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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배후 못 찾으니 노조 희생양 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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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배후 못 찾으니 노조 희생양 삼나"

[기고] '민주노총의 불법 총파업'에 대한 반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2일 파업에 대해 '불법' 목소리가 드세다. 검찰은 공안부장단 회의까지 소집해 지도부를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30일 노동부도 금속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으며 한나라당도 가세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고임금 노동자가 정치파업을 벌인다'며 금속노조의 파업을 비난했다.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까? 지난해 6월 금속노조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총파업을 벌일 때와 말이다. 순서도, 수법도, 하는 말도 똑같아도 너무 똑같다.

그렇다면 이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금속노조의 파업이 불법이라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임금 등 근로조건과 관련이 없는,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한 '정치 파업'이라는 점. 또 하나는 현대차, 기아차 등의 금속노조 지부에서 임금 교섭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지난달 30일 중앙노동위원회가 금속노조의 조정신청에 대해 100여개 사업장에 대해 행정지도결정을 내린 것도 그런 이유였다.

'쇠고기 파업'은 불법이라는 정부, 정말 그럴까?

하지만 노동부와 검찰의 주장은 노동조합의 활동과 투쟁범위에 대해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한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다.

이들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임금 등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활동만을 해야 하며 사회정치적 처지의 개선을 위한 활동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도 대한민국 사회 구성원으로 사회·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활동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은 노동자의 권리이기 이전에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에 속한다는 것을 저들은 모르는 것일까?

이명박 정부의 부당한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해 중고등학생, 주부, 대학생, 지식인, 종교인 등 각계각층이 동맹휴학, 시국성명서 발표, 시국미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표현을 하고 있는데 유독 노동자의 파업을 통한 의사표현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또 무슨 논리인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조를 보면 이 법이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경제적 지위 향상만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 향상을 노동조합의 활동영역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전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노동조합이 공공적 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금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나도 모르게 쇠고기 먹게 될, 노동자를 위한 파업이 근로조건과 관계 없다?

다음으로 "쇠고기 협상이 노동자의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과 관계가 없다"는 정부의 주장도 기가 차다.

쇠고기 협상에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중고등학생이 대규모로 참가한 것은 이명박 정권의 교육 정책에 대한 문제와 함께 집단 급식등을 통해 학생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소비자로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노동자들 또한 공장 식당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주요한 소비자로 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노동자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다.

그래서 보건의료노조가 환자급식에 미국산 쇠고기 사용금지를 요구하고 있으며 금속노조 또한 단체협약의 특별요구로 사업장에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사용을 금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완전하지도 않고 노동조합이 없는 대다수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현재 노조 조직율은 10% 수준이다. 나머지 90%의 비정규, 미조직 노동자는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까지 대변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범한 산별노조는 당연히 노동자 전체의 건강권을 지킬 의무와 책임이 있다. '쇠고기 전면재협상'을 요구하는 금속노조의 파업은 그래서 정당하다.

중앙교섭 진전 없는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

금속노조의 파업을 절차상 하자가 있는 불법으로 만들어버린 중앙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는 또 어떠한가.

우선 중노위의 행정지도는 법적 규정력이 없는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우리 노동법이 채택하고 있는 조정전치주의는 쟁의행위 돌입전에 조정이라는 행정절차를 거칠 것을 규정한 것이지 조정을 필수적인 전제로 하거나 쟁의의 합법성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례가 이미 존재한다.

행정지도 결정의 근거 또한 빈약하다. 금속노조는 이미 지난 3월 사용자들에게 중앙교섭 요구안을 전달하고 금속사용자협의회와는 지난 4월 15일부터, 중앙교섭에 불참하는 사용자들과는 5월 중하순부터 교섭을 벌여 왔다.

이 교섭이 진전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용자들에게 있다. 금속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중앙교섭에 참가하지 않고 있는 사업장들이 있는 것이다. 현대차, 기아차 등 이들 사업장의 사 측 대표들은 금속노조의 요구에 대해 사업장 단체협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해태하고 있다. 결국 이는 사용자의 책임이지 노동조합의 책임이 아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중앙노동위가 교섭진전이 느리다는 이유로 행정지도결정을 내린 것은 노동조합의 교섭권과 쟁의권을 부정한 것이며, 부당한 월권이다.

촛불의 배후 못 찾으니 이젠 금속노조를 희생양으로?

결론적으로, 금속노조의 이번 파업은 2008년 요구안 실현을 위한 합법적인 파업이며 이것과 함께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쇠고기 협상 문제에 대한 대정부 요구를 포함한 것이다. 당연히 법리적으로도 그렇고 사회통념상으로도 불법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와 검찰, 노동부가 한 목소리로 불법을 외치는 까닭은 다른 데 있는 것처럼 보인다. 촛불의 배후를 찾던 이들이 이제는 불법과 과격 시위를 부각시키기 위해 금속노조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검찰, 노동부는 알아야 한다. 금속노조의 파업에는 '쇠고기 재협상'을 바라는 국민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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