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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씨를 이곳에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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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씨를 이곳에 초대합니다"

내리는 비를 타고 3만의 촛불에 축복이 내리다

쏟아지는 비도 촛불을 막을 수는 없었다. 촛불과 함께 하려는 사제들의 마음도 막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사제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과 마음은 더 달아오르고 있었다. 3일 저녁 열린 세 번째 시국미사에서 3만 여 촛불(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6000명 참석)은 그렇게 56번째 촛불 집회를 또 만들었다.

"이 비를 그들은 자신들의 '축복'이라 여기겠지만…"

전주교구의 송현홍 신부는 이날 내리는 비 얘기로 미사를 시작했다. "독일 말에 '비가 오면 하느님께서 축복해주신다'는 말이 있다"는 것이다.
▲ 쏟아지는 비도 촛불을 막을 수는 없었다. 촛불과 함께 하려는 신부님들의 마음도 막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신부님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과 마음은 더 달아오르고 있었다. ⓒ프레시안

송 신부는 "그런데 '다른 사람'은 축복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할지 모른다"며 "특히 사람들이 보지 말라고 하는 신문, 청와대와 정부 사람들은 우리와 다른 의미로 비 오는 것을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비가 촛불을 꺼트려 주리라 기대할지 모른다는 말이었다.

송 신부는 "하지만 하느님은 비가 와도 꺼지지 않는 촛불을 보며 우리를 축복하신다"고 말했다. 비를 통해 내리는 축복은 국민의 요구를 거스르고 누르려고만 하는 '그들'이 아니라 궂은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타오르고 있는 촛불에게 온다는 얘기였다.

"나를 더 힘나게 하는 것은 조중동 사설…두고 봐라 우리가 이긴다"

송 신부의 말대로 축복이 비를 타고 내린 것일까, 시국미사는 시종일관 평화롭게 이어졌다. 얇은 비닐로 된 비옷을 입고, 한 손에는 우산을 다른 한 손에는 촛불을 들고 시민들은 신부님들의 말 한 마디에 웃고 또 웃었다.

"제가 신부인 것이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신부라 아이를 데려올 수도 없고 애인 손을 잡고 올 수도 없습니다."

이 말에 시민들은 함께 온 친구의, 애인의,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단식 이틀째라 진짜 배가 고픕니다"라는 말에 안타까운 시선을 나누고, "지나가는 시민들이 꽃다발을 전해주시고 물을 가져다 주십니다. 하지만 약 올리는 건지 라면이나 도너츠, 막걸리를 가져다주시기도 합니다"라는 말에는 손뼉을 치며 웃었다.

단식을 이어가며 촛불 집회를 평화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신부들은 이미 '오빠 부대'를 거느린 스타가 됐다.

송 신부는 "나를 더 힘나게 하는 것은 조중동의 사설을 볼 때"라며 "'두고 봐라 우리가 이긴다'는 생각이 든다. 밤이 되면 대한민국 위성사진이 환하게 나올 정도로 촛불을 더 많이 들자"고 호소했다.

▲비록 시국미사라는 특정 종교 행사의 형식을 띄고 있었지만 시민들은 종교에 관계없이 두 달여 동안 이어 온 촛불로 지친 마음을 위로 받고 있었다ⓒ프레시안

"그렇게 무섭게 굴던 경찰이 꼼짝을 못하니…고맙고 또 고맙다"


비록 시국미사라는 특정 종교 행사의 형식을 띄고 있었지만 시민들은 이 자리에서 종교에 관계없이 두 달여 동안 이어 온 촛불로 지친 마음을 위로 받고 있었다.

중소기업 임원이라는 김모 씨(47)는 "종교도 없고 미사에 처음 나와 봤는데 평화를 느꼈다"며 "미사 때문에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그렇게 무섭게 굴던 경찰이 꼼짝을 못 하니 우습기도 하다"며 "평화가 역시 승리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친구들과 함께 나왔다는 박진경 씨(30)도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닫혀 있던 시청 광장을 열어준 신부님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니들이 이 맛을 아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시청 광장에서 시국미사를 시작한 이후 늘 그랬던 것처럼, 이날도 조용한 침묵행진이 벌어졌다.

행진에 걸린 시간은 불과 35분. 지난 이틀과 마찬가지로 남대문에서 명동을 거쳐 시청으로 다시 돌아 온 행진은 경찰의 과잉진압만 없으면 짧은 시간에 평화롭게 마무리될 수 있음을 재확인시켜줬다.

행진을 마치고 돌아 온 시민들은 시청 광장에서 노래를 부르며 이날의 촛불 집회를 마무리했다. 비옷을 입은 채 촛불을 들고 꽃을 들고 손 피켓을 들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시민들을 보며 사제단의 김인국 신부는 "이 자리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했다.

"존칭은 생략하겠습니다. 이명박 씨를 이 자리에 초대합니다. 당신의 국민들은 이렇게 활달합니다. 당신을 이 광장에 초대합니다. 당신은 이 맛을 모를 겁니다."

시민들도 입을 모아 "니들이 이 맛을 아냐"며 청와대를 향해 소리쳤다.
▲이날도 조용한 침묵행진이 벌어졌다. 행진에 걸린 시간은 불과 35분. 지난 이틀과 마찬가지로 남대문에서 명동을 거쳐 시청으로 다시 돌아 온 행진은 경찰의 과잉진압만 없으면 짧은 시간에 평화롭게 마무리될 수 있음을 재확인시켜줬다.ⓒ프레시안

▲ 시민들도 입을 모아 "니들이 이 맛을 아냐"며 청와대를 향해 소리쳤다.ⓒ프레시안

"노동자가 '정치 파업' 왜 못하나"고 묻는 시민들

특히 이날 촛불 집회는 이날 총파업을 벌인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2시간 부분 파업을 벌였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를 위한 정치 파업이다.

정부는 예전처럼 '불법 파업'이라 규정하며 민주노총을 압박하고 있지만, 광장에 나온 시민들은 오히려 민주노총 편이었다. 박진경 씨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지지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솔직히 그 전에는 노동자 파업에 아무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노동자들의 파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노동자가 '정치 파업'을 왜 못하나."

이명박 정부의 촛불에 대한 강경진압과 모르쇠가 국민을 민주노총 편으로 만들고 있는 셈이었다. 총파업에 참가한 노동조합들이 깃발을 들고 행진을 위해 거리로 나설 때마다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3일과 4일에는 사제단이 주관하는 미사 대신 개신교와 불교의 시국 집회가 예정돼 있다. 3일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주최로 시청 앞 예배가 4일에는 '시국법회추진위원회' 주관의 법회가 열린다.

사제단의 시국미사는 대책회의가 다시 정한 '100만 촛불대행진'이 열리는 5일 오후 4시 다시 열린다.
▲3일과 4일에는 사제단이 주관하는 미사 대신 개신교와 불교의 시국 집회가 예정돼 있다. 3일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주최로 시청 앞 예배가 4일에는 '시국법회추진위원회' 주관의 법회가 열린다.ⓒ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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