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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준비 안 된 다문화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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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준비 안 된 다문화사회"

정부, 이민자ㆍ시민단체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다문화사회'라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당연한 일이다. 이미 우리 사회로 들어온 이민자 수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태까지 이들에게 한국인이 되어 살아가도록 요구하기만 했다. 오랫동안 한국 정부의 이민자 정책은 '동화정책'을 뜻했다.

그래서 이민자들을 무리하게 동화시키려 하기보다,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소통하는 이민자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이민자들과 시민단체 사이에서 진작부터 나왔었다.

여기에 뒤늦게 문화관광체육부가 한국사회의 이민자들을 어떻게 포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며 다문화정책을 위한 '10대 중점과제'를 발표했다.

시민단체 등은 뒤늦게라도 정부 차원에서 다문화사회에 대한 정책에 관한 고민을 시작했다는 데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들은 정부 발표안이 구체성이 부족하고 수년 전부터 시민단체가 쌓아온 노하우와 역량을 긍정적으로 흡수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다문화사회의 문화적 지원정책'이라는 주제로 대토론회를 열고 문화부의 '10대 중점과제'를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다문화정책팀이 꾸려진 것은 지난해 12월 27일로 불과 6개월 여 전이다. 이기정 문화체육관광부 다문화정책팀장은 자신은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고 털어놓으며 "이 자리는 정책의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 정도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문화부가 내놓은 10대 중점추진 과제는 이렇다. △ 한국어 및 한국문화 이해 증진 △ 문화향유 기회 확대 △ 다문화 정보제공 활성화 △ 문화 다양성 이해와 다문화 감수성 증진 △ 다문화 콘텐츠 발굴 △ 다문화 매개 인력 양성 △ 타문화권과의 문화예술교류활동 강화 △ 다문화성이 반영된 문화활동지원 △ 다문화 친화적 문화환경 조성 △ 법제도 마련 등 10개 조항이다.

부처별로 제각각인 이민자 정책…쉬운 사업만 골라 시행
▲ 문화관광체육부가 한국사회의 이민자들을 어떻게 포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며 다문화정책을 위한 '10대 중점과제'를 발표했다.ⓒ뉴시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가지는 한계를 지적했다. 이태주 한성대 교양학부 교수는 "문화부가 제시한 10대 정책과제는 기존에 모든 부처들이 해왔던 관행대로 이주민들의 한국어 교육을 강화하고 국내적응을 지원하며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또 범정부적 차원에서 또는 최소한 문화부 내 다른 정책에 이 비전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민자 정책에 관한 부처 간 논의가 원활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라며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부처 간 논의가 시작될 때 지금 내건 정책과제를 제대로 주장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홍기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다문화정책에 대한 담론이 조금씩 확대되어 왔는데도 부처별 영역을 초월한 범국가적 차원에서의 공론화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이주노동자 고용 사업장에서의 갈등, 이주결혼여성의 가정 내에서의 인권 문제, 이주민자녀의 문화적 부적응 문제 등 이주민에 관한 본질적인 문제에는 관심 갖지 않고 '문화적 지원사업'과 같은 쉬운 사업 개발에 치중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홍기원 연구원은 "또 대상을 좁게 정의하여 이주민 본인과 자녀에게만 집중하고 함께 살아야 하는 한국인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며 "이에 따라 한국문화를 일방적으로 교육시키고 체험하게 하는 내용이 중심이 됐다"고 말했다.

서구에서도 계속되는 이민자 논쟁…"보수 진영 반발, 극복 방안 찾아야"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다문화 사회'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종적 모자이크(ethnic mosaic)이라 불리는 캐나다에서도 다문화사회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이 문제를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인진 교수는 "정부와 시민사회가 다문화주의적 가치를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고자 할 때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사고를 가진 집단과 기득권 계층의 저항과 반대를 맞게 될 텐데 이에 대한 경계와 준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정부의 다문화 정책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주민들은 한국에서 이민자로서 살아가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필리핀 여성 주디스 헤르난데스그는 "한국에 온 지 16년이 됐고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다"라며 "이주민 문제가 TV프로그램에서 다뤄지는 것이나 문화센터 프로그램만으로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도 길을 가다 아저씨들이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며 "아파서 병원에 갔을 때나 학부모 상담을 갔을 때 등이 한국말을 잘 못해 어려움을 겪는 때다"라고 말했다.

'이주노동자의 방송(MWTV)' 에서 일한다는 네팔인 미누 씨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생긴 후 지난 1월부터 정부로부터의 지원금을 한 푼도 못 받고 있다"며 '에스닉 방송'(소수 인종을 위한 방송)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 구체성 떨어져…이민자·시민단체 말도 들어야
▲ 이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비전이 구체성이 부족하고 당사자인 이민자와 오랜 시간 현장에서 일해온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뉴시스

한편 이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비전이 구체성이 부족하고 당사자인 이민자와 오랜 시간 현장에서 일해온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진에서 온 한 문화원장은 "오늘 문화부의 발표는 구체적인 문제는 다루고 있지 않아 아쉽다"며 "오랫동안 이주민 문제를 다룬 시민단체 활동가와 실제 한국에서 살아가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주민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강진에도 200여 명의 이주여성들이 있다"며 주로 20대 초중반의 이주여성과 40대 중후반의 남성이 결혼한 가정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자와 시부모가 주로 대화 상대가 되는데 밥줘, 빨래 해 등 간단한 한국어만 알아들는 수준에 멈춘다'며 "이것을 인권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차체에 만연한 업적주의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그는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요리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는 건 누가 담당 공무원에게 더 잘보였냐로 결정된다'며 "중앙 정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민간에서 5년, 10년 동안 열심히 해왔는데, 정부에서 시민단체는 전문성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정부와 시민단체가 서로 존중하고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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