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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아닌 농림부-조·중·동을 수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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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아닌 농림부-조·중·동을 수사하라"

[기자의 눈] 누가 국민의 이익을 더 침해했나?

검찰이 검사 5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을 꾸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문화방송(MBC) <PD수첩> 수사에 착수하면서 언론 탄압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 수사는 농림수산식품부의 수사 의뢰의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의 '<PD수첩> 때리기'에 화답하는 방식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런 농림수산식품부,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의 최초 문제제기를 살펴보면 자기 발등을 찍는 꼴이다. 왜냐하면 <PD수첩>이 제기한 문제제기는 농림부, 조·중·동은 물론이고 이들이 '국제 기준'이라며 거의 신앙 수준으로 신뢰하는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이미 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주저앉는 소(다우너)'를 광우병 걸린 소로 왜곡했다?

<PD수첩>은 2008년 1월 미국에서 공개된 '주저앉는 소(다우너)' 동영상을 공개해 큰 파장을 불렀다.

특히 <PD수첩>의 진행자가 "아까 그 광우병 걸린 소 도축되기 전 모습은 충격적"이라는 표현을 쓴 사실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PD수첩>은 방송 내용에서 "이 동영상 속 소들 중 광우병 소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소들이 광우병 소인지 여부도 알 길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더구나 이렇게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 의심 소로 간주한 것은 <PD수첩>뿐만이 아니다.

"미국 농무부는 다우너 소의 경우 (…) 광우병 등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조선일보>, 2008년 2월 19일)

"농무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대받은 소들은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는 병에 걸린 '다우너(downer) 소'들이었다. 규정상 다우너 소는 식품으로 사용될 수 없다. 광우병에 감염될 위험성이 일반 소보다 높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2008년 2월 19일자)

"미국 규정에 따르면 모든 소는 도축되기 전 검역 요원의 건강 진단을 받아야 한다. 이때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는 '다우너(downer)' 소들이 발견되면 폐기 처분하는 게 원칙이다. 광우병 (…) 등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어서다."(<중앙일보>, 2008년 2월 19일자)

농림수산식품부도 정운천 장관의 기자 회견에서 '주저앉는 소'가 광우병 감염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5월 29일 보도 자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국내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국내산 소에 대한 광우병(BSE) 관리를 강화한다. 모든 '기립 불능우(주저앉는 소)'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고 (…)"

사실 이렇게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과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OIE 규정도 '주저앉는 소'와 광우병의 연관 관계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OIE 위생 규약 중 광우병 관련 규정(Chapter 2.13.13 BSE)을 살펴보면 "쓰러진 가축(fallen stock)을 고려해 소가 광우병 원인체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평가한다"는 대목이 있다.

여기서 '쓰러진 가축'은 바로 '주저앉는 소'를 말한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OIE 규정에서도 '주저앉는 소'와 광우병의 연관성을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광우병은 사체의 뇌 조직 검사를 통해서만 확정 진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 검사하지 않을 경우 그것이 광우병에 걸린 채 유통될 수 있어서 OIE에서도 주의를 당부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정황을 염두에 두면 농림부와 조·중·동이 <PD수첩>의 '주저앉는 소' 부분을 문제 삼은 것은 자기 발등을 찍는 꼴이다. 자기들이 발표하고 보도했던 정책, 기사 내용을 부정하는 꼴일 뿐만 아니라, 그들이 절대적인 권위를 인정하는 OIE 규정을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OIE가 보장하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주장했던 게 바로 그들 아니었나?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6월 26일 <PD수첩>을 향해 맹공격을 퍼부었다. <PD수첩>은 26일 이런 보도를 반박했다. ⓒ프레시안

아레사 빈슨 사인에 대한 의도적 왜곡?

농림부와 조·중·동은 "<PD수첩>이 '아레사 빈슨을 인간광우병(vCJD)인 것처럼 의도적으로 왜곡 보도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보면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광우병 사태 5년의 기록: "'광우병 동맹'을 고발한다")

우선 농림부는 <PD수첩>을 탓하기 전에 <프레시안>부터 수사 의뢰를 해야 한다. "한 번도 미국 본토를 떠난 적이 없는 미국 여성이 인간광우병 의심 증상으로 앓다가 죽었다"는 내용을 외국 언론을 인용해 최초 보도한 것은 바로 <프레시안>이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美 '인간광우병' 비상…22세 女 생명 위독, '인간광우병' 증세 22세 美 여성 결국 사망)

이 보도가 나온 4월 10일, 14일은 한창 한미 간 미국산 쇠고기 기술 협의가 진행되던 시점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여러 언론이 보도한 이 내용에 국내 언론이 침묵했던 것 자체가 기이한 일이었다. 평소에는 외국 언론의 '오보'까지 확인하지 않고 1면에 싣던 언론들이 말이다. 그나마 <PD수첩>이 뒤늦게 당연히 언론으로서 보도해야 할 의혹을 알린 것이다.

더 가관인 것은 <PD수첩>이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인터뷰 중 딸의 병명을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CJD)이라고 표기한 것을 인간광우병(vCJD)으로 해석해 방송했다"는 것. 이런 농림부, <조선일보> 등의 의혹 제기를 보면서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종종 국내 기자들이 CJD를 vCJD로 착각해 보도했던 수많은 예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자들조차도 헷갈리는 용어를 빈슨의 어머니가 정확하게 구분해서 말할 리 없다. 더구나 전후 맥락을 염두에 두면 빈슨의 어머니가 얘기하는 것은 누가 봐도 vCJD이지 CJD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PD수첩>은 시청자의 이해를 돕고자 나름의 판단을 한 것이다. 물론 방송 내용 중에 이런 사실이 적시가 됐더라면 논란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PD수첩>은 버지니아 보건당국 관계자가 비공식 인터뷰에서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일 가능성 때문에 부검을 실시한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해명했다. 솔직히 이런 해명은 불필요하다. 미국 언론이 빈슨의 사인에 관심을 기울인 것 자체가 그가 '미국 본토를 떠나본 적이 없는 최초의 인간광우병 환자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 탓'이기 때문이다.

'오역' 얘기가 나왔으니 한 마디 덧붙이자. 농림부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한미 간 쇠고기 협의 결과를 오역해서 국민에게 알린 장본인이다. 조·중·동은 이 심각한 사안을 계속 침묵하다가 청와대가 '사과'를 하자 그 때서야 보도한 언론들이다. 도대체 이런 언론들이 <PD수첩>을 향해 돌을 던질 자격이 있을까? (☞MB 가정교사 <조선>도 한숨…청와대 '고립무원')

국민과 국가가 입은 피해를 염두에 두자면 지금 검찰은 <PD수첩>이 아니라 농림부와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을 수사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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