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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MB시대 '남북관계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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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MB시대 '남북관계의 현실'

금강산 총격사건과 MB 시정연설

"남북당국의 전면적인 대화가 재개되어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11일 국회 시정연설이다. 그렇다면 대화의 상대방인 북한은 여기에 응할 수 있을까? 북한은 이미 조건을 걸어두었다.

지난 7일 이명박 대통령은 교도통신과의 회견에서 '남북 정상간의 진정한 대화를 위해서는 언제든지 자주 만날 준비가 되어있다'고 했다. 북한은 지극히 이례적으로 '단 하루'만에 즉각 거부했다. 그때 조건을 걸었다.

"(이 대통령이) 온 민족과 전 세계가 지지, 환영한 수뇌상봉(정상회담)과 선언을 전면부정, 전면무시했다.(…) 수뇌회담을 말하기 전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입장부터 명백히 밝혀야 한다"(7월 8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입장발표)

먼저 이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의 통일외교담당자들의 그간 발언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은 3월 26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남북기본합의서가 91년 체결돼 92년부터 효력이 발생했고, 북한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그 이후 남북정상이 새로 합의한 합의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이 '있지만' 역시 91년 남북기본합의서라고 했다. 문언상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가치를 평가절하한 건 맞는 것 같다.

북한의 이해도 이런 연장선상에 놓여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4월 17일 미국 방문 중 이 대통령은 '서울-평양간 상설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안했다. 하지만 4월 26일 북한은 분명하게 이를 거부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 쪽에서 변화의 신호는 있어왔다. 4월 29일 김하중 통일부장관의 국회 통외통위에서의 발언을 보자.

"잘 아시다시피 7·4 공동성명도 있었고, 남북기본합의서도 있었고, 또 비핵화 공동선언도 있고, 6·15 선언도 있고 10·4 선언도 있고,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행되지 못한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앞으로 현실을 바탕으로 해서 어떤 상호 존중의 정신 하에서 남북 협의를 통해서 실천 가능한 이행 방안을 검토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6월 12일 김 통일부장관의 6.15선언 8주년 기념식장에서의 축사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과거 남북간에 이루어진 여러 가지 합의들, 즉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6.15 공동선언, 10.4 선언의 이행문제에 관하여 북한과 협의할 용의가 있습니다."
▲ 김중태 통일부 남북교류협력국장이 11일 오후 도렴동 정부중앙청사 별관 합동브리핑센터에서 북한군에 의한 금강산 여성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7월 11일, 이명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이다.

"과거 남북 간에 합의된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 공동선언, 6·15공동선언, 10·4정상선언을 어떻게 이행해 나갈 것인지에 관하여 북측과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습니다."

이 대통령과 김 통일부장관의 발언 사이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김 통일부장관은 '이행문제에 관하여'라고 했고, 이 대통령은 '어떻게 이행해 나갈 것인지에 관하여'라고 했다. 김 통일부장관은 '협의할 용의'라고 했고, 이 대통령은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라고 했을 뿐이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입장을 '이행이라는 관점'에서 에둘러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과 김 통일부장관의 발언은 차이가 없다. 물론 발언을 적극해석하자면,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를 협의하자는 것은 그 전제로 당연히 6.15공동선언의 성립의 진정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그 점은 당연히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이번 시정연설로 자신들이 내건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이 충족된 것으로 보고 더 이상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것 같은가?

이번엔 역으로 북측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해보자. 시정연설은 6월 12일 김 통일부장관의 발언에서 '한 치만'을 더 나아갔을 뿐 특별히 변화된 부분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이 발언이 있고 난 한참 뒤에 이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의사표명'이 있었고, 이때 북측은 다시 한 번 6.15공동선언 등에 대한 명백한 입장을 요구했었다. 그 요구에 대한 대응이 이번 국회 시정연설이라고 본다면, 북한의 입장에선 대화의 전제조건이 해결된 것이라고 평가할 만할까?

북한은 이명박 행정부 출범 이래 '공식 혹은 비공식적'으로 남한에 대해 '정부 최고책임자'의 공식적이고 분명한 시인을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물론 정권 교체가 있고 나면 대외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는 필요하다. 국민의 '행'정부의 정권 재창출이라고 표현되는 참여 '행'정부도 그래왔다. 집권하자마자 대북송금특검이 있었다. '동시이행'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선핵포기'를 고집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8.15 기념사에 이르러 비로소 6.15 공동선언을 정면으로 평가한다.

