙적으로 수입을 허용해 주면서, 미국 수출 검역 단계에서 대장균군(coliforms) 검사 증명을 제외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lab results are not required prior to certification for export) 미국의 즉석 조리육이 대장균 오염으로 제품 회수된 사례가 있었으므로, 미국에서 대장균 검사를 통과한 제품만이 한국으로 수출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이번 FSIS 고시에서 쇠고기 가공제품이 잠정적으로 수입 금지된 것과 관계없이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

끝으로, 1주일 간의 장관급 협상을 했는데도, 왜 여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서명이 있는 그 어떠한 문서도 공개되지 않고 있는가? 이것이 없다면 협상 일지라도 공개하라. 그래야 최소한 한국 QSA를 어떤 절차를 밟아 폐지하겠다는 미국의 발언이라도 알 수 있을 것 아닌가?

나는 정부가 관련 정보와 문서를 공개할 것으로 믿는다. 왜냐하면 그것이 이명박 정부가 걱정하고 있는 정보전염병이라는 용어를 만든 사람이 제시한 치료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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