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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로 인한 손실이 2조 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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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로 인한 손실이 2조 원이라고?

[기고] KDIㆍ한경연, 엉터리 숫자놀음에 묻어버린 양심

이명박 정부에서 촛불시위 때문에 경제가 망가진다고 난리들이다. 쇠고기 협상을 엉망으로 한 자가 누구며, 고환율정책으로 물가를 망친 자는 누구인데….

이들의 주장하는 바가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얼마나 타당한지 한번 살펴보자.

지난 7일 기획재정부 차관보 김동수라는 자가 "두달 넘게 진행된 촛불시위로 인한 손실이 5000억 원"이라고 주장했다. "불법시위 건당 80억 원의 피해를 입힌다는 2006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추정 결과를 참고했다"고 한다.

두달이니 60일에 건당 80억 원을 곱해서 4800억 원이 나오니 대충 5000억 원이라 말한 모양이다. 참으로 편리한 계산법이다. 김 차관보에게 박수를! 강만수 장관을 대신해 차관이 잘린 마당에 이 사람이 차관 해먹으면 딱 좋겠네.(이 글을 쓰는 동안 김동수가 차관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당시 KDI 추산으로 8차선 도로 점거 시 776억 원의 손실액이 나왔는데, 거기에 60일을 곱해 약 4조 7000억 원이라고 하면 더 좋았을 텐데 액수가 너무 커서 좀 민망했나 보다.

법·질서 위반 행위 중 불법파업만 경제에 악영향?
▲ 재정부는 지난 두달간 촛불집회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5000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그렇다면 KDI가 어떤 보고서를 썼는데 이걸 인용하는 것일까? KDI는 지난 2007년 1월 '법·질서의 준수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의 요점은 우리의 법·질서 정비 및 준수 정도(Political Risk Service Group의 "법·질서 지수")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뒤떨어져 1991~2000년의 10년간 매년 약 1%포인트 내외의 추가적인 경제성장을 못했다는 것이다. 얼핏 그럴듯해 보이는 보고서지만, 몇 가지 중요한 속임수가 있다.

여러 가지 법·질서 위반 행위 중에서도 최근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가 불법파업과 폭력시위란다. 그 보고서의 함의는 불법파업과 폭력시위만 뿌리 뽑는다면 우리나라의 법·질서 지수가 OECD 평균을 넘어서고 더 높은 경제성장도 가능했다는 것.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비자금, 삼성 이건희 전 회장의 비자금과 로비가 한국의 경제구조를 어떻게 왜곡하고 얼마나 손실을 끼쳤는지 단 한 차례의 언급도 없다.

각종 법·질서 위반 행위 중 어떤 행위가 얼마나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체계적인 분석도 없고, 강·절도/경제범죄/교통규칙 위반 등 각각의 유형이 경제에 끼치는 상대적인 가중치는 얼마나 되는지 지표도 없다. KDI 보고서라는 논문이 오히려 <서울경제>와 <매일경제>의 기사를 인용하며 손실액을 언급하는 수준이다.

통계적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는 무관

그렇다면 이 보고서가 나름 신경 쓴 준법 수준과 경제 수준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자. 보고서의 논리는 이렇다.

①113개국 법·질서 지수와 일인당 국민소득의 상관관계가 0.75로 유의하게 나타남. ②113개국 법·질서 지수와 경제성장률의 상관관계도 0.41로 유의하게 나타남. ③법·질서 지수가 한 단위 높은 국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0.9%포인트 높았음. ④OECD 평균 법·질서 지수 5.5에 비해 우리는 4.4가 나와 연평균 0.99%포인트의 성장을 추가적으로 이룰 수 있었음. ⑤불법시위에 단호한 처벌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적인 대응도 해야.

법·질서 지수가 일인당 국민소득이나 경제성장률과 유의한 상관관계가 나왔다는 건 사실로 받아들인다고 치자. 하지만 통계적 상관관계가 인과관계와는 무관한 일. 여기에 이 논문의 핵심적인 속임수와 기만이 있다.

예를 들어 0세~20세의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어휘력과 발 크기의 상관관계를 조사해 보면 틀림없이 매우 상관관계가 높게 나올 것이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어휘력도 커지고 발도 커질 테니까. 그렇다고 해서 어휘력을 늘리기 위해 발을 키워야 하나? 이렇게 인과관계로 해석할 바보는 없을 것이다.

국책 연구소의 선임 연구위원이 이런 속임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법·질서 지수와 소득수준의 상관관계가 높다 하더라도, 나아가 경제성장률과의 상관관계가 높다고 해도, 그것이 인과관계로 해석될 이유는 전혀 없다.

한경연 "촛불집회로 인한 손실액 2조 원"

8일에는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촛불시위의 사회적 비용'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한경연은 촛불시위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액을 2조 원으로 추산했고, <연합뉴스>, <조선일보> 등이 이를 인용 보도했다.

이건 또 어떤 근거로 나온 수치인지 확인하고 싶어 보고서를 찾아봤으나 한경연 홈페이지에는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 한경연에 전화해 보니 온라인으로는 1주일쯤 뒤에 올린다고 한다. 언론사에도 보도자료만 배포했고, 이것을 근거로 기사화됐을 거란다. 한경연 안내 데스크의 말이 사실이라면 <연합뉴스>, <조선일보> 모두 보고서 내용의 진위나 타당성을 따져볼 생각도 없이 보도자료만 보고 기사를 갈겨 쓴 것이다.

어쨌든 <조선일보>에 의하면 "(2조 원의) 비용 추산은 1990년부터 2006년까지 17년 동안 집단시위와 설비투자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라 하니 그놈의 "상관관계"를 또 어떻게 왜곡했는지 1주일 후면 그 진상이 드러날 듯하다.

슬프다. 정말로 한국 경제를 위해 다루고 분석할 통계는 이런 게 아닐까? 재벌들의 비자금과 로비 실태,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액. 국민 건강을 외면하면서까지 강행했던 쇠고기 협상으로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액. ABC협회의 <조선일보> 유료부수 조작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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