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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은 왜 '쇠고기 합의문'을 공개 못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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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은 왜 '쇠고기 합의문'을 공개 못 하나"

[송기호 칼럼] 쇠고기 QSA의 법적 운명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쇠고기 추가 협의가 종료되자마자 합의문 공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23일 이면 합의는 없다고 말했으나, 민변은 이면계약서까지 공개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외교통상부 자료인 '미국산 쇠고기 추가 협상 결과'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한국이 먼저 고시를 관보 게재해야 하고, 그 후에 비로소 미국 정부는 서한을 한국에 보낸다는 구조이다(5쪽). 일개 서한을 받는 전제 조건으로 한국이 고시를 먼저 하도록 되어 있는 틀은 아주 이상하다. 그런데 과연 이 얼개는 누가 모여 짰을까? 나는 합의문에 이러한 이행 절차도 담겨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보도에 따르면, 김 본부장은 협상장에서 한국의 대규모 촛불 집회 사진을 미국 측에 보여 주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게 과학으로 설명될 문제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 발언만큼 이번 쇠고기 추가 협의의 본질을 정확히 보여주는 것은 없다. 한국은 추가 협의에서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 안전성을 주된 쟁점으로 만들지 못했다.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미국의 논리를 수용했다. 그 논리적 귀결이 바로 아주 낯선 '품질 시스템 평가(QSA)' 프로그램이다.
  
  왜 그런가? QSA는 '수출 증명(EV)'과는 달리 안전성과는 무관한 개념이다. 이는 미국 농산물 판매 촉진을 위한 품질 관리 제도에 지나지 않는다. 가령 제주도 농협이 제주 토종 돼지 품질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잡종 돼지 혈통이 섞이지 않도록 하는 품질 관리를 하면서 자신의 프로그램 운영을 농림부로부터 인증 받는 것과 같다.
  
  여기서 품질 기준 제정과 그 관리 방법 자체에 미국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다. 총리실이 어제 내놓은 '미국산 쇠고기 추가 협상 관련 Q&A'라는 자료를 봐도 한국행 쇠고기 품질 자율관리 프로그램은 미국 수출업체가 수립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2쪽). 다만 미국 농무부는 애초의 프로그램 심사를 통한 승인과 사후 점검(연 2회 정도)을 통해 프로그램 승인 계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뿐이다.
  
  아래는 EV와 QSA의 차이를 표로 정리한 것이다.
  
EVQSA
목적외국의 위생 검역 조건 충족농산물 품질 자율 관리
도달 기준미국 농무부가 직접 제정QSA 프로그램 운영자가 제정
농무부 승인 대상개별 도축장 QSA 프로그램
농무부 홈페이지에 공지되는 승인자 명단개별 작업장(Establishment) QSA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 혹은 회사(미주리 주 농업부, 아칸사 주 가축 위원회, 텍사스 육우인 연합회, 랜처스 르네상스 농협, 비프 마켓팅 그룹, 타이슨 등 주정부 기관, 생산자 단체, 컨설팅 회사, 축산 회사 등 23 곳)
수출 검역과의 관계수출 쇠고기 제품별로 농림부AMS가 발행하는 EV 준수 확인서가 첨부되지 않고선 수출검역신청서 접수가 불가능 수출 검역과는 관계 없음

  이처럼 QSA는 안전성 영역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제주도 토종 돼지만이 안전하고 다른 지역의 돼지는 안전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므로 김 본부장의 추가 협상이 수출 증명 대신 QSA로 귀결되었다는 것의 의미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이 일관되게 관철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한국은 이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문제를 미국에게 제기하기 어렵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국 QSA는 폐지될 법적 운명을 타고 났다.
  
  더욱이 다음의 미국 국내법에, 미국 축산업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언제든지 스스로 중단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QSA) 서비스는 신청인에 의해 언제든지 철회될 수 있다. (Services may be withdrawn by the applicant at any time) (7USC62.203)

  위에서 보았듯이 그 시작도 민간 자발적이며, 그 중단도 당연히 민간 자율이다. 나는 김 본부장이 이와 같은 제도의 본질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는 미국통상대표부 슈와브 대표와 QSA의 종료 절차에 대해 협의를 하였을 것이다. 이는 매우 핵심적인 사항으로 국민은 이를 반드시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또 하나 김 본부장이 꼭 공개해야 할 핵심적 내용으로, 이 한국행 쇠고기 QSA 프로그램에서 미국 정부의 수출검역증명서가 발급되는 구체적 절차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수출검역증명서의 비고란에 한국행 쇠고기 QSA 프로그램 승인 작업장 생산 제품임이라고 기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해당 제품을 모두 반송한다고 했다. 이것이 한국 정부가 자랑하는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이다.
  
  그런데 위 문구는 도축장이 수출검역증명서에 미리 써 올 것이고, 미국 정부 검역관은 서명만 할 것이다. EV 제도에서, 미국 농무부 농산물판매촉진국은 개개 제품별로 EV 준수 확인서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그 준수를 보장해 준다. 과연 한국행 쇠고기 QSA 프로그램에서도 미국 농무부의 건별 확인서 발급 제도가 가동되는가?
  
  문제는 이 QSA 프로그램 준수라는 것이 미국 정부의 수출검역증명서 기재 사항에서 명백히 제외되어 있다는 점이다(위생조건 22조). 이런 구조에서 도대체 수출검역증명서의 비고란에 위와 같은 내용이 들어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정확한 것은 김본부장이 합의문을 공개하면 알 수 있겠지만, 나는 도축장이 기재한 위 내용을 미국 정부가 수출검역증명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며, 단지 한국 정부의 반송 조치를 위한 참고용으로 기재한다는 합의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 근거는 앞에서 본 위생조건 22조이다.
  
  이 곳에서는 자세히 보지 않겠지만, QSA는 앞에서 보았듯이 위생검역조치에 해당하지 않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2006년 세계무역기구(WTO) 판례는 인간이나 동식물의 생명 또는 건강 보호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한 조치는 위생 검역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EC-GMO 사건).
  
  이런 상황에서 QSA를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규제하는 것은 한미 FTA에서 말하는 무역에 대한 기술 장벽(Technical Barriers to Trade)으로 파악된다(한미 FTA 9.2조). 그러므로 김 본부장의 QSA는 한미 FTA 체제가 등장하면 더 이상 존속할 수 없을 것이다. 김 본부장이 공무원으로서 지금 할 일은 합의문을 속히 공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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