"지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은 남북한만의 합의가 아닙니다. 세계를 향한 평화의 약속이었습니다. 이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2003년 8월 15일, 노무현 전 대통령)"

비로소 북한과의 대화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다시 냉정한 국제관계의 현실로 되돌아와 보자. 지금 다자회담으로 표현되는 북핵 6자회담은 순항 중이다. 양자관계도 그렇다. 북미관계, 북중관계는 순항 중이다. 북일관계도 나름대로 정상화의 경로를 밟아가고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는 후진에 후진을 거듭할 뿐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비교해보자. 북한은 더 이상 미국의 '적성국'이 아니다. 더 이상 '적국'이 아니라는 말이다. 보수세력이 이 평가를 인정하자면 한참 걸리겠지만 어쨌든 현실은 그렇다. 지난 6월 26일 미국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적성국교역법'을 적용하는 것을 풀어버렸다. 미국에게 있어 북한은 더 이상 적성국이 아니라는 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더 이상 '적국'이 아니다. 북미관계는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말이다. 봉쇄정책에서 '교류협력정책'으로 전면적인 전환을 꾀했다.(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의 평가를 간접 인용한다.) BDA 문제의 해결을 통해 북한은 국제금융시스템에 복귀했고, 적성국교역법의 해제를 통해 북한은 이제 전면적인 국제경제시스템에 복귀해 버린 것이다.

그러면 지금 이 순간 남북관계는 어떠한가? 오늘(11일) 금강산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북측의 총격에 의해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총격, 비전투 중 총격, 북측 지역 내에서의 총격 등 분단사상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충격적 사안이라는 점에서 후폭풍은 예상키 어렵다. 이것이 바로 남북관계의 현실이다. 남북한 간의 당국자 관계는 사실상 단절되고 있다. 북한은 옥수수 5만톤에 대한 '무조건적' 인도적 지원조차도 거부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6월 22일 군사당국자회담 대변인 담화를 통해 (무엇인가를) 경고했다.

"개성과 금강산 등에서의 협력교류사업을 그대로 추진하기 위해 군사적 보장대책을 계속 따라 세워야 하겠는가 하는 문제를 깊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담화는 이미 남북문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군이 직접 제기한 사안이고 문제 제기이기 때문에 결코 가벼이 볼 수는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을 정도였다.

이 대통령은 중동의 넘치는 오일달러를 끌어올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외국인 직접투자는 감소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제경제권에 편입된 북한은 중동의 오일머니가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공사 중 방치되어 흉물이 되고 있던 평양의 '류경호텔'이 한 중동국가의 투자를 통해 재건설 중이다. 중국은 차세대 국가지도자인 시진핑 부주석의 방북을 통해 북경올림픽에 대한 협조와 함께 경제협력과 인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북핵에 대한 대가로 50만톤에 이르는 식량을 인도적 방식으로 지원 중이다.

이명박 행정부는 입으로만 '실용'을 이야기할 뿐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성격규정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퍼주기'와 '끌려다니기'라는 평가에서 반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이건 실용이 아니다.

북한은 "남조선 없이도 우리는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지만 우리와 등지고 살아가는 남조선이 과연 어떻게 되는가를 두고 볼 것(6월 22일 군사회담 대변인 담화 중)"이라며 과거의 힘의 논리로 복귀 중이다. 추측컨대 이명박 행정부의 남북관계전문가들은 "북한은 우리의 지원 없이는 결코 살아갈 수 없다. 북한 스스로 변화된 현실을 인정하고 나와라. 그리고 당장 대남비방 중단해라, 우리가 조건 없이 옥수수도 주고 쌀, 비료도 주겠다. 우리를 지난 10년의 정부와 비교했다간 당신들은 큰일 날 줄 알아라"며 역시 힘의 논리를 앞세운다.

어찌됐건 오늘(11일)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남북관계의 전면적 개선을 위한 '결정적' 기회를 놓친 게 아닌가 하는 염려 어린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